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생명체 파괴, 법원이 막아주길"

[야밤 인터뷰] '전교조 설립 취소' 판결 앞둔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등록 2014.06.17 21:27수정 2014.06.1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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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 윤근혁


"정부가 전교조에 대해 '노조 아님' 통보를 한 것은 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전교조라는 참교육 생명체를 파괴하려는 시도를 법원이 막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합법 교원노조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법 밖으로 내몰릴 것인가? 전교조의 운명을 가를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이 눈앞에 다가왔다.

판결 3일을 앞둔 지난 16일,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지난해 말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재판부가 그 당시의 결정을 존중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이날 현재 8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장에는 "전교조 사수! 참교육 사수!"란 글귀가 크게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서울행정법원 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설립 취소 명령의 근거인 노조법 시행령 제9조2항이 법외노조로 보는 효과를 발생시키는지를 단정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당시 전교조는 "정부가 노동관계법 등 모법에 근거하지 않은 시행령을 통해 내린 '노조 아님' 통보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이를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 전교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지난 6·4 시·도 교육감 선거를 며칠 앞두고 김 위원장은 '진보교육감은 11명이 탄생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이영주 전교조 수석 부위원장은 '13명이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사람의 예견은 거의 적중했다.


하지만 이날 김 위원장은 '재판의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 재판은 법리적인 판단과 정치적인 요구 등이 강하게 얽혀 있어 재판관이 어떤 판단을 할지 예상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8일째 수염을 깎지 않아 얼굴이 덥수룩했다. "단식하며 수염을 깎으면 기가 빠져 앞으로 투쟁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게 그 이유다.


김 위원장과 인터뷰는 '광화문' 야경이 달빛과 함께 농성장을 비추는 이날 밤 10시쯤부터 한 시간가량 진행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전교조 역사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 중요한 판결"

a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 윤근혁


- 밥을 굶으며 길섶에서 자는 걸로 알고 있다. 몸 상태는?
"작년 10월에 '노조 아님' 통보를 받고 24일 동안 단식을 했다. 그런데 올해에는 그때보다 조금 빨리 힘든 것 같다. 몸무게도 빨리 줄어들고."

- 1심 재판이 19일이다. 재판정에 갈 것인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현장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16개 시·도 지부장들과 함께 그 곳에 가기로 했다. 전교조 역사에서도 중요한 판결이고,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에서도 중요하고."

- 지난 4월 대법원은 공무원노조에 대한 '설립 신고 반려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는데, 불안하지 않는가?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면 공무원노조가 될 수 없다'는 판결이었다.
"물론 개운한 기분이 들지 않는 판결이었다. 하지만 그것과 전교조 건은 다르다. 공무원노조는 설립 신고 단계에서 신고서를 반려당한 것이다. 하지만 전교조는 15년 동안이나 합법으로 활동해온 노조였다. 합법 노조에 대해 해고자를 이유로 '노조 아님' 통보를 할 수 있는 조항은 우리나라 법률 어디에도 없고 이를 시행령에 위임한 조항도 없다. 시행령에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

- 그렇다면 19일 재판에서 희망이 있다는 것인가?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노동부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노조 아님 통보를 내렸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역사에서 10년, 20년 활동하던 전국 단위 노조를 해고자 조합원 인정 여부로 설립 취소한 사례가 없다. 그래서 지금 한국의 전교조 탄압에 대해 ILO(국제노동기구) 임원들까지 혀를 차는 것이다."

- 재판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을 텐데.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재판부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시 결과를 존중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채 '노조 아님'을 통보한 노동부의 행동 자체가 문제였다."

- 재판을 3일 앞둔 심정은 어떠한가?
"사법정의가 올바로 구현되고 있다면 전혀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유신처럼 회귀하는 정치국면 때문에 매우 착잡하다. 법외노조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만약 판결이 잘못됐을 경우 우리나라 민주주의 후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참교육 생명체인 전교조 파괴 시도가 용인되는 것이다. 그게 두려울 뿐이다."

- 13명의 시·도 교육감 당선인들이 재판부에 탄원서를 냈다.
"전체 시도교육청 수장의 80%가 탄원서를 써준 것이다. 전교조를 설립 취소해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지난 6·4 시·도 교육감 선거의 결과는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다. 게다가 25년 동안 참교육 활동을 해온 전교조에 대해 국민들이 인정해준 것으로도 보고 있다. 13명의 교육감 탄원서는 '노동기본권을 존중하자'는 의미도 있겠지만, 우리교육에서 상식을 회복하자는 마음이 더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

"재판서 전교조가 이기면 교육에 대한 근본적 성찰 할 것"

- 만약 설립 취소를 허용하는 판결이 나오면?
"법 밖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니 일정 정도 전교조 활동에 제약이 따를 것이다. 전교조 조합원은 물론 일반 교사들까지 참교육활동이나 학교혁신운동에서 위축된 모습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렇지만 우리 조합원들의 의지가 결연하기 때문에 법외 노조가 된다고 하더라도 금방 이 위기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 나는 조합원 선생님들을 믿는다."

- 재판부가 전교조 손을 들어준다면, 어떻게 활동할 생각인가?
"세월호 참사는 교육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이런 문제 말이다. 우선 평화협력학교 만들기에 나서고 싶다. 이런 학교의 철학적 바탕은 생명·평화·인권·노동이라는 가치다. 이런 가치를 공유하는 교육에 좀 더 힘을 쏟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교조의 성찰이 필수라고 본다. 근본적 성찰을 할 것이다."

a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 윤근혁


- 보수신문만 본 사람들은 전교조가 분란을 일으킨 주범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부가 이럴 수 있는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보통 노조가 정부를 비판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현 정부는 전교조에 대한 비판을 넘어 목을 조르고 나섰다. 아예 법 밖으로 밀어내려고 공격을 하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이렇게 본말을 전도시킨 정부가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교육 분란과 위기의 주범은 교육부였다. 자사고를 만든 것도 교육부였고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 살리기에 나선 것도 교육부였다. 퇴행적인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나선 곳도 다름 아닌 교육부다. 이렇게 이념적 갈등을 일으키는 곳이 바로 교육부다."

- 끝으로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명수 전 한국교원대 교수에 대해 평가한다면?
"그분은 전교조 설립취소가 당연하다고 말하고 다녔다. 체벌 불가피론을 내세웠고 국정교과서도 찬성했다. 이런 분이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교의 교수였다는 사실 만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했다니 기가 막히다. 김 내정자는 교육부 장관이 되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전교조 설립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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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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