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몰라주니 굶어 죽더라도 해야지"

[현장] 단식농성 시작한 세월호 유가족들 '건강 적신호'

등록 2014.07.14 22:10수정 2014.07.1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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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규진 의사가 단신투쟁 유족들을 검진하고 있다.
최규진 의사가 단신투쟁 유족들을 검진하고 있다.송지희

의사 : "어머님은 단식 어려우세요. 혈압, 당뇨 둘 다 위험해요."
엄마 : "알았어요. 내가 알아서 할게요."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와 일반인 유가족 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는 14일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또 국회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15명의 가족들이 단식에 들어간다"며 "이제는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고 나섰다.

단식에 앞서 유가족들의 건강을 살펴보던 의사는 한 어머니의 단식을 만류하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세월호 참사로 딸 문지성 양을 잃은 어머니 안영미(52)씨다. 그는 "의사의 권유는 알겠다"면서 "다른 사람이나 검사하라"고 채근했다.

약사 이수정씨(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부장)와 의사 최규진씨(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는 이날 현장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한 유가족 10명의 건강을 체크했다.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혈압과 혈당 관련 약을 복용한 적이 없는 사람들만 단식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90일간 심한 스트레스와 며칠동안의 노숙생활로 누구든 단식은 무리라는 게 의사의 소견이었다.

'지성이 엄마' 안씨는 이미 기도하느라 3일간 금식을 했다. 체력은 이미 고갈된 상태다. '지성이 아빠'도 단식에 참여하고 싶지만 체력이 많이 저하돼 도무지 참여할 수 없어 '지성이 엄마'가 대신 나서게 된 것이다.

안씨는 "내가 할 게 단식밖에 없어"라며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아직도 왜 우리 지성이가 살아오지 못했는지 너무나 억울해 죽겠어"라고 말한 뒤 오열했다.

안씨는 농성 중에도 허리와 다리에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일어섰다 앉았다 하기를 반복했다. 2년 전 허리수술을 받았고, 목에 보조기구를 넣는 수술도 받은 터라 가만히 앉아있는 것은 곤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엄마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뿐"이라며 나선 게다.


곁에서 이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보던 '지성이 아빠' 양호철(가명)씨는 "유실됐던 지성이를 며칠 전 건져 올렸다"며 "어제(13일) 서명운동 끝내고 올라왔는데 막상 올라와 보니, 암만 국민들이 서명을 해줘도 국회에서 과반 이상 통과가 안 되면 아무런 소용도 없으니 이게 뭐냐, 우리가 결국 이렇게 단식농성까지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구소영 양의 아버지 구종희(62)씨도 혈압이 높아 의사가 단식투쟁을 말린 터다. 의사들이 아무리 말려도 유족들의 뜻은 완강했다.


구씨는 "나는 괜찮다, 건강하다"며 단식을 강행했다.

의사가 잔뜩 걱정하고 있는 '소영이 아빠' 구씨는 이날 정오 단식을 시작한 뒤로 저녁 6시까지 무려 6시간 동안 딱 한번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섰을 뿐 단 한번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만큼 가족들은 절박했다.

구씨는 "의사양반한테 내 걱정 말라고 해"라며 "정부가 우리 마음 몰라주니 굶어죽더라도 내 딸 죽은 이유 꼭 밝혀내야지"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덧붙이는 글 송지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입니다.
#세월호 #세월호단식투쟁 #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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