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비즈니스 소셜 미디어 '링키드인'에 올라온 또다른 김○○의 학력사항.
링키드인
수원대는 지난해 7월 15일 전임교수 임용을 공고했다. 연극영화학부와 법학과, 호텔관광학부, 건축공학과, 디자인학부에서 각각 1명씩의 전임교수를 뽑겠다는 공고였다. 그런데 처음 공고했던 것과는 달리 수원대는 김무성 의원의 둘째 딸인 김○○ 교수만 디자인학부 전임교수에 임용했다. 김 교수의 나이는 31살이었다.
그런데 김○○ 교수의 전임교수 임용을 두고 '의혹'이 제기됐다. 여권실세인 김무성 의원이 이인수 수원대 총장을 국정감사 증인에서 제외해주는 것을 대가로 김 교수가 특채됐다는 의혹이다. 공교롭게도 김 교수가 전임교수로 임용된 지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 김 의원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 증인 선정을 논의하던 여야 간사회의장에 찾아와 비리 의혹을 받고 있던 이인수 수원대 총장을 국정감사 증인채택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RISD)를 졸업한 김 교수가 세계 최고의 미술대학으로 손꼽히는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정식으로 취득했다면 전임교수 채용을 무조건 '특혜'라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예술분야의 경우 석사학위로도 전임교수에 임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의원도 "둘째 딸은 매년 세계대학평가에서 한번도 1등 자리를 빼앗기기 않는 좋은 학교를 나왔다"라며 "정상적인 공모에 응모해 임용됐다"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수원대쪽도 "가장 유명한 학교출신, 시간강사 3년 이상, 전시회 경력 등 교수임용에 관한 모든 조건을 충족하신 분이다"라며 임용에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취재의 실마리이자 의혹의 시작 '링키드인 이력서'
그래서 문제의 초점은 김○○ 교수가 프랫 인스티튜트 석사학위를 정식으로 취득했느냐로 모아졌다. 김 교수는 수원대에 제출한 이력서에 지난 2006년 5월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 전공으로 학사학위(B.F.A : Bachelor of Fine Arts)를 취득한 뒤 지난 2009년 6월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Communication Design) 전공으로 석사학위(M.S)를 취득했다고 적시했다.
그런데 오해와 의혹은 구인, 구직 등 세계 최대 비즈니스 소셜 미디어인 링키드인(
www.linkedin.com)에서 생겨났다. 거기에 김 교수와 동명이인인 '김○○'의 학력과 경력사항이 올라와 있었던 것(링키드인 이력서는 본인이 직접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동명이인 김씨는 김 교수처럼 비슷한 시기에 로드아일랜드(2002년-2006년)와 프랫 인스티튜트(2007년-2008년)를 다녔다. 그는 이력서에 프랫 인스티튜트의 비학위(Non-Degree) 프로그램인 'Certificate Program'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배웠다고 적었다.
그런데 수원대와 정치권 일각에서 김 교수와 동명이인의 김씨가 동일한 인물이라고 전제하면서 오해와 의혹이 생겨났다. 프랫 인스티튜트의 석사학위 취득을 전제로 전임교수에 임용한 것인데, 김 교수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했던 '링키드인 이력서'에는 '수료증 인증과정'(Certificate Program)만 다닌 것으로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는 미국 대학을 잘 아는 취재원을 통해 지난 24일 저녁 프랫 인스티튜트쪽과 접촉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확인됐다. 대학쪽으로부터 김○○이라는 이름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한국인이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이다.
프랫 인스티튜트 브룩클린 캠퍼스(main campus)의 관계자는 기자의 취재원과 한 국제통화에서 "김○○ 이라는 이름으로 학위과정에 들어온 기록은 없다"라며 "다만 2007년 가을학기 때 맨해튼 캠퍼스에서 'Continuing Professional Studies'(기자 주 : 한국의 평생교육원에 해당)에 등록한 기록은 있다"라고 말했다. 'Continuing Professional Studies'에서는 비학위 프로그램인 대학입시, 국제학생, 전문직무 등에 관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학위가 아닌 수료증을 준다(아래 상자기사 참조).
수원대 관계자 "사실이라면 '제2의 신정아 사건이다"이것이 사실이라면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는 김○○교수와 수원대의 주장은 '거짓'이 된다. 수원대는 <오마이뉴스>에서 취재하는 동안 일관되게 "김 교수는 프랫 인스티튜트 석사학위를 취득했다"라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김 교수의 석사학위를 확인했다"라며 "그런 과정도 없이 교수를 임용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프랫 인스티튜트가 디자인학교로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학교를 나온 것이 전임교수 임용에 우선적으로 반영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수원대쪽에 김 교수의 석사학위증이나 석사학위 증명서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지난 23일 "사진을 촬영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석사학위증(증명서)을 보여주겠다"라고 약속했다가, 다음날(24일) "이제는 뭔가 잘못되고 있어서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보여드릴 수 없다"라고 말을 바꾸었다.
그런 와중에 <오마이뉴스>가 프랫 인스티튜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를 26일 알려주자 이 관계자는 "만약 사실이라면 '제2의 신정아 사건'이 될 정도로 엄청난 일이다"라며 "학교에서는 교수 임용을 취소해야 하고, 수사를 의뢰해야 할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석사학위건은 바로 조사할 예정이다"라고 모종의 조치를 암시하기도 했다.
'교수 임용을 위한 학력위조'가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사안이어서 기자는 미국 뉴욕의 한 취재원을 통해 현지(한국시각 26일 저녁)에서 프랫 인스티튜트쪽과 다시 접촉했다. 브룩클린 캠퍼스 등록처(Resister's Office)의 한 관계자는 "김○○ 석사학위를 취득한 적은 없다"면서 "우리의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웹 디자인(Web Design)과 인터렉티브 미디어(Interactive Media)를 배우는 'Continuing Professional Studies'에 참여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2007년 가을학기부터 2008년 가을학기까지 1년간 한국의 평생교육원에 해당하는 Continuing Professional Studies'에서 웹 디자인과 인터렉티브 미디어를 배웠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관계자는 "여기에서는 (수료증 인증과정인) certificate program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의혹의 시작이자 취재의 실마리였던 '링키드인 이력서'와 동일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의혹은 '사실'로 거의 확정되는 듯했다.
극적인 반전 "김 교수의 석사학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