"반바지 교복 4년 전과 달라진 모습...'두발자유' 더 보장"

[인터뷰] 재선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선진국형 교실복지, 강원도에서 시작"

등록 2014.06.19 14:15수정 2014.06.19 14:15
5
원고료로 응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강원도교육청 제공

6·4 지방선거가 끝난 지 15일이 지났다. 이번 선거에서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은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 4년 동안 '고교평준화'와 '무상급식'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면서 강원 교육을 이끌어온 민 교육감은 이번 선거를 준비하며 '교육선진국'을 강원도에서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병희 교육감은 비교적 쉽게 상대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민 교육감이 받은 34만9464(46.4%)표는 2위인 김선배 후보가 받은 28만7012(38.11%)보다 6만여 표가 많았다. 선거 초반 김선배 후보와 보수 성향의 후보가 단일화를 이뤄 백중세가 예상됐지만, 현직 교육감 후보의 벽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특히 전교조 출신으로 3위를 한 김인회 후보가 11만6523(15.47%) 표를 득표했는데도 같은 전교조 출신의 민 교육감이 46.4%의 득표로 당선된 것을 두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지역의 교육 관계자들은 강원도 유권자들이 지난 4년 동안 강원도 교육을 이끌어 온 민 교육감을 재신임하면서 '안정 속 변화'를 지지하는 결과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교육현장을 중심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민 교육감의 창의적 리더십이 인정받은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당선 후 제2기 체제를 준비하는 한편, 언론사 인터뷰 요청 등으로 바쁜 민 교육감을 지난 16일 강원도교육청 집무실에 찾아가 만났다. 민 교육감은 질문 하나하나에 진지한 답변을 이어갔다. 다음은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직선제 폐지? 권력자 입맛에 따라 교육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

- 늦은 인사 드립니다. 당선 축하합니다. 강원도민께 당선인사 부탁드립니다.
"먼저 저 민병희의 손을 잡아주신 강원도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저를 선택해 주신 것은 강원교육의 안정 속 변화, 중단 없는 발전을 해나아가라는 명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선거에서 안전한 학교, 즐거운 공부, 돈 안 드는 교육 등 10대 약속 42개 정책을 공약했습니다. 지난 임기 동안 공약실천율 98.1%를 기록했듯이 이번에도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도민 여러분의 소중한 지지를 헛되이 하지 않겠습니다."


- 새누리당에서 주장하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와 관련해 어떤 입장이신가요?
"교육자치,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꽃입니다. 더구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여야가 합의를 통해 정한 규칙이 교육감 직선제 아닙니까.

직선제 폐지는 교육을 권력자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 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국민의 표심을 의심하는 것은 국민의 투표로 당선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직선제 폐지는 민주주의의 발달 방향뿐 아니라 헌법정신도 부정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시도교육감협의회, 공청회 등을 통해 반대 입장을 공론화해 나가겠습니다."


- 교육에는 진보와 보수가 있는 게 아니라, 모두를 위한 바른 공교육과 소수를 위한 특별한 공교육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길이 바른길이라고 생각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공교육의 목적은 교육기본법에 잘 나와 있듯이 민주시민 육성입니다. 교육기관은 사회 통합의 순기능을 가장 완벽하게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부모의 경제력에 상관없이 공평한 교육을 받아야 사회계층간의 갈등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웃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할 수 있듯이 소수를 위한 특별한 공교육은 결국 모두에게 불행을 안겨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재능이 있거나 배움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에 대한 특별 교육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따로 또 같이' 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겠습니다."

- 이번 선거에 임하기 전부터 교육선진국을 향한 정책 발표가 있었습니다. 추진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지킬 것은 지키고 새롭게 추진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힘찬 발걸음을 내딛어야 합니다. 고교평준화와 친환경 무상급식, 학생인권개선, 학교 업무정상화 같은 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이와 아울러 안전한 학교, 즐거운 공부, 돈 안 드는 교육과 선진국형 교실복지를 실현해 나가겠습니다.

먼저 6월 말일까지 세부공약 실천계획을 수립해 차근차근 실시할 것입니다. 지금도 바짝 신경 쓰고 있지만, 학생 안전을 위한 정책을 최우선으로 펼칠 계획입니다."

"교육에는 여야 없다"

 기자의 인터뷰가 끝나자 바로 지역방송에서 당선 인터뷰를 진행했다. 벽에 걸려 있는 "행동하는 양심"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친필이라며,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 글이라고 민병희 교육감이 소개했다.
기자의 인터뷰가 끝나자 바로 지역방송에서 당선 인터뷰를 진행했다. 벽에 걸려 있는 "행동하는 양심"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친필이라며,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 글이라고 민병희 교육감이 소개했다.이종득

- 강원도의 정치 구도는 매우 심할 정도로 보수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은 물론 광역 및 기초의원까지 새누리당 소속이 대다수입니다. 정책 추진에 어려운 점이 많을 텐데요?
"교육정책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교육정책에는 여야 구분이 크게 없습니다. 교육감 선거의 표심이 정당 지지와 큰 상관관계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저는 연령과 지역, 정당과 관계없이 타 후보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특히, 고교 무상급식은 이번 선거에 출마한 대부분의 시장·군수님들이 찬성한 만큼 도의원님들의 이해를 구하겠습니다. 아울러, 앞으로 4년 강원 교육의 방향이 '교육선진국'인 만큼 도의원님들이 적극 협조해 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 초선 교육감으로 보낸 지난 4년과 재선 교육감으로 보낼 앞으로 4년은 어떻게 다를까요?
"지난 4년은 제가 도민에게 약속했던 정책이 큰 틀의 제도 변화와 무상교육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 4년은 학생과 교사의 만남이 이뤄지는 '교실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또한 저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나중에 제가 교육감직에서 물러난 뒤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 누구보다도 인본주의 교육철학을 실천한 교육감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흔히 인본주의와 경쟁을 상대적 개념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북유럽 교육선진국을 보면 인본주의를 실현할수록 개인들 간에는 화합이 이뤄지고 집단과 사회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강원도 학생들의 앞으로 4년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아침에 출근하다 보면 반바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4년 전에는 볼 수 없는 모습이지만, 이제는 보편화됐습니다. 그리고 도내 여학생들의 책상에 앞가림 판을 설치해서 학생들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0교시, 강제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에 대한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했습니다.

앞으로 4년 동안 학생들의 '두발 자유'를 더욱 보장하겠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에게는 안전한 돌봄과 호기심을, 초등학생들에게는 놀 권리를, 중·고등학생들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과 진로 선택권을 보장하겠습니다. 스스로 고민하고 사유하는 학생, 외부적 통제에 의해 공부하기보다는 스스로 자기 주도적 학습을 실천하는 학생이 많아지는 강원 교육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수업복지, 시설복지, 진로복지 만들겠다"

- 강원도 학부모들은 민병희 교육감과 함께하는 앞으로 4년 동안 자녀 교육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지난 4년, 제가 학교를 방문해 가장 관심 있게 봤던 것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표정이 얼마나 밝은지, 얼마나 즐겁게 공부하는지였습니다. 사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표정을 보면 학교 분위기를 알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의 표정이 밝은지, 그렇지 않은지에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그럼 자녀의 표정이 밝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일 먼저, 부모가 화목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프로이트라는 정신분석학자는 부모의 역할모델을 무척 강조했습니다. 자녀가 부모를 닮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화목하고 밝은 모습, 책 읽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준다면 자녀들도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강원도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육 현장에 계시는 선생님들께 교육감님이 추진하려는 중요한 교육 정책을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도민들께 약속한 큰 공약은 안전한 학교, 즐거운 공부, 돈 안 드는 교육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선진국형 교실복지를 강원도에서 펼쳐가겠습니다. 선진국형 교실복지는 크게 수업복지, 시설복지, 진로복지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먼저 '수업복지'와 관련해서는, 수업 방법의 혁신을 위한 교사 연수와 새로운 수업방법의 개발·확산에 역점을 두겠습니다. '학교시설도 교육이다'라는 관점에서 학교시설 개선에 주력하겠습니다. '진로복지'와 관련해서는 지난 대입수시모집에서 진가를 발휘한 진학지도 역량을 바탕으로 진학지원체제를 더욱 굳건히 구축하겠습니다.

또한 특성화고등학교와 관련해서는 지역산업과 연계한 교육과정을 통해 지역 산업을 발전시키고 미래 지향적인 직업교육 체제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직선제폐지 #교실복지 #교육선진국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국 최고 휴게소 행담도의 눈물...도로공사를 향한 외침 전국 최고 휴게소 행담도의 눈물...도로공사를 향한 외침
  2. 2 "꽝" 소리 나더니 도시 쑥대밭... 취재기자들도 넋이 나갔다 "꽝" 소리 나더니 도시 쑥대밭... 취재기자들도 넋이 나갔다
  3. 3 '윤석열 퇴진' 학생들 대자보, 10분 뒤 벌어진 일 '윤석열 퇴진' 학생들 대자보, 10분 뒤 벌어진 일
  4. 4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5. 5 "임신한 채 회사 다닌 첫 직원" 유명 회계법인 부대표에 오른 비결 "임신한 채 회사 다닌 첫 직원" 유명 회계법인 부대표에 오른 비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