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안 마당쇠처럼 안 하면 심판 받겠죠"

[인터뷰] 구본승 강북구의원 당선자

등록 2014.06.18 15:09수정 2014.06.1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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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진보정당은 전멸했다. 선거제도상으로 야권성향 유권자의 흡수가 쉬웠던 구의원선거도 참패했다. 진보의 몰락과 함께 기초의회의 양당독과점은 강화되었다. 서울 25구 419명의 당선자 중 양당의 공천을 받지 않고 당선된 구의원은 4명 뿐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구 민주당 출신을 제외하면 두 명으로 줄어든다. 4개의 진보정당 중 노동당만이 한 석을 얻었다. 현역 진보 구의원들도, 주민후보, 마을후보를 자처한 무소속 후보들도 줄줄이 낙선했다.

양당 공천없이 어려웠던 서울에서 재선에 성공한 무소속 진보구의원이 있다. 구본승 강북구의원 당선자다. 구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스스로 '원조 무소속 주민후보'라 칭했다. 정당 공천에서 떨어진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다. 양당 출신이 아니면 힘든 선거에서 오히려 '무소속'을 강조하고 당선됐다. 4년 전에는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당선된 진보정치인이기도 하다. 어려운 선거에서 정당조직도 없이 뛰어들어 승리한 소감과 진보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마당쇠 복장으로 선거운동... "열심히 일한 4년 선거 때 공개"

a  구본승 강북구의원 당선자

구본승 강북구의원 당선자 ⓒ 허좋은


구 당선자는 우선 원내에만 갇혀있지 않았던 4년간의 의정활동을 꼽았다.

"구의회 내에서 의안 처리만 하는 것이 의정활동의 100%는 아닙니다. 또 민원으로 접수된 주민의 불편을 처리만 해준다고 100%가 아닙니다. 저는 주민들과 같이, 주민운동 차원에서 접근했습니다."

저소득층과 장애인이 많이 거주하는 번3동 영구임대아파트의 공동전기세를 전액 지원 받을 때가 그랬다. 기존에는 강북구에서 일부만 지원했다. 구 당선자는 이 문제를 주민들과 함께 서명을 받았고 서울시의회에 청원을 해서 서울시 지원을 이끌었다. 장애인 시설이 많은 강북구 특성상 필요했던 장애인 콜택시 차고지를 유치할 때도 같은 방식이었다.

"이젠 주민들이 저한테 민원 넣고 해결만 기다리지 않고 주민운동으로 현안에 대해 같이하자고 제안해요. 그분들도 자기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조금 더 저하고 밀착도 생기고. 그게 힘인 것 같아요."


3월 예비후보에 등록한 이후 내내 마당쇠 복장으로 선거운동을 했다. 무소속 구의원의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고 사람들에게 각인되기 위한 홍보였다. 지난 4년간 의정활동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했다.

"자기한테 맞지 않는 콘셉트로 이목을 끌려고만 했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만 생각했겠죠. 안 맞는 옷, 꼴볼견으로 볼 수 있는데. 저는 4년 동안 마당쇠처럼 일을 해서 선거 시기에 저를 다 까발렸어요. 앞으로 4년 동안 마당쇠처럼 안 하면 심판을 받겠죠."


선거가 끝나고 출근 길목에 다시 나와 마당쇠 복장으로 당선 인사를 했다. 앞으로 의정보고처럼 주민들을 만나 평가받는 자리에서도 계속 입겠다고 했다. 득표를 위한 반짝 '마당쇠 코스프레'가 아니라 '임기 내내 쭉 주민을 주인으로 모시겠다'는 결심처럼 들렸다.

어렵게 재선에 성공했지만 앞으로 활동에 대한 걱정은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기점으로 다시 분열된 진보정치에 대한 고민이다. 지난해 4월 30일 구본승 당선자는 통합진보당을 떠났다. 2012년 총선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 의혹 직후의 대규모 탈당 때도 내부의 자성을 기대했고 기다렸지만 실망만 돌아왔다.

"내외부에서 제기되는 의혹과 시비를 되새김질하고 상응하는 행동을 지지자들과 국민들에게 제때 알리고 국민들의 인정과 지적을 받아 한 계단씩 올라가야 하는데, 계단에서 발을 떼지 못했어요."

2001년 입당하면서부터 이어온 당적이었다. "앞으로가 막막해요. 새로운 방식의 정치운동, 주민운동을 모색하고 있는데 또 새로운 진보정치에 어떻게 일조할 것인가, 합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답답하죠." 무당적 진보정치인의 고민이다.

"주민과 어울리지 못하면 좋은 주장도 교류될 수 없다"

a  구본승 구의원 당선자가 선거운동기간 중 마당쇠 복장을 하고 유세 중이다.

구본승 구의원 당선자가 선거운동기간 중 마당쇠 복장을 하고 유세 중이다. ⓒ 구본승


민주노동당을 시작으로 겨우 뿌리내렸던 지역의 진보정치 토양은 다시 척박해졌다. 분열된 진보정당은 아무도 제3의 대안이 되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의 인기 외에 전략이나 선명성을 보이지 못했음에도 서울의 유일한 야당으로 선택받았다. 구본승 당선자는 진보정당이 다시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실생활 속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가 처음 입당한 2001년도에 강북구에서 무료법률상담센터를 했어요. 당시 생소했던 파산면책에 대해서도 교육했죠. 중앙당 차원에서 했던 지역사업입니다. 그때는 원외의 알려지지 않은 정당이었어요.

주민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진보적 활동을 해야 해요. 한쪽의 생각만으로는 안 된다고 봐요.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해요. 지역을 연구도 하고 발품도 팔고. 주민들 속에 있는 진보정치일꾼은 주민들과 같이 어우러지는 거고, 그렇지 않은 진보정치일꾼은 그냥 주민들은 여기 있는데 자기도 언저리에 있긴 하지만 어울리지 못하게 되요. 그 어떤 좋은 주의, 주장도 교류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구본승 #지방선거 #강북구의원 #진보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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