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가입 승인 이틀을 앞둔 지난 1996년 10월 9일에 한국 정부가 OECD에 보낸 공식 서신.
윤근혁
"한국정부는 결사의 자유나 단체교섭 등의 기본권을 포함하여 현재의 노사관계 관련 법령을 국제적인 기준(internationally accepted standards)에 부합할 수 있도록 개정할 것을 확약합니다."OECD 가입 결정 이틀 전인 1996년 10월 9일 한국 외무부장관이 OECD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의 일부 내용이다.
'교원노조 합법화' 요구받은 한국, 외무부 장관 서한으로 '확약'이 서한은 OECD 이사회에서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한국의 '결사의 자유' 미보장"을 이유로 한국의 OECD 가입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이를 설득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 당시 OECD 회원국들이 '결사의 자유 미보장' 사례로 든 것은 ▲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미 허용 ▲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 제한 법조항 등이었다.
당시 한국정부를 대표해 주 OECD 대표부에서 복지·노동담당관을 맡은 장신철씨의 회고록 <OECD의 한국 노동법 모니터링>(한국노동연구원)이란 책자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OECD 가입을 관철 시키기 위해 사실상 전교조 합법화와 해고자의 노조가입 허용 등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장씨는 291쪽 분량의 이 책자에서 "OECD 가입이 노동법 문제로 인해 불확실해지자 김영삼 정부는 OECD 사무국의 요구에 따라 '결사의 자유 등 노사관계 법규를 국제 기준에 부합토록 개정할 것을 확약한다'고 약속하는 서한을 OECD에 보냈다"면서 "이에 따라 OECD는 고용노동사회위원회(ELSA)가 우리(한국)의 약속 이행 상황을 감시하는 조건으로 1996년 10월 11일 가입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장씨는 "OECD의 미국과 유럽 회원국들은 한국의 OECD 가입 교섭 초기부터 노사관계 법제를 국제기준에 맞출 것을 요구했다"면서 "주요 요구사항은 ▲ 교원의 단결권 보장 ▲ 민주노총 합법화 ▲ 해고자 및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등 8개 항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요구를 받은 한국 정부는 막바지 고비에서 1996년 10월 9일 결국 아래의 외무부 장관 명의의 약속 서한을 OECD사무총장에게 보냈다.
"본인은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의무수락에 관한 성명서를 전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중략) 한국정부는 결사의 자유나 단체교섭 등의 기본권을 포함하여 현재의 노사관계 관련 법령을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개정할 것을 확약합니다. (중략) 본인의 확약을 받아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서한을 받은 OECD는 이틀 뒤인 1996년 10월 11일 이사회를 열고 다음처럼 조건을 달아 한국의 OECD가입을 최종 승인한다.
"OECD 이사회는 한국 외무부 장관의 서한에 주목하며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등 노사관계 법률을 국제적 기준에 부합토록 개정할 것을 확약한다는 한국정부의 약속을 환영하며, 그러한 한국정부의 약속에 따라 ELSA가 한국 노동법의 진전 상황을 면밀하게 감시(모니터링)해 줄 것을 지시한다.""한국을 노동감시국으로 재지정할 것 요구"이에 따라 한국은 OECD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감시 대상국이 되어 2007년까지 11년 동안 감시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전교조는 1999년에 합법화 됐다. 대법원도 "해고자도 초기업 단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고 판결(2004년 2월 27일)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난 19일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에서 "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 입법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노사정위원회에서도 (정부가) 해직된 교원의 노동조합 가입을 보장하는 취지로 공적 견해표명을 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면서 "신뢰보호원칙 위반이라는 전교조의 주장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한국정부가 OECD 가입 당시에 서한을 통해 교원노조 합법화 등을 확약한 것은 신뢰보호 원칙에 기반한 공적 약속"이라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에 대해 해고자 조합원 가입을 이유로 '노조 아님'을 통보한 것은 과거의 약속을 뒤집은 신뢰보호원칙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하 대변인은 "OECD에 한국정부를 노동감시국으로 재지정할 것을 요청하고, 재판부에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다시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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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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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증오'에 OECD와의 약속 버린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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