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주장] 나는 무슨 죄고, 박근혜는 또 뭔가

등록 2014.07.17 10:23수정 2014.07.1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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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를 치른 때가 엊그젠데, 우리 지역(충남 서산·태안)은 또다시 국회의원 보궐선거라는 홍역을 치르게 됐다. 7․30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다시금 우리 지역을 손아귀에 단단히 움켜쥐고 있는 본새다. 전국에서 15개 선거구가 보궐선거를 치러 15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데, 그 안에 서산시와 태안군도 이름을 올렸다. 결코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다. 불명예와 연결되는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남경필이나 전라남도 담양군 함평군 영광군 장성군의 이낙연처럼 도지사 자리에 앉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버림으로써 결원이 생겨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경우도 아니다.

또 현역 의원이 사망을 했거나 사임을 해서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선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총선 때 빚어졌던 당선 의원의 선거법 위반 때문에 재판이 대법원까지 올라갔다가 결국 실형 선고로 의원직이 '상실'됨으로써 서산시와 태안군 주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것이다. 그러니 결코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 않는가.

선거운동 제18대 대선 때인 2012년 12월 충남 태안을 찾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함께 읍내 시장을 돌았다. 한 총리는 7.30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맞아 또 한 번 서산과 태안을 찾았다.
선거운동제18대 대선 때인 2012년 12월 충남 태안을 찾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함께 읍내 시장을 돌았다. 한 총리는 7.30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맞아 또 한 번 서산과 태안을 찾았다. 지요하

이번 7․30국회위원 재보선에는 서산시 유권자들도 도리없이 울며 겨자 먹는 고생을 치르게 되었지만, 태안군 유권자들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에도 군수를 다시 뽑는 큰일을 치렀으니, 이번이 두 번째 경험이다. 울며 겨자 먹는 노릇이 한 번도 과한데, 두 번씩이나 그 짓을 하게 됐으니 어지간히 복도 많다. 

올해의 6․4지방선거가 끝나서 결과야 어떻든 한숨 돌리게 된 판국에 다시금 선거 열풍에 휩싸이게 생겼으니, 정말이지 이게 무슨 복인가 싶다. 수많은 유권자들이 지난 6월부터 여론조사기관들의 설문전화 홍수에 시달렸는데, 각 정당과 무소속 입후보자가 결정된 다음부터는 각 선거사무소에서 살포하는 문자메시지와 전화 홍수에 시달리게 된 판이다.

나는 유권자이면서 동시에 선거운동원 노릇도 하고 있으니 고생이 더 크다. 선거운동원 노릇이야 내가 평생 동안 초지일관하는 신념과 가치관 때문에, 또 민주세력과 양심세력의 일원으로 살아온 이력에다가 그것의 의미가 전혀 소멸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발화하는 상황이므로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울며 겨자 먹는 심정은 갈 데가 없다.

선거운동에 가담하기 이전에는 나와 반대 방향에 있는 쪽들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난감함 속에서, 나를 너무도 모른다는 생각에 섭섭한 마음도 컸다. 비록 지역에 붙박여 소시민으로 살아왔지만 평생을 민주세력의 일원으로 처신해온 사람이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지역 언론들에 써온 글들이 수백 편에 달한다. 하나같이 정의와 평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들을 갈구하는 글들이었다. 그런 글을 한 편이라도 제대로 읽고 내 성향이나 본질을 파악했더라면 차마 내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너무도 모른 나머지 대립각이 선명한 사람에게까지 도움 요청을 하니, 민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사사로운 인연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다. 내게 지연이나 학연, 혈연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내게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역사의식이며 대의(大義)다. 사람들 중에는 '역사의식'이라는 말의 뜻을 오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과거의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 속에서 교훈을 얻는 것이 역사의식인 줄로 잘못 알고 있다. 그게 아니다. 역사의식이란 '역사에 대한 사랑'이다. 우리 당대의 역사를 알차고 아름답고 슬기롭게 만들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들이 바로 역사의식의 본령이며 실체다. 그런 역사의식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인권, 진실과 정의, 평등과 평화에 대한 투철한 인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가치관과 신념을 지니고 살기에 나는 오늘도 우리 지역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한복판에서 역사의식의 꽃을 피우기 위해 애를 쓴다. 노고하며 땀을 흘린다. 그러자니 내 고생과 관련하여 한 가지 의문이 강하게 꿈틀거린다.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의문이다.

거듭 말해 우리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군수로 당선되었던 사람이 선거법 위반으로 군수 직을 잃어 재선거를 해야 했다. 그리고 2012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던 사람이 역시 선거법 위반으로 도중하차한 탓에 지금 보궐선거를 치르고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는 뭔가. 지난 18대 대선은 국정원이 개입한 명백한 불법 부정선거였다. 관권부정선거라는 관점이 박근혜의 당선에는 명확하게 결부되어 있다. 그래서 일부 국민들은 그녀가 '가짜대통령'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자질과 자격에 대한 논란도 무성하고, 세월호 참사와 연이은 '인사 참사' 등에서 입증된 능력 부재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냉혹할 정도로 엄정한 선거법이 지방선거 당선자나 국회의원에게만 해당되고 대통령에게는 원천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민주국가의 법률일 수 있는가? 어디에서 형평의 원리를 찾을 수 있는가? 지방선거 당선자와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선거법에 저촉되어 도중하차를 하는데, 관권부정선거가 분명한데도 대통령은 태연히 대통령직을 수행한다면 엄청난 모순과 불합리가 아닌가? 왜 전국 15개 선거구에서 보궐선거를 치르는 국민들은 그 모순과 불합리에는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있는가? 그게 국민주권의 바른 모습일 수 있는가!

이번 7․30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르는 전국 15개 선거구의 유권자들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들이 그런 의문을 갖고 이번 보궐선거에 임하며 주시를 해야 한다. 언론들도 그런 의문을 환기시키는 자세로 선거 보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민은 진정한 역사의식을 지닌 깨어 있는 국민의 길로 진일보할 수 있다. 진일보의 기회를 얻을 수도, 상실할 수도 있는 갈림길이 이번 선거에 달려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태안의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7.30국회의원 보궐선거 #제18대 대선 #선거법 위반 #국정원 개입 #관권부정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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