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의 명물, 커피 - 원두가 콩처럼 둥근 코스타리카산 피베리(Peaberry) 는 뛰어난 맛과 향 덕에 비싼 가격에 팔린다.
김동주
딱히 한국처럼 거리에 카페들이 보이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어디서 이 수많은 커피들이 소비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 만큼, 시장의 한쪽에는 온통 커피와 원두를 가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커피를 별로 즐기지 않아 이집 저집 그저 곁눈질을 하고 있던 차에 덜 붐비는 가게의 주인장이 나를 보더니 대뜸 손을 펴보란다.
"이게 피베리라네 친구. 내가 장담하는데 전세계 어디서도 이거보다 맛있는 커피는 못 구해."코스타리카의 사람들은 마치 유럽에라도 온 듯, 식후에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신다. 국토 전체에 걸쳐 우림과 화산이 발달한 비옥한 토양과 고산지형은 커피가 자랄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인 것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커피를 갈러 온 사람들은 세련된 여행객이 아닌 그저 동네주민들이었는데 꼭 나 같은 여행객의 손 위에는 어김없이 '피베리'라는 원두가 올려져 있었다.
'피베리(Peaberry)'란 커피 생두 모양이 완두콩 모양인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가 보통 접하는 생두는 한 면은 둥글고 다른 면은 평평한데, 피베리 생두는 완전히 둥글다. 커피 수확 시 피베리의 수확률은 10%가 채 안 되고 그 맛과 향이 탁월하다고 한다. 어느덧 주인은 피베리를 갈아 만든 커피 가루까지 꺼내보였다.
곱게 갈린 원두를 대체 어떻게 먹을지는 나중의 문제고 나는 주인의 정성이 담긴 커피 한 봉투를 사버렸다. 추출을 할 수 없으니 지금 한 잔만 내려달라고 그에게 부탁했다. 유럽을 떠난 후로 3개월 만에 맛보는 커피를 쪼르륵 따르는 소리가 정겹다.
커피를 코 끝으로 가져가 한 모금을 머금었다. 혀를 굴려 맛을 찾아내는 일은 나에게는 무리다. 만일 누군가가 나에게 '코스타리카 커피 어때?'라고 물어본다면 그 맛을 내가 먹은 케냐와 에콰도르산 커피와 비교할 능력이 없다. 그렇지만 산호세에 가서 커피를 맛보지 않는다면 당신은 바보다. 맛을 모른다고 해서 어찌 혀끝에 처음으로 닿던 그 순간을 잊겠는가.
어쩌면 이 곳의 사람들은 이 순간에 중독되어 '푸라 비다'를 외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향긋한 바람냄새에 복잡한 것들은 실어 보내고 말이다.
간략 여행 정보 |
코스타리카의 수도인 산호세까지 미국 LA나 멕시코시티에서 TACA 항공을 이용해 갈 수 있다. 중앙 아메리카의 다른 도시들은 무더운 아열대인데 비해 산호세는 상대적으로 고산지대라 덜 습하고 덜 더운 편이다. 뿐만 아니라 나의 우려와는 달리 코스타리카는 중미에서도 치안이 양호한 나라로 손 꼽힌다. 어디선가의 조사에 의하면 '국민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나라' 1위에 뽑힌 경력도 있으니 그 사실에는 거짓이 없다. 사람들은 여유롭고 '푸라 비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산호세는 무엇이든 과하지 않은 유럽의 소도시 같은 느낌이 든다. 시장과 교회, 박물관들을 둘러보며 이들의 여유로움을 한 수 배우는 것이야 말로 산호세를 즐기는 방법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스타리카산 커피는 마트를 비롯해 어디서든 구매할 수 있지만 커피를 가는 기계가 있는 곳에서 그 광경을 보는 것도 재미다.
좀 더 자세한 산호세 여행기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자. http://saladinx.blog.me/3015455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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