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세계대전 당시 장교로 근무했던 몬테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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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후 몬테그는 전투장교에서 정보장교로 보직이 변경된다. 그 후 그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2년 동안 자신의 기자 경험을 살려 서부전선에 대한 전쟁 기록을 남기는 일을 맡게 된다. 또한 전쟁 기간 중에 참호를 방문한 영국 수상 데이빗 로이드 조지, 프랑스 수상 조르즈 클레망소, 영국 작가 조지 버나드 쇼우, H. G. 웰즈의 전방 참호 안내를 맡기도 한다.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몬테그는 <맨체스터 가디언>에 복직해 1925년 은퇴할 때까지 편집자로 근무한다. 그는 1922년까지 자신의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철학적 사색을 담은 수필집 <환멸>과 두 권의 소설 등을 발간한다. <환멸>을 통해 몬테그는 1차세계대전을 가차 없이 비판한다.
"우리는 전쟁에서 이겼지만 인간으로서는 실패했다. 전쟁 기간 동안은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젊은이들의 청춘은 무너져갔고, 친구들은 죽어나갔고, 여성들은 후방에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고통과 피땀이 넘쳤고 모든 것은 암흑 속에 빠졌다. 많은 사람들은 전쟁에게 사기 당한 것이다."<환멸>은 전쟁의 비인간성과 모순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고발한 수필집으로 오늘날 영국 전후 문학의 중요한 문헌 중 하나로 평가된다.
몬테그 기자는 영국이 1차세계대전에 참전하는 것을 늘 반대해왔다. 하지만 영국이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전을 결정하자 그는 국방부를 압박해 입대 연령이 넘은 자신의 나이를 속이고 전투병이 된다. 몬테그의 삶과 행동의 궤적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솔선수범해 자신의 몸을 던진 모범적 지식인이자 이상적 사회지도층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들을 베트남에 보낸 장준하우리 현대사에도 몬테그 같은 인물이 있었다. 바로 장준하 선생이다. 장준하는 평소 한국군의 베트남전 파병을 적극 반대했다. 그런 와중 1964년 박정희가 베트남전 파병을 결정하자 장준하는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아들 장호권을 베트남 전쟁터로 보냈다. 장호권은 베트남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고, 부상까지 입었다.
박정희 정권 당시 베트남전쟁 파병을 지지한 여당 공화당 의원 중 아들을 베트남에 보낸 이는 없었다. 장준하 역시 이런 사실을 무척 잘 알고 있었다.
"여러분 주변의 고관 자식이 파병된 사람이 있는지 보았습니까? 병역법을 수차 개정해놓고 병역 미필자가 외국 유학을 갔는데 그가 바로 국방부장관 아들입니다."(장준하 관련 국정원 존안 자료 중 신민당 부산 유세 1967년 4월 15일 오후 2시 47분~ 오후 3시 20분 기록)평소에 베트남전 파병을 적극 반대했지만 참전이 결정되자 국회의원으로써 자신의 힘을 이용해 아들을 베트남에 보낸 장준하. 그의 주변에서는 "파병에 찬성한 여당 의원들도 자기 아들을 베트남전에 안 보내는데 파병에 반대한 장 의원님이 왜 아들을 베트남에 보내요?"라고 만류했다고 한다. 그때 장준하는 "남의 귀한 아들은 총알받이로 전쟁에 보내고 내 아들만 안 보낼 수가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사회지도층의 병역 기피가 만연하고 군 의문사가 끊이지 않는 한국. 이런 나라에서 군 인권 문제가 전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육군 28사단에서 구타 및 가혹행위로 한 장병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열악한 군 인권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은 불가능한 걸까.
사랑하는 아들이 군대에서 맞아 죽는데 나라의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이라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람 살기 좋은 나라, 사람 살기 좋은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몬테그와 수많은 장준하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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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해외입양 그 이후],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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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보내달라"고 한 47세 기자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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