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 <조선일보> 상대 '나홀로 소송' 또 이겼다

대선 전 '6조 넘는 손실' 보도 관련, 항소심 재판부 '정정보도문 게재' 주문

등록 2014.06.27 15:53수정 2014.06.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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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과 관련해 또 정정보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천성산대대책위에 따르면, 지율 스님이 이 신문을 상대로 냈던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는 지난 20일 <조선일보>에 대해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판결했고, 지율 스님은 27일 판결문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 "<조선> 정정보도문 게재해야"

지율 스님은 이 신문이 2012년 9월 18일 보도했던 "도롱뇽 탓에 늦춘 천성산 터널…6조원 넘는 손해"라는 제목의 기사가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냈던 것. <조선일보> 보도 시기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때였다.

이 신문은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국회의원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었을 때인 2004년 8월, 천성산터널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하던 지율 스님을 만나 설득하는 장면의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a  조선일보는 대통령선거 전인 2012년 9월 18일 “도롱뇽 탓에 늦춘 천성산 터널…6조원 넘는 손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는데, 지율 스님이 명예를 훼손했다며 냈던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정정보도문 게재'하라고 판결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선거 전인 2012년 9월 18일 “도롱뇽 탓에 늦춘 천성산 터널…6조원 넘는 손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는데, 지율 스님이 명예를 훼손했다며 냈던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정정보도문 게재'하라고 판결했다. ⓒ <조선일보>


한국철도공단은 부산~대구 구간 고속철도(KTX)를 건설하면서 천성산 구간을 관통하는 공사를 벌였는데, 지율 스님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천성산에 서식하던 도롱뇽을 소송 당사자로 내세워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냈고, 이를 일명 '도롱뇽소송'이라 불렀다.

<조선일보>는 지율 스님의 단식농성과 환경단체의 도롱뇽소송을 언급하면서 "대법원이 2년8개월만에 공사 재개를 결정했고, 당시 1년간 공사가 중단되면 사회·경제적 손실이 2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천성산터널 공사가 늦춰져 6조원이 넘는 손해가 발생했다"는 내용으로 보도했다.


지율 스님은 이 신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조선일보>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다르게 판단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 확정일부터 20일 이내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제시한 정정보도문을 보면 "당시 추산된 사회·경제적 손실 2조5000억원은 공사 중단으로 인해 개통이 1년간 지연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으나 실제로 개통은 지연되지 않았고, 가처분사건이 계속 중인 2년8개월 동안 천성산 구간 공사가 중단된 기간은 6개월이었으므로 6조원 넘는 손해는 발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를 바로 잡는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지율 스님 "실제 손실에서 무려 1000배 부풀려진 수치"

<조선일보>는 지율 스님(천성산)과 관련해 법원 판결 등에 따라 정정보도를 이미 두 차례 냈던 적이 있고, 이번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다.

이 신문은 2006년 6월 2일 "2조 날린 '도롱뇽소송' 3년만에 마침표"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지율 스님이 낸 소송에 대해 법원은 2009년 4월 "실제 공사 중단은 6개월이고, 이로 인해 증가된 공사비용도 145억원에 불과하며, 시공 과정에서 실제로 여러 차례 지하수 유출이 있었음이 확인되어 바로잡는다.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어 지율 스님의 명예를 훼손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정정보도 판결을 하기도 했다.

또 <조선일보>는 2009년 6월 5일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4월 24일 '환경운동의 내리막길은 천성산에서 시작됐다'는 사설과 '고속철 공사 방해 지율 스님 유죄'라는 기사와 관련해, 공사 중단 기간은 1년이 아니라 6개월이고, 손실은 145억으로 밝혀졌으며, 환경영향평가는 자연습지에 영향이 없다고 하였으나 지하수 유출 현상이 여러 차례 있음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지율 스님은 "<조선일보>와 진행했던 항소심 소송에서 승소했고, 이로서 <조선일보>는 세 차례에 걸쳐 반론보도를 싣게 될 상황"이라며 "<조선일보>가 법원에서 진행했던 강제조정을 거부하고, 실제 손실에서 무려 1000배가 부풀려진 이 수치를 놓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보이지 않는 권력'이라 부르는 언론매체를 상대로 나홀로 소송을 계속 진행했던 이유는 '그릇된 것이 가면 바른 것이 나타난다'고 하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소통의 방편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번이나 반론보도를 싣고도 왜곡 보도를 계속하는 <조선일보>와 마주서면서 언론과 싸우는 일이 얼마나 끝없고 지루한 일이며, 진실을 밝히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다"며 "이제  다시는 <조선일보>가 왜곡된 보도로 언로를 막아서서 민심을 이반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이번에도 변호사 없이 '나홀로 소송'을 했다.
#지율 스님 #천성산터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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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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