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견적만 천만원... 울지 마라 중년이여

[나이 50, 남자의 '몸'에 대하여] 복부 비만에 탈모까지... 그래도 아직 할 일은 많다

등록 2014.07.10 16:31수정 2014.07.1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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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에 일어나 다리 들어올리기 30회. 벌써 일 년째다. 그런데 들어가라는 배는 그대론데 엉덩이가 예뻐졌다. 이 나이에 예쁜 엉덩이를 어디에 쓰나…. 참 가지가지 한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넋두리처럼 올린 글이다. 아침운동을 시작한 지는 꽤 됐다. 대책 없이 나오는 아랫배를 감추기 위해 힘을 주고 걷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처음엔 조깅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채 100m도 뛰지 않았는데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다리가 상체의 중압감을 견디기 버거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하기 시작한 것이 걷기다. 매일 400m 트랙을 열 바퀴 도니까 4km를 걷는 셈이다. 걷기가 끝나면 벤치에 누워 다리 들어올리기 30회를 한다. 그런데도 흉물스럽게 튀어나온 배는 요지부동이다.

바지가 자꾸 내려가는 현상도 발생한다. 몇 년 전까지 괜찮았는데 왜 그럴까! 바지를 배꼽 바로 아랫부분까지 올려 입는다. 그러다보니 볼록 튀어나온 배 때문에 숨을 쉴 때마다 바지가 조금씩 미끄러져 내려가 엉덩이에 걸쳐진다. 영 볼품없는 모양새가 되기 일쑤다. 뱃살을 빼야 하는 이유다.

나는 50대다. 1961년에 태어났으니 벌써 54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누가 나이를 물으면 한 살 줄여 만 나이로 대답했다. 50대와 40대는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51살이 넘어서자 포기했다. 어떤 구실을 붙여도 50대는 50대인 거다.

청소년 시절, 누가 내 나이를 물으면 두세 살 높여서 대답했다. 어떨 땐 5살까지 높여 말하기도 했다. 나이 많은 사람들과 친구처럼 반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마치 내 스스로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어느 날부터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나이가 됐다.


흰머리 '일제소탕'... 검은 머리카락 뽑으면 페널티!

a  정수리 부분이 훤하다. 흰머리를 자주 뽑았기 때문이다.

정수리 부분이 훤하다. 흰머리를 자주 뽑았기 때문이다. ⓒ 신광태


내 또래에 비해 흰머리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50대 초반부터 생기기 시작한 흰머리, 새치가 아닌 늙음의 상징인 거다. 이에 대해 유독 예민하게 반응했다. 딸과 아들에게 흰머리 한 개 뽑는데 100원씩 주겠다는 조건을 붙여서 '일제 소탕'을 시도하기도 했다. 잘못해서 검은 머리를 뽑았을 땐 가차 없이 개당 200원을 감하는 페널티도 적용했다. 검은 머리카락은 그 무엇보다 소중했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어서 한 모공에서 두 번 빠진 머리카락은 다시 나지 않는다는 거 알아?"

발악을 하는 내가 애처롭게 보였던지 아내는 생긴 대로 살라는 말을 수시로 한다. 그래서일까, 거울로 정수리 부분을 보면 마치 식목일에 나무를 잘못 심은 민둥산처럼 훤하다. 이후 흰머리 뽑기를 중단했다.

얼마 전 머리카락이 유독 심하게 빠져서 대머리에 가까운 후배를 오랜만에 만났다. 갑자기 머리가 좀 달라진 것 같다.

"심었니?"
"아뇨, 얹었어요."

가발을 했다는 말이다. 갑자기 남의 일이 아닌 듯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은 한 선배 직원이 사무실을 돌며 악수를 청했다.

"고마웠습니다."
"아… 네…."

뭐지? 저 사람 아들이 결혼식을 했던가? 아니면 집안 행사가 있었는데 내가 몰랐던 걸까? 순간 머리회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좀 전에 ○○○ 주무관님이 왜 인사하러 온 거지?"
"모르셨어요? 정년퇴직 하시잖아요."

아뿔싸! 가만 생각해보니 직장 내부 알림판에서 본 것 같다. 그런데 뚱하게 "네…" 하고 말아버렸으니 당사자는 얼마나 황당했겠나. 이젠 기억력마저 낡은 형광등처럼 깜박인다.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나 그를 쫓아갔다. "그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의 손을 두 손으로 힘껏 잡았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길어야 6년. 나도 그처럼 왜 인사를 하는지도 모르는 직원에게 악수를 청하는 날이 올지 모르는 일 아닌가.

50대여,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a  초등학교 동창생들, 모두 50이 넘은 나이에 제 잘났다고들 떠들어댔다.

초등학교 동창생들, 모두 50이 넘은 나이에 제 잘났다고들 떠들어댔다. ⓒ 신광태


평소 치과엔 잘 가지 않았다. 겁이 좀 많은 편이다. 이를 뽑는 것도 그렇고, 주사를 맞는 건 죽기보다 싫은 일이다. 그러다 보니 이가 엉망이다. 얼마 전 아랫니가 빠졌다. 발음이 좀 샌다는 생각을 했다. 중요한 건 대화할 때 자꾸 이를 의식하게 된다는 거다. 그것이 결국 자신감 결여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내친김에 치과로 가 견적을 내기로 했다.

"1050만 원인데, 추천을 받으셨으니까 950만 원까지 해드리겠습니다."

친절한 간호사는 '임플란트가 최소 6대는 들어가야 하고 정상인처럼 만드는 데 최소 1050만 원이 들어간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도대체 이게 인간의 구강구조냐?'라는 것 같았다.

"아플까요?"

비용에 대한 걱정이 먼저일 텐데, 아픈지를 물었다. 역시 간호사는 예쁜 이를 드러내며 웃기만 한다. 아프단 의미다.

"그러게 평소에 이 아프면 치과 가라고 내가 몇 번 말했어!"

한동안 설교를 한 아내는 결국 대출을 내잔다. 아이들 학자금을 내거나 옷을 사는 건 아깝지 않은데, 치아 수선(?)을 위해 들여야 되는 돈은 왜 아까운지 모르겠다.

50대 나이. 머리가 빠지고 배가 나오고 이 또한 엉망이 되는 나이. 또 있다. 가슴도 어린 시절 본 우리 할머니 가슴처럼 처졌다. 젊은 날, 배가 나온 사람을 보면 그건 게으름의 결과라 생각했다. 그러나 50대인 내가 직면한 현실을 보면 꼭 게으르기 때문은 아닌 듯하다.

50대여, 희망을 갖자. 육신은 한낱 비곗덩이에 불과하거늘, 왜 그것을 부여잡고 늙음이라 말하는가. 당신이 해야 할 일들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성취감에 가슴 설레 잠 못 이루는 날도 수없이 많을 거다.
#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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