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교원에서 받은 물건들을 들고 움직이는 할머니들
이경모
16일 아침, ○○사 포교원으로 매일 출근(?)하시는 할머니와 나눈 얘기다. 우리 가게 옆 건물 3층에 할머니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건 지난 1일. 벌써 2주가 지났지만, 할머니들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1시, 이곳을 찾고 있다.
첫날의 기억이 또렷하다. 그날도 할머니 300여 명이 종종걸음으로 포교원을 찾았다. 포교원에 가기만 하면 달걀 한 판을 그냥 준단다. '와! 우리 동네에 할머니들이 이렇게 많이 사셨나' 새삼 놀랐다. 달걀 다섯 판을 가져간 사람도 있다고 한 할머니가 귀띔해준다. 가래떡, 주방세제, 화장지, 키친타올, 옥수수, 각 티슈, 밀가루, 갈치 두 마리, 조기 10마리, 설탕 한 봉지, 김치통 등등. 종류도 다양하다.
"갈치 준다고 해놓고 오후에 또 오래. 비 맞고 여기까지 온 내가 미쳤지."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할머니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전달이 잘못됐나 보다. 얼마나 됐을까. 허리를 거의 펴지 못하는 꼬부랑 할머니가 가게 앞에 있는 내게 전단지 한 장을 내밀며 묻는다.
"노인정에서 받은 건데 여기 종이에 적힌 데가 어디요?" 임대 4개월 해놓고 '개원'이라고?종이 위에는 '축 개원 여성 불자님을 모시고 ○○사를 개원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약도와 문의 전화번호도 있다. 며칠 간 머리를 맴돌던 의문이 한꺼번에 풀렸다.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이렇게 많은 할머니를 한 번에 동원할 수 있었을까. 왜 할머니들, 그것도 거의 일흔이 넘는 고령의 할머니들만 모셔 오는지 궁금했다. 젊은 아주머니나 아저씨, 할아버지는 포교원에 들어갈 수 없다. 여기서 그 행태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