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부평공장 일부 전경.<시사인천 자료사진>
한만송
고용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사의 미래발전전망 확보를 주요 목표로 내건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지부장 정종환·이하 노조)의 임금·단체협약(이하 임·단협) 투쟁이 '통상임금'이란 블랙홀에 빨려들고 있다. 이에 대한 조합원들 사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23일, 2014년도 임·단협 교섭 20차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사 쪽은 기본급 4만 2346원(호봉 승급 1만 1511원 포함) 인상, 성과급 400만 올 연말 지급을 제시했다. 임·단협 타결 즉시 격려금 400만원도 지급하겠다고 했다.
또한 회사 쪽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을 8월 1일부터 적용하자고 했고, 이에 대해 노조는 올해 1월 1일부터 소급 적용해야한다는 의사를 재차 밝혔다. 특히 노조는 생산물량 축소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군산공장과 부평2공장의 생산물량 확보 방안을 제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세르지오 호샤(Sergio Rocha) 한국지엠 사장은 '기본급과 성과급은 총체적 경쟁력을 고려한 것이고, 미래발전전망에 대해서는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며 긍정적 제안을 만들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임·단협 투쟁에 나선 노조의 각오는 남달랐다. '임·단협 투쟁 승리를 위한 전진대회'를 지난달 전체 공장에서 진행했다.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고용불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지난해 2월 부평공장을 방문한 팀리 지엠(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향후 한국지엠에 5년간 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지엠의 고용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지엠이 '군산공장에서 생산한 쉐보레 차종의 유럽 수출을 포기한다'고 밝힌 뒤 군산공장 가동률은 많이 떨어졌다. 군산공장의 고용불안은 창원과 부평공장까지 확산됐다. 과거 '대우차'시절 엔진 생산으로 일거리가 가장 많았던 엔진구동의 경우 신 모델을 투입하지 않아 고용 불안을 겪고 있다.
정종환 지부장은 지난해 선거에서 회사의 미래발전전망 확보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여기에 조합원들이 거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올해 임·단협 교섭에 통상임금 문제가 등장하면서, 미래발전전망의 핵심인 생산물량 확보 방안을 쟁점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조합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전임 노조 집행부였던 한 조합원은 "통상임금과 관련해 당연한 조치임에도 회사는 선정을 베풀듯이 하고 있다"며 "안타깝게도 노조가 회사 논리에 빨려들어 장기적으로 생산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이슈 등을 선점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조합원 박아무개씨는 "이미 현장에서 임금 인상과 성과급의 폭에 대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적당히 받고 물러나면, 군산공장 등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