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등에 탄 소녀가 얼굴에 멕시코 국기 색칠을 하고 머리에 왕관을 쓰고 어리둥절한 축제를 즐긴다.
김유보
아침부터 녹색의 물결이 거리를 덮고 있었다. 매출은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었기에 한산한 거리의 모습이 그리 원망스럽지는 않다. 다만 중국 서플라이어와 여기 세관 통관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었을 뿐이었다. 결전의 시간이다.
현지 직원들을 위해서 멕시코 대 크로아티아 경기를 보여줬다. 평소에 애국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던 직원들이 손을 쥐고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반이 끝났다.
난 직원들한테 걱정하지마. 스페인하고 같이 집으로 올거야 라고 농담으로 말했더니 절대 아니라고 바락바락 대든다. 드디어 후반전에 멕시코가 일을 내버렸다. 백전 노장인 라파엘 마르케스가 첫 골을 넣더니 박지성의 팀동료였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까지 세 골 연속으로 넣어버린 것이다. 브라질과의 경기 때도 절대 물러서지 않더니 크로아티아 정도는 그냥 빤 칼리엔테(PAN CALIENTE: 아침에 갓 구운 빵을 먹는 것처럼 쉽다는 뜻. 한국의 누워서 떡 먹기)였던 것이었다.
결과는 3-1. 부러웠다. 개최국이자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와 같은 조에 속해있었지만 2승 1무로 가볍게 16강에 진출하니 말이다. 벌써 나팔을 분다. 크락숀을 울린다. 빰빰 빰빰빰(VIVA MEXICO - 비바 멕시코: 멕시코 만세). 부러운 시간도 잠시 난 재빨리 퇴근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