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박 대통령 돕고 싶었다"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후보사퇴 입장 발표를 마치고 청사를 빠져 나오며 지지자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이희훈
문 전 주필은 후보자로서 논란을 일으킨 것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지 않았다. 그가 기자회견 과정에서 '국민'을 언급한 건 딱 세 번이다. 그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하나의 기둥이다", "지나치게 강조하면 여론정치가 된다", "이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면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고 주장하는 대목에서 '국민'이라는 주어를 썼다.
그동안 기대를 보내준 국민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생략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도와준 총리실 동료들"과 "밖에서 열성적으로 지원하고 기도해준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을 뿐이다.
역대 총리 낙마 인사들은 물러나기에 앞서 국민에게 죄송함과 고마움을 표해왔다. 전관예우 논란에 휘말린 안 전 대법관은 사퇴 기자회견 서두와 말미에서 "여러 가지 오해로 인해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죄송하다", "그동안 국민이 보내주신 사랑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전 헌재소장은 사과의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저의 부덕의 소치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렸다"고 언급했다.
도덕성 논란으로 물러난 김 의원도 "국민의 믿음과 신뢰가 없으면 제가 총리직에 임명된다 해도 앞으로 무슨 일도 할 수 없다"면서 거듭 죄송하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기자회견문에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을 달고 "국정 안정을 바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는 뜻을 전했다.
[차이③] 정부보다 대통령을 더 많이 언급했다문 전 주필은 기자회견 내내 '박근혜 정부'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박 대통령을 위해', '박 대통령에 의해', '박 대통령의' 국무총리 후보자로 나섰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국정운영 2인자인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동시에 각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는 권한을 지녔다.
"박 대통령의 말씀"을 듣고 총리 후보 지명을 받아들였다는 그는 "조그만 힘이지만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민과 정부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는 말은 없었다. 자진 사퇴도 또한 "박 대통령을 도와드려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낙마한 총리 지명자들은 정부의 국정운영과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싶었다는 뜻을 밝혀왔다.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물러나겠다고 말했고, 장 전 총장은 "남성과 여성이 같이 일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총리 지명을 수락했는데 부덕의 소치로 물러나게 됐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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