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등교' 추진을 약속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유성호
하지만 등교시간만큼은 참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위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우리 학교 등교시간은 8시 10분인데, 중학교 시절 8시 40분보다 30분이나 일렀기 때문에 상당히 고생을 했다. 자꾸 지각을 하다 보니 항상 먹던 아침은 먹지 않고 바로 학교로 가게 됐고, 부모님과의 대화 빈도도 확실히 줄었다.
그렇게 보자면 이와 같은 등교시간 변경도 똑같은 '생활 패턴의 변화'이니 문제가 되지 않겠는가? 사실 초·중·고등학교 시간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이다.
둘째, 맞벌이 학부모들의 출퇴근 걱정. 처음 이 내용을 접하고 '도대체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 여러분들께 묻고 싶다. 맞벌이 하는 학부모들은 다 학생들을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고 출근하는 것인가? 사실 이것이 '걱정거리'가 되는 학생들은 잘해봤자 초등학교 저학년들 정도다. 그것이 문제가 되는 학생들에 대한 대책만 세우면 되는 것인데, 마치 그것 때문에 모든 학생들의 9시 등교가 문제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9시 등교라고 해서 9시 전에 등교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다. 회사 출근시간이 9시라고 해서 8시 40분에 출근한 사람을 회사 문 밖에 세워두지 않는 것처럼. 학생을 일찍 등교시키고 출근해야 하는 부모들은 9시 전에 등교시켜도 된다는 말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학력 저하. 세 가지 이유 중에 가장 어이없는 것이다. 학력 저하를 이유로 9시 등교를 반대하는 분들에게 질문하고 싶다. 그래서 학교 수업시간이 줄어드는 것인가? 어차피 한 학기 동안 들어야 할 수업일수와 과목별 수업시수는 정해져 있다.
등교시간이 늦어져도 하루 동안 받아야 되는 수업의 수가 줄어들지는 않는 만큼, 하교시간 역시 늦어질 수도 있다. 수업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데, 무슨 학력 저하가 있겠는가. 설마 아침에는 공부가 매우 잘되고, 오후에는 잘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제발 '아직도' 강제로 하고 있는 야간자율학습부터 금지시켜라. 공부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데 말이다.
오히려 아침에 일찍 등교하게 되면 수면 부족이 발생해 공부 효율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010년 발표된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체리듬은 21살 전후로 변하는데 그 전까지 아이들은 어른보다 생체리듬이 2~4시간 늦어 어른과 비슷하게 일과를 시작하면 그 효율이 떨어지게" 되고, "특히 요즘 청소년들은 잠자리에 늦게 드는 경향이 있어 아침에 일찍 등교하게 하면 수면부족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진정 성적을 향상시키려면 되레 등교시간을 늦춰야 하는 것이다.
9시 등교 정책에 대한 보수세력의 반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냥 모양을 보면 진보 교육감들이 교육개혁 정책을 추진하니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저지하겠다는 것 같다. 물론 반대는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괜히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학생들과 학부모를 반대의 '핑계 거리'로 삼지는 말길 바란다. 반대를 한다고 해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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