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잊지않을게'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세월호 전국 도보순례단' 가운데 한 참가자가 27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조문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희훈
이날 오후 12시 30분께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은 서울지역 도보순례단 참가자 25명은 출발에 앞서 분향소에서 약 20분 간 조문했다. 이들은 아이들 얼굴을 기억하려는 듯 영정사진 속 한 명 한 명을 꼼꼼히 눈에 담았다. 참가자들은 조문에 이어 분향소 옆 유가족 대기실을 찾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유족들은 순례단 대원들에게 음료수를 나눠주며 "힘드실 텐데 너무 울지는 마세요, 고맙고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고 최성호군의 아버지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순례 참가자들이) 본인 자녀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고생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며 "저희도 웬만하면 순례단과 일정을 맞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순례단 측에 따르면 유족들은 오는 7일 광주 추모문화제 등 주요 일정에 함께 한다.
도보 순례단에는 21세부터 82세까지, 또 목사와 스님, 주부 등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다리가 약간 불편한 최고령 참가자 김제현씨는 "앞으로 같은 참사가 절대 반복되질 않길 바란다"며 "이 발걸음이 부디 아이들의 영혼을 위로했으면 한다, 나이 때문에 (순례가) 쉽지는 않겠지만 문제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늦깎이 대학원생'이라 자신을 소개한 우아무개(42)씨는 "SNS에서 보고 울컥해서 왔다"고 말했다. 우씨는 "서해 훼리호에 이어 이번에도 똑같은 역사가 반복됐는데, 20년 후에 같은 사고가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있냐"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참여했다, 이번 전국 순례가 이를 촉구하는 또 하나의 흐름이 될 거라고 본다"며 참가이유를 밝혔다.
이날 오후 1시께 합동분향소가 있는 초지동 날씨는 26.5℃(체감온도 27.5℃). 순례단에 함께한 원정(53)스님은 더운 날씨와 충격 탓에 쓰러지기도 했다. 그는 "(분향소에서) 너무 많은 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저 아이들을 못 구한 게 아니라 안 구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유족분들이 너무 젊어서, 그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가실 걸 생각하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