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연애도 돈으로 하는 거다

삼포세대의 우울한 고백... 돈 때문에 그녀와 헤어졌습니다

등록 2014.08.11 11:21수정 2014.08.1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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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진흥법을 허하라 돈 때문에 삼포 세대가 된 청년들을 위해, 연애진흥특별법을 제정하라 ⓒ 픽사베이


나도 애인을 갖고 싶다.


지난 주말 새벽, 아라뱃길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가지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친구들 중 몇몇은 자신의 애인을 데려와 인사시킨다. 부럽다. 어느 덧 솔로 생활을 한지 3년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 왜 안 생기는 걸까? 2년은 군대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나머지 기간은 왜일까? 이런 물음을 가지며 나도 모르게 씁쓸해졌다. 불금도 아니고 불토를 달리는 회사 동기와 얘기를 나눴다. 24살의 이 동기는 클럽에 있었다. 자연스레 농담처럼 말을 꺼낸다.

"거기 물 좋아?"

연애는 돈으로 하는 거다

최근까지 만나던 사람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다. 어린 나이에 비해 생각도 깊었다. 무엇보다 첫 만남 자리에서 정책과 정치를 논할 수 있는 여자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평소 스스로를 중도 좌파라고 지칭하던 내가 보수적인 그녀를 보고 반하게 됐다. 정치 성향이 다름에도 스스로의 정치색을 자각하고 뚜렷이 밝히는 지적 매력때문이었다. 나이가 어리다는 핸디캡(?)에도 난 그녀와의 만남을 이어갔다.

하지만 고작 2주일 만에 그녀와의 만남을 그만뒀다. 돈. 돈이 문제였다. 밥이라도 한 끼 먹으려면 기본적으로 만 원은 넘게 들었다.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 8천 원이 우스웠다. 둘이서 영화라도 한 편 보면 2만 원이다. 그녀를 만나는 2주 동안 내가 쓴 금액은 18만 원이 넘었다. 실질적으로 만났던 날이 5일 밖에 안됐던 것을 감안하면 정말 많은 돈을 썼다. 문제는 나만 그렇게 쓴 것이 아니었다. 그녀도 나만큼,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많은 지출을 했다. 그렇다. 사랑은, 연애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돈이 있어야 했다.


"연애 그것도 돈이 필요한 거라..."

클럽에서 즐기고 있는 내 동기에게 카카오톡으로 메시지가 왔다. 친구 생일이라 클럽에 왔단다. 애인이 있는 친구들을 씁쓸하게 보던 내가 그 동기에게 "왜 연애를 안 하냐"고 물어봤다. 그 친구의 첫 마디는 "돈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노후를 마련해줘야 하느라 자신이 연애를 할 수가 없단다. 이런 효녀가 어디있는가. 이제 24살 된 동기가 어머니의 노후를 위해 자신의 연애 감정을 사치스럽다며 정리한 것이다. 공과금 내고, 세금 내고, 노후도 준비해야 한다. 직장 다니면서 자신이 써야 할 돈들을 빼면 나머지는 전부 저금. 그런 자신의 월급 설계에서 연애는 빼도 되는 사치스런 감정이었다.

"물가도 오르고 다 오르는데 월급만 안 올라요. 한 달에 200만 원을 벌어도 힘들다고 하는데 제 월급으로 무슨 연애를 해요."

한창 남자에 대해 관심이 있을 나이의 동기가 이런 성숙한(?) 얘기를 한다. 이 동기의 생활이 나아지지 않으면 결국 연애를 포기하게 된다. 연애를 포기하면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악순환이 이뤄진다. 연애조차 못하는 사람에게 결혼을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삼포 세대의 한 가운데서 사랑을 외치다

이런 좌절은 처음이었다. 대학 생활 때도 돈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때는 돈이 없어도 괜찮았다. 기숙사와 자취방을 오가며 같이 있어도 좋은 때였으니까. 돈이 없으면 그냥 내 자취방에서 밥 해먹으면 되는 문제였으니까.

그런데 사회에 잠시 나와 연애를 해 보려고 하니 대학 시절의 로망은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만남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고려해야 했다. 돈이 없으면 우리가 사랑할 곳도 구하지 못했다. 식비가 없으면 자취방이 아닌 각자 집으로 가는 것이다. 커피 한 잔을 두고 서로에 대해 사랑스런 눈빛을 보내던 내 대학 시절 연애는 지금에 와서는 신기루에 불과했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더 싸게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 '삼포 세대'다. 그렇다. 난 그 삼포 세대의 한 가운데 서게 됐다. 내가 현재 가진 경제적 능력에 따라 내 사랑을 외칠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느낌은 있었다. 지금껏 만난 그녀들과 내가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래서 한 가운데서 사랑을 외쳤다. 그리고 그 사랑을 '돈'이 재판했다. 연애를 해도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언제나 재판은 나의 패소로 끝이 났다.

이제는 재판에서 이기고 싶다

일부 사람들은 연애라는 감정에 돈이 뭐가 그리 필요하냐고 되물을 수 있다. 연애란 것에 돈이 끼어들면 그 순수성은 의심받게 된다. 그리고 그 연애는 곧 타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연애를 하기 위한 만남을, 그리고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이 시대에는 돈이란 놈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서로 손만 잡고 있으려 해도 같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을 구매해야 한다. 그곳이 커피숍이 됐든, 모텔이 됐든... 지금 연애를 하고 있는 나와 같은 20대에게 묻고 싶다. 그대들은 애인을, 또는 썸남썸녀를 만나러 갈 때 돈 계산 없이 나가고 있는지, 아니 그 돈 때문에 연애를, 감정을 억누르며 살고 있지 않은지 말이다.

24살 여성이 감정을 억눌러 효녀(?)가 되는 불상사를 막아야 한다. 지금이야 말로 연애진흥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혼과 출산에는 국가적인 복지 혜택을 주면서 그 전 단계인 연애에는 어떠한 지원도 없다는 말인가. 이제는 나도 사랑을 외치는 그 재판에서 든든한 변호사를 만나 이겨보고 싶다. 정말로 간절히...
#삼포 세대 #사랑 #연애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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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전역한 따끈따끈한 언론고시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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