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에서도 '노란봉투의 기적' 만들 수 있다"

[인터뷰] 쌍용차해고 노동자 김득중 후보... 7·30재보궐 평택을 출마

등록 2014.07.18 15:41수정 2014.07.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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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득중 후보 필승 다짐하며 시민과 함께 '찰칵' 평택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 앞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시민들의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김득중 후보 필승 다짐하며 시민과 함께 '찰칵' 평택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 앞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시민들의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 유성호


7·30 재보궐 선거 평택을에 출마한 김득중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인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쌍용차 문제, 용산참사,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 모두 여야의 합작품"이라며 "이번 선거에서는 성장과 개발 이면에 있는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물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유의동 새누리당 후보와, 정장선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인터뷰에서 "평택을 기업의 도시, 개발과 성장의 도시로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첫 발자국을 밟고 싶다"라며 "이 메시지가 얼마나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지 모르겠지만, 이곳에도 '노란봉투'와 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는 최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가압류가 떨어진 것을 계기로,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함께 해결하자는 취지의 운동이다. 한 시민이 시사주간지 <시사in>에 4만 7천원을 보낸 것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4만 7천여 명이 참여해 14억 7000만 원을 모급했다.

다음은 김득중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번 국회에서 출마기자회견을 할 때는 작업복을 입었는데 오늘은 입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는 없다. 작업복을 입으려면 주민들에게 왜 이 옷을 입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만나는 대상이 노동자나 같이 활동한 단체 분들이라면 그렇게 입고 가도 서로 공감대가 있지만, 주민들은 그렇지 않다."

- 그것이 그동안 해왔던 투쟁과 선거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까?
"5년 동안의 투쟁은 선전선동이었다. 정치권이나 회사를 상대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선거 공간은 그렇지 않다. 내가 아무리 옳고 강한 주장을 하더라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그동안 경직되고 딱딱한 투쟁의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 평택은 후보에게 어떤 도시인가?
"평택에서 나고 자라 20대 때 쌍용차 공장에 갔다. 쌍용차는 청춘을 바쳤던 곳이다. 노동의 보람과 선후배 관계, 가족관계, 공동체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곳이 평택이다. 한편으로는 2009년 옥쇄파업 중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에서 느낀 좌절도 이곳에서 맛봤다. 그러면서도 그때 주장했던 '함께 살자'는 절박함을 갖게 한 것도 이곳 평택이다. 이제는 내가 노동자로서 정치참여를 결심하게 된 곳이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 출마 결정까지의 과정은 어땠나?
"내가 후보로 나가겠다는 고민은 하지 않았다. 쌍용차 문제가 풀리지 않았고, 정치권은 형식적인 역할만 했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6.4 지방선거 때 강정마을과, 용산참사대책위, 밀양대책위, 쌍용차지부가 모여서 각자의 상황을 대변할 수 있는 전략후보를 내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잘 안됐다. 각 지역이 분산돼 있고 후보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 논의는 중단됐지만 이후에 평택에 7.30 재보궐선거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논의가 됐다.

한 번에 결정되진 않았다. 국회의원 선거인데다 선거 경험도 전무하고 재정과 조직 문제 때문에 결정이 상당히 어려웠다. 여러 차례 내부토론이 있었다. 토론 과정에서 정리해고 문제로 상징되는 쌍용차지부가 지방선거 때 함께 논의했던 다른 곳의 아픔까지 함께 이야기 하고 복합적인 의제로 확장시켜 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거기에 최근 세월호 문제까지 포함해서 노동자와 서민, 고통받는 국민들을 대변해보고자 한다."


- 후보로 지부장이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선거에 나가는 걸 결정했고, 그 다음은 '누구를 후보로 할 것이냐'가 문제였다. 지부장이 이 문제에 총대를 메고 책임을 다 해야 진정성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새정치연합과 야권 단일 후보 생각해본 적 없다"

a 평택을 김득중 후보 출정식 7·30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에서 열린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 출정식에서 선거운동원과 지지자들이 김 후보의 연설을 경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평택을 김득중 후보 출정식 7·30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에서 열린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 출정식에서 선거운동원과 지지자들이 김 후보의 연설을 경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 유성호


-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렇다 해도,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은 쌍용차 문제에 진정성있게 접근했다. 기존정당이 아닌 무소속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특별한 이유는 없다. 내가 소속된 당이 없으니 무소속이다. 예전에는 민주노동당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엔 정말 열성당원이었다. 땀 흘려 일한다는 희망, 지금 이 얘기를 듣기만 해도 전율이 온다. 당시에는 지역위원회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 그러나 2008년, 첫 분당을 겪고 나서 마음의 갈등이 생겼다. 당에 남는 자가 옳은가 떠난 자가 옳은가가 문제가 아니라 함께 뭔가를 이루고자 했던 사람들이 분열되고 갈렸다. 그때 시간 두고 지켜봐야겠다라는 심정이 들었고, 지금까지 당적이 없다.

한편으로는 무소속의 김득중,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득중이기 때문에 4개 야당이 지금처럼 힘 있게 결합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만약 특정정당으로 출마를 하려고 했다면 지금까지 계속된 갈등과 분열로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 새정치연합까지 포괄한 야권 단일 후보는 생각해본 적 없나?
"전혀 없었다. 정장선 후보 본인이 3선이었기 때문에 인지도나 여러 가지 측면을 보더라도 선거에는 당연히 나오는 상황이었다. 야권단일화는 역시 안 할 거라 생각한다. 또 새정치연합이 들고 나온 지역 개발정책도 우리와 맞지 않았다."

- 쌍차 투쟁이 햇수로 6년째다. 그동안 옥쇄파업, 대한문 농성, 철탑고공농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싸워왔다. 이번 선거 출마도 그런 투쟁의 전략으로 볼 수 있나?
"'전혀 아니다'라고 말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게 '전부 다'라고도 말 못한다. 정치는 우리의 바람과 다르게 어긋나고 있고 시간은 가고 있다. 노동자들의 외침은 견고한 양당정치 공간 때문에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선거는 야4당을 포함해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김득중의 입으로 대변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선거에 임하고 있다."

- 정치활동에 나서는 건 처음이다. 선거 이후에도 정치활동을 계속 하는 건가?
"이번에 당선될 거라 이후에 뭘 할지는 고민 안 한다.(웃음). 당선이라고 생각하고 선거당일까지만 계획이 있다. 이후의 문제는 그 이후에 생각하려 한다. 일단 당선을 위해 선거에 최선을 다하고, 당선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 나갈 것이다. 그 결과가 뭐든 어떻게 주어지든 시민들에 맡겨야 할 것이고, 이후의 문제는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

-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이번 재보궐 선거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는 말이 많다. 후보는 이번 선거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나?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정권 심판론'으로 이번 선거의 의미를 잡고 싶겠지만, 이미 야권의 무능함 때문에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다시 살아나지 않았는가. 나는 두 당이 똑같다고 생각한다. 여당은 주범이고 야당은 공범인 셈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쌍용차 문제, 용산참사,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 모두 여야의 합작품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성장과 개발 이면에 있는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물어야 한다."

"정치성향 차이로 논쟁하던 가족들도 지지"

a 김득중 후보 "기호 5번 기억해주세요" 평택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 앞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자신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나선 용산참사 유가족과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함께 손바닥을 펼쳐보이며 기호 5번을 알리고 있다.

김득중 후보 "기호 5번 기억해주세요" 평택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 앞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자신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나선 용산참사 유가족과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함께 손바닥을 펼쳐보이며 기호 5번을 알리고 있다. ⓒ 유성호


- 결국 선거는 후보를 보고 찍어야 하는데, 김 후보는 정당도 없고 정치경력도 없다.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지 보여줘야 선택받을 수 있을 텐데, 후보의 어떤 능력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나?
"정책이 머리에서 나오느냐, 마음에서 나오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후보가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그 공약을 지킬 수 있는지를 다 말해 준다. 정책의 실현가능성은 후보가 살아온 면면에 있다. 정치경험이 풍부하지 않다고 하지만, 내가 살아온 삶의 면면을 보면 그렇지 않다.

공장에 들어가고 12년 동안은 현장에서 공동체를 실현했고, 지역 현안을 함께 다뤄왔다. 또 지난 5년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곳에서 연대해 왔다. 밀양같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국책사업에서도 한 가운데 있었다. 그런 점들이 다른 후보와 구별되는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 출마 선언 이후 인상적이었던 지지자가 있었나?
"가장 큰 변화는 가족들이다. 우리 가족 중에는 '묻지 않고 무조건 1번'인 분들이 계셨다. 민주노동당으로 활동할 때는 그것 때문에 가족 사이에 논쟁도 있었고, 명절 때마다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생활과 세대차이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족들이 더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서주신다. 제아무리 핏줄이라고 해도 그렇게 하기가 어려운데 말이다. 지금까지 투쟁활동을 이어오다 선거 나간다니까 진정성을 알아주시는 것 같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정작 정치에는 서로의 공감대를 만들지 못했던 가족들이 달라졌다는 게 가장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 부인과 아이들은 뭐라고 했나?
"출마 문제를 처음부터 같이 논의해 결정하지 않아 힘들어했다. 또 본인도 나와서 운동해야하니까 고민이 생겼을 거다. 사실 후보 수락할 때까지 정말 고민이 많았다. 그냥 도망가 버릴까, 아침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부인이 운동에도 나서게 되니까 나보다 몇 배의 중압감을 갖고 있을 거다. 부인에겐 정말 미안하다."

- 최근 '노란봉투'로 많은 시민들이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기적'이라고도 하는데, 평택에서도 '노란봉투의 기적'이 가능할까?
"그렇게 만들기 위해 마음먹고 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 너무나 따뜻한 마음과 손길을 내미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지난 투쟁과정에서, 이번 노란봉투에서, 선거운동에서도 확인했다. 선거비용이 문제였는데 십시일반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다. 

6.4지방선거를 보면 평택이 상당히 보수화됐다. 평택을 기업의 도시, 개발과 성장의 도시로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첫 발자국을 밟고 싶다. 이 메시지가 얼마나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지 모르겠지만, 이곳에도 노란봉투와 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 만나신 주민들에게 후보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인물 훤칠하다, 잘생겼다'는 반응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기분이 나쁘진 않다. 좋은 말씀 해주신 거니까. 다만 내 얼굴, 외모만 보지 않고 저의 진정성과 마음을 같이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 가지고 있는 스펙보다 이 후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봐주셨으면 한다."
#김득중 #평택 #재보궐 #새정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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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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