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밖에서 과제 하는 학생... 대학교 '출입통제' 논란

전남대·부산대 등 안전문제 이유로 야간·휴일 출입통제... 학생들 '반발'

등록 2014.07.26 11:06수정 2014.07.2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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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대학교 사회대학 건물
전남대학교 사회대학 건물김태현

대학생들이 자기 학교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가 없다? 언뜻 들으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 한 국립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지난 11일 광주에 있는 전남대학교 사회과학대학(아래 사회대)은 소속 각 학과실에 "전 출입문에 보안장치를 보수하는 작업이 완료되면 앞으로 주말에는 학부생들의 출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통보했다. 사회대 학생들은 반발했고 현재 '주말 출입통제'는 일단 보류된 상태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사회대 행정실은 출입제한 통보를 하면서, 주말에 학생들이 이용할 때 생길 수 있는 안전문제와 외부인의 무분별한 출입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을 이유로 들었다. 행정실 한 관계자는 최근 <광주드림>과 한 인터뷰에서 "정상대로 하면 모든 출입문이 주말에는 잠겨야 하고, 이번 보수작업은 원칙대로 하려는 것일 뿐 기존에는 개방했다가 이제 못 들어오게 하는 차원이 아니다"라면서 학생들은 주말에 학교 건물에 출입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사회대 학생회장 김승호(24·남·문헌정보학)씨는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주말에도 공부나 과제 회의를 하거나 학생회 비품을 사용하는 등 사회대 건물 이용은 자연스럽게 필요하다"라며 "학교에서는 정당한 사유일 때만 허락한다고 하는데 정당한 사유라는 기준 자체가 애매하다"라고 말했다.

사회대 예비협회장 강수람(24·남·사회학)씨는 "학교와 의견을 조율하면서 '불미스러운 일이나 안전사고가 생기면 학생회가 책임질 것이냐'라는 이야기도 나왔다"면서 "결국은 관리책임을 손쉽게 회피하기 위해서 나온 대책이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반발에 사회대 행정실은 건물 출입통제 조치를 보류했다. 하지만 사회대 학생회에 따르면, 사회대 행정실은 '출입통제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주말에도 학생증으로 출입할 수 있게 해달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주말에도 사용이 필요하다면 미리 허락받아 출입은 가능하겠지만, 학생증으로 출입을 허용한다면 관리통제의 효과가 없지 않느냐'며 여전히 출입통제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 안전관리·외부인 통제 등 이유로 건물 출입통제

 전남대학교 사회대학 건물 입구
전남대학교 사회대학 건물 입구김태현

전남대학교의 이러한 주말 출입통제는 사회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전사고 예방, 질서유지 등의 이유로 경영대·인문대 건물, 학생회관 역시 학생들의 주말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경영대 건물은 주말에는 물론 평일에도 야간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동아리방이 모여 있는 제1학생회관도 오후 10시경에는 폐쇄된다. 인문대의 경우에는 지난 5월 건물 내 학생회실 및 동아리방 안전관리 수칙이 정해져 통보됐다. 인문대 행정실은 학생회실의 이용시간마저 제한한(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요일은 폐쇄) 안전관리 수칙을 건물에 부착했다.

이에 대해 인문대 한 학우는 "학생회실은 각 학생회들의 자치활동을 위한 공간이다. 그러한 공간을 통제하려는 것은 학생 자치를 통제하려는 것이다"라면서 "학교 측이 말하는 안전관리의 필요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시간통제나 주말폐쇄 등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라고 밝혔다.


자연대 역시 건물 출입통제로 학생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그러나 올해 학생회의 노력으로 출입문제가 해결됐다. 주말에도 출입을 원하는 학생들은 학기마다 보안등록을 신청해서 학생증으로 출입이 가능하도록 한 것. 현재 자연대 재학생 1600여 명 가운데 650여 명이 등록해 사용 중이다.

학생회실 관리수칙 인문대 행정실에서 게재한 인문대 각 과 학생회실 관리수칙
학생회실 관리수칙인문대 행정실에서 게재한 인문대 각 과 학생회실 관리수칙김태현

이 같은 합의를 이루기까지는 많은 난항이 있었다. 자연대 학생회장 정상엽(28·남·지구환경과학)씨는 협상이 난항을 겪었던 이유로 "자연대 주말개방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나 행정적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행정실이 학생들을 믿지 못했던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학생들의 시설물 이용권리는 전남대학교 학칙에 명시되어 있다. 특히나 자연대3호관은 학생회실, 동아리방, 사물함, 도서관 등이 모두 있는 곳"이라면서 "교수와 대학원생은 출입이 되는데 학부생만 통제하는 것은 학부생들을 믿지 못하고 예비 범죄자로 보기 때문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전남대 학칙 제4장 76조 1항에는 "학생은 학칙 등 제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을 받을 권리와 학교시설을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총학생회 대학교육위원회 실장 양군재(27·남·경영학)씨 역시 비슷하게 분석했다. 그는 "(학교 측은) 학생들을 대등한 주체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안일하고 원시적인 방법만을 떠올리는 것이다"라며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학생들을 아예 출입 못하게 한다는 발상은, 마우나리조트 붕괴참사 이후 오리엔테이션를 금지시키고, 세월호 참사 이후 수학여행을 금지시키는 것과 똑같다"라고 학교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고등학교 때는 억지로 야간자율학습까지 시키면서 학교에 남아 있으라더니 대학교에서는 오히려 사고 치지 말라며 학교에 오지 말라고 한다"라며 "교육기관들이 학생들을 미숙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야간에는 건물 밖에서 과제 하기도... "낮에 사고 나면 휴교할 건가"

건물 밖에서 과제 하는 미대생들 학교의 야간잔류금지 방침으로 미대 건물 앞 로비에서 작업 중인 부산대 학생
건물 밖에서 과제 하는 미대생들학교의 야간잔류금지 방침으로 미대 건물 앞 로비에서 작업 중인 부산대 학생부산대 총학생회 제공

이런 문제는 비단 전남대학교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부산대학교 학생들도 올해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4월 26일 부산대에서는 밤늦은 시각 학내 성추행 사고라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경찰 수사 한 달 만에 범인이 잡혔다. 자연스럽게 학내에는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런데 대학본부의 해결책은 모두를 당황시켰다. 바로 밤늦게 학교에 남아있는 학부생들을 내쫓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부산대 총학생회는 "낮에 사고가 나면 휴교를 하실 겁니까?"라면서 학생들을 통제하는 대학본부의 해결책을 비판했다.

총학생회는 "학교를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대학본부의 역할"이라면서 "방범시설 확충, 경비체제 강화 같은 방안은 없이 교수, 대학원생은 상관없이 학부생들만 야간잔류를 금지시키는 것은 학생들에 대한 책임전가"라고 말했다. 결국 총학생회는 시험기간에 야간잔류를 금지해서 공부할 곳이 없어진 학생들과 함께 학교본관에서 같이 공부하는 '본관공부방'을 운영하는 등의 투쟁을 전개했다.

그러나 아직도 야간잔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승백 부산대 총학생회장(27·남·법학)은 "정작 불미스러운 일(성추행 사건)은 학부생이 일으킨 것도 아니었다"라며 "학교가 학생들의 안전한 환경, 학생복지 문제가 아니라 대외 이미지나 당장 보이는 해결책만 신경을 쓰니 학부생들만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산교대 역시 5월 9일 학교의 출입문 중 하나인 '쪽문'을 5월 20일부터 폐쇄한다고 통보했다. 학내 교수학습지원관 증축공사로 인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쪽문은 생활관 뒤편에 위치한 아파트단지와 정문 앞 부산지하철 1호선 교대앞역 간의 이동로로, 부산교대 학생뿐만 아니라 주변지역 초·중·고교 학생들과 출퇴근하는 주민들도 자주 이용하고 있다.

부산교대 총학생회 측은 "학우들이 공부, 알바, 과외 등의 일과를 끝내고 기숙사로 귀가하는 시간인 자정까지는 쪽문을 열어야 한다"고 학교와 맞섰다. 총학생회는 쪽문 유동인구 카운팅을 비롯해 지역주민들과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활동을 했다. 결국 학교는 일방적인 쪽문폐쇄 결정을 철회했고, 6월 24일부터 학생들의 요구대로 기숙사 개방시간과 동일하게 쪽문을 개방하기로 했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서 장민규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의장(25·남·전남대 임산공학)은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보장하고 장려하는 것이 대학이라는 공동체의 역할이 아닌가"라며 "학생들을 공동체의 일원이 아닌 아직 미숙하고 사고뭉치인 관리할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연한 대화를 요청하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 현실이 아프다"라고 진단했다.
덧붙이는 글 김태현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통신원입니다.
#전남대 #학생자치 #대학교 #자치탄압 #출입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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