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사퇴' 아니라 '피살'?
손석희 흔들고, KBS 때리고

[게릴라칼럼] 보수언론· 방통심의위의 '박근혜 구하기' 도 넘었다

등록 2014.06.27 10:26수정 2014.06.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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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지난 1월 23일 오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언론연대, 민언련 회원들이 'CBS 김현정의 뉴스쇼 중징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1월 23일 오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언론연대, 민언련 회원들이 'CBS 김현정의 뉴스쇼 중징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양태훈

두말할 나위 없이, 박만 위원장이 이끌던 2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의 골칫거리는 단연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었을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11월 방송됐던 <뉴스9>의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사태 보도에 중징계를 내렸다.

국정원발 희대의 간첩조작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가 <뉴스 큐브6>에 출연한 것을 두고도 방통심의위는 징계 및 경고 조치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일방 당사자만을 출연"시켜 시청자에게 혼동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의결 요지였다. 언제나 그렇듯, 공정성과 객관성 등을 문제 삼았다.

과정은 단순하다. JTBC가 진보와 보수(언론을 포함해) 양측의 의견이 갈리는 사안을 보도한다.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된다. 보수 언론이 이를 지적하고 나선다. 다수와는 거리가 먼 숫자의 (애국보수시민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민원이 접수된다.

그리하여, 방통심의위가 회의를 통해 징계 등을 의결한다. 여당 추천 인사가 압도적인 수를 차지하는 현 위원회 구성상 청와대와 여당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는 방통심의위의 징계 폭탄을 피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제 KBS다. 길환영 사장이 퇴진하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갈구하는 그 KBS 말이다.

진중권 교수 "이것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25일 <중앙일보> 1면 헤드라인은 <문창극 사퇴 - 민주주의 숙제 던지다>였다. 뒤이어 <KBS, 강연 70분 → 2분 거두절미 왜곡 … 취지는 "민족의 시련 또 하나의 기회>, <"문 후보 사퇴 아니라 피살이다 … 이제 비겁한 포퓰리즘과 싸움">, <원칙을 지켜내지 못한 한국 사회>, <문창극 사퇴로 우리가 잃은 것>과 같은 기사를 쏟아냈다.

현장기사와 칼럼, 사설 등 그야말로 지면을 탈탈 털어 문창극 살리기에 전방위적으로 나선 것이다.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란 발언이 담긴 온누리교회 강연을 최초 보도한 KBS의 보도를 '왜곡'으로 규정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전날인 24일엔 "KBS 문창극 왜곡보도, 방통심의위는 즉각 심의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인 새누리당 의원들의 의견을 고스란히 전했다. <KBS 문창극 보도, 저널리즘 기본원칙 지켰는가>와 같은 전형적인 KBS 때리기 기사도 빠질 리 없었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의 최승호 PD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KBS가 문창극 보도한 것은 참 잘한 겁니다. 그냥 놔뒀다가 식민지배가 하나님 뜻이라 한 총리가 나왔으면 고노담화 흔드는 일본에 어떻게 대응합니까? 그런데 그런 좋은 보도를 비난하는 <중앙>은 도대체 무슨 언론입니까? <중앙일보>가 참 사악한 짓을 하네요. 당연한 검증보도를 KBS가 했다고 개조대상이라니, <중앙>과 홍석현일가의 행태야말로 개조대상입니다."


JTBC <뉴스콘서트>에 패널로 출연하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 역시 <중앙일보>의 논조를 두고 '언피아'라고 규정하며 비판했다. 

"이것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이번 문창극 인사참극을 놓고 가장 추태를 부린 것은 종편이 아니라 <중앙일보>였습니다. 아무리 자기 회사 사람이라 해도 정도가 있지... 자기들이 <중앙일보> 종업원 이전에 기자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온갖 추태를 부렸죠. 이것도 따로 문제 삼아야 합니다. 기자들이 저렇게 정권에 개처럼 충성하고, 그 대가로 청와대나 들어가는 언피아 현상도 반드시 척결해야 합니다."

문창극에 버금가는 박효종 위원장, 걱정된다

총파업 돌입한 KBS 양대 노조 "KBS는 국민의 방송이다" KBS 양대 노조인 KBS 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은 지난 5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개념광장에서 공동파업 출정식을 열어 청와대의 KBS 보도와 인사 개입 등을 규탄하며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총파업 돌입한 KBS 양대 노조 "KBS는 국민의 방송이다"KBS 양대 노조인 KBS 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은 지난 5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개념광장에서 공동파업 출정식을 열어 청와대의 KBS 보도와 인사 개입 등을 규탄하며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유성호

자, 이제 방통심의위가 나설 차례다. 아니나 다를까, 25일 방통심의위는 오는 7월 1일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 자문을 거쳐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제재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KBS 보도에 민원이 제기"됐기에 "공정성 위반 여부를 심의"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어쩜 그리 JTBC 논란 때와 한 치도 다를 바 없는지. 

기계적 균형조차 담보하지 못하는 방통심의위의 꾸준한 활약(?)은 갓 출범한 3기 위원회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출범 전부터 3기 박효종 위원장은 '문제적 인물'로 비판을 받아왔다. 퇴진한 길환영 사장의 예에서 보듯 방송 길들이기를 거두지 않으려는 청와대와 여당의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된 부적절한 인사란 것이다.

서울대 윤리교육학과 명예교수인 박 위원장은 '문창극 인사'에 버금간다는 평가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위원장은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를 앞장 서 만든 '교과서포럼'의 상임대표와 준비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또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창하며 친일논란을 일으킨 역사서 <한국 근·현대사>의 집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창극과 박효종의 원투 펀치',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비교적 신선한 인물(?)이었던 문창극 전 후보자와 비교해 박효종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캠프와 인수위원회 출신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도를 고스란히 전달할 인사가 아닐 수 없다.

방심위가 견인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언론장악"

 박효종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이 19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박근혜 대선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효종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이 19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박근혜 대선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권우성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들이 박효종 위원장 선임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언론장악 선언"이란 극한 표현을 쓰며 반대하는 이유는 다 그래서다. 문창극 카드는 전국민적, 아니 전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며 좌초됐지만, 박효종 위원장은 위원회 출범과 동시에 KBS와 JTBC에 대한 압박을 예고하고 있다. 새로 임명된 고령의, 보수적 색채가 도드라지는 방송심의소위 위원들과 함께.

지난 2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을 위축시키는 방통심의위의 '비판 언론 길들이기'에 대한 비판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사실, 모호한 심의규정과 (청와대를 포함한)여 6대 야 3의 위원회 인원 구성에 대한 비판은 이명박 정부 이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한편으로 우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최시중 전 위원장이 앞장서 MBC와 KBS의 공정성을 지금의 상태로 만든 방송통신위원회의 패악을 기억한다. 그 공을 고스란히 따먹은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최대의 수혜자였지 않은가. 문제는 보란 듯이 박효종 위원장을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과 어떠한 변화의 의지도 보여주지 않고 있는 청와대의 모습이다.

방통심의위 내 방송심의소위는 7월 첫째 주 열리는 소위에서 JTBC <뉴스9>의 '다이빙벨 이종인 대표 인터뷰'를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앞선 통합민주당 보도나 유우성씨 인터뷰와 마찬가지로 "검증이 안 된 이야기로 여론을 악화시키고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것이 이유다. 심의가 민원 제기에서 비롯됐다는 과정도 똑같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다이빙벨' 심의는 박효종 위원장의 3기 방통심의위가 나갈 방향을 제시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비록,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징계가 예상되지만 말이다. 그렇게 문창극은 떠났지만 박효종이 남았다. 우리는 언제까지 '언론장악'에 싸우고 '공정언론'을 사수해야 하며 국민들이 '공영방송'을 지켜줘야 할까.  
#방통심의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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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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