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너머 무지개 빛 꿈을 향하여

[서평] 징검다리 교육감

등록 2014.07.01 16:57수정 2014.07.0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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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교육감은 내 손으로 투표해 뽑은 최초의 서울시 진보교육감이다. 그가 사후매수죄라는 이름도 생소한 죄로 교육감에서 낙마했을 나는 그가 현실을 뛰어넘는 세계를 꿈꾸는 이상주의자라는 확신이 굳어졌다. 그렇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이상주의자였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혁명은 이상주의자에게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곽노현 전 교육감이 높은 이상과 남과 다른 가치를 지녔기에 교육혁신을 꿈꿨고 701일 간 교육의 현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a 징검다리 교육감 곽노현의 교육혁신 701일의 기록

징검다리 교육감 곽노현의 교육혁신 701일의 기록 ⓒ 메디치


징검다리 교육감은 '행복한 교육혁명'을  꿈꾸고 실천했던 701일 간의 기록이자 교육적 성찰을 담은 글이다. 많은 반대에 부딪치면서 자리를 잡은 친환경 무상급식, 보수 진영에게 발목이 잡여 자리를 잡비 못한 학생인권 조례 등 익히 들어 온 논제들만이 아니라 문예체 중심 교육으로 만들어낸 변화 등은 흥미진진했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곽 전 교육감이 물려받은 교육현실에 대한 기록이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득표율 34.34퍼센트로 겨우 당선의 문턱을 넘어선 소수파 진보교육감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 한나라당이 국회와 서울시를 장악하고 있었고 언론은 끊임없이 진보교육감을 흔들어 댈 빌미를 찾고 있었다.

"내가 물려받은 교육청과 학교는 관료제가 철두철미 지배하는 곳이었다. 관료제의 부정적 특징인 무사유, 무성찰, 무비판, 무기력, 무책임이 학교교육에 암처럼 퍼져 있었다. 가장 우수하고 모범적인 집단인 행정공무원과 교육공무원이 가장 낙후한 관료제의 부정적인 속성을 모두 보여주고 있었다. 이는 개인의 인격의 문제도 교육 시스템의 운명도 아니다. 다만 관료주의가 구조적으로 워낙 강하게 뿌리내린 결과, 구성원 각자가 더러는 욕하며 닮고 더러는 익숙해서 저항을 포기한 그런 상황이었다. 교육청, 학교, 교사는 교육부발 관료주의에 의해 작동되는 거대한 톱니바퀴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이상하리만치 완벽하게 맟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이것이 내가 극복해야할 교육현실이었다."

아다시피 교육계와 공무원은 가장 변화가 더딘 그룹이다. 이른바 철밥통이라 그동안 지속되어 온 관행을 깨거나 혁신을 하기보다는 자기 자리에 안주해 적당히 생활하다 퇴직해 연금을 받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교육계의 관료체제의 톱니바퀴는 꼭대기인 교육부에서 교실까지 맞물려 돌아가는 체제였으니 그 체계를 단숨에 바꿔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2부는 공교육의 새 표준을 향하여, 3부는 교육행정의 새 표준을 향하여로 이른바 곽노현표 교육 정책과 행정으로 새로운 교육의 변화와 목표를 담고 있다.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학생과 학부모의 행복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교육 행정가들이나 교사들에겐 더 많은 과제와 창의적 사고와 실천이 요구되니 반발도 만만찮았을 것이다.

공교육의 새 표준을 향한 기록 중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것이 혁신학교다. 혁신 학교는 교사, 학부모 특히 교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 우리 교육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다.


공모제 교장이 근무하는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교장 공모제로 평교사도 관리직인 교장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고 내가 방문한 곳은 평교사 출신 교장이 근무하고 있었다. 열린 교육을 지향하는 터라  급식이나 학교 매점 등 많은 분야에 학부모와 학생들 의견이 적극 반영되니 만족도나 실행 효과도 좋을 수밖에 없다. 학교를 방문해서 급식을 먹어봤는데 교장, 교사, 학생들이 모두 순서대로 줄을 서서 급식을 받아 교장과 학생이 한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는 모습을 보며 혁신교육의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진보교육감인 경기도 이재정 교육감, 인천이 이청연 교육감, 서울시의 조희연 교육감이 혁신학교를 더욱 늘리고 혁신학교  교육 벨트를 구상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을 소개한다.


'혁신학교에서는 과거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결별하고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학교운영의 많은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민주적 결정과 책임의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시와 통보 위주의 교직원회의가 사라지고 진학용 스펙에 불과한 학생회도 사라지고 있다. 교사가 머리를 맞대고 학교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아이 하나하나에 대해 함께 관찰하고 토론하며 생활지도 방향을 정한다."

학생 스스로 내가 다니고 싶은 학교, 배우고 싶은 과목이 가득하다면 학교가 얼마나 재밋고 행복하고 신나는 곳이 되겠는가. 학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내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 직접 보고 계획할 수 있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하며 교사로서 보람을 느끼고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이 넘칠 것인가. 혁신학교는 교육의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의 만족도가 높고 잠재력을 최대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체제다.

교육행정의 새 표준을 향한 길은 관료적 체제에 분야분야를 민주적이고 실질적이 체계로 바꿔내는 작업이라 아직도 갈 길이 멀 것이다. 마지막 4부는 성착과 제언으로 교육개혁리더로 정무직 직선 교육감으로 서찰과 시행착오로부터 얻은 교훈과 성찰을 담고 있다. 13곳에서 진보교육감이 교육감으로 출발을 시작했다.

참교육을 꿈꾸며 성년이 된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하는 현실에서 이상적인 교육의 개혁을 실천하며 가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교육만이 우리 아이들과 우리의 미래의 참된 희망임을 알기에 그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이제 법 전문가가 아닌, 교육계 말석에 이름을 올린자로 필요한 곳 어디든 달려가 자신이 가진 생각과 역량을 나누겠다 약속했다. 징검다리 건너 무지개 빛 꿈을 이루기 위해 달리는 모든 진보교육감에게 힘이 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이루어 놓은 것은 더욱 발전시키고 아직 이루지 못한 것들은 하나하나 이뤄가면서 참교육의 지평을 열어가기를 바라며 이책의 필독을 권한다.
덧붙이는 글 징검다리 교육감/ 곽노현 지음/ 메디치/ 17,000원

징검다리 교육감 - 곽노현의 교육혁신 701일

곽노현 지음,
메디치미디어, 2014


#징검다리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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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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