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일본 <산케이신문>이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 누구와 만났을까?'란 제목의 기사를 실어 논란이 되고 있다.
산케이신문
고바야시 다케시 <산케이신문> 편집국장은 10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기사는 한국 국회에서의 질의 응답이나 <조선일보>에 게재된 칼럼 등 공개된 정보를 중심에 놓고 이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글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된 정윤회씨 부분은 <조선일보>의 칼럼을 인용한 것인데, 왜 <조선일보>는 문제 삼지 않고 <산케이신문>에만 법적 조치를 취하느냐"는 불만도 흘러 나왔다.
여기서 <산케이신문>이나 <조선일보>가 내세운 의혹 등에 관해서는 굳이 언급하진 않겠다. 다만, 일련의 사태가 국민적 재난인 세월호 참사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쉽게 간과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의 입'과 '대통령 말 한마디'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조선일보>와 검찰의 태도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와 검찰은 세월호 참사 이후 사고책임 논란과 함께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유병언 사냥'을 진두지휘하며 세월호 참사의 시작과 종결점이 마치 그에게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누구보다 청와대의 행보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그래서인지 <산케이신문>에 논란의 글을 게재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조선일보>는 파장이 커지자 9일 '일 산케이의 도발… 연일 한국·박대통령 비하'란 제목의 기사에서 더욱 불을 지피며 성을 냈다. 방귀 뀐 자가 성낸다더니 꼭 그런 형태다.
"한국 대통령을 모욕하는 기사를 게재, 물의를 일으킨 <산케이신문>은 '반한 감정 조장'이 존재 이유라는 비아냥이 일본에서 제기될 정도로 '한국 비하 기사'를 연발하고 있다."
<조선>은 자사가 내보낸 글을 인용해 보도한 일본신문의 글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이 '책임론'을 제기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 대통령을 모욕하는 기사'라고 폄훼하는 등 가뜩이나 사나워진 양국 감정을 더욱 자극했다.
7시간 미스터리, 한·일 양국은 물론 국제적 관심거리 이와 때를 함께 해 <조선>과 손바닥을 마주치듯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곳은 서울중앙지검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는 1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가토 타쯔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게 12일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자사 인터넷판과 TV조선을 통해 '검찰, 산케이 지국장 출국정지하고 소환 통보'란 제목의 속보기사를 주말과 휴일 내내 내보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일정과 관련한 의혹 보도로 고발된 일본 산케이신문의 가토 타쯔야 서울지국장이 출국정지 조치를 당했다"며 마치 승전보를 알리듯 환호했다. 특히 TV조선은 <특보>, <단독>을 앞세워 관련기사를 내보내면서 <산케이신문>의 법적처벌을 무겁게 해야 한다는 쪽에 방점을 찍었다.
한일 양국의 극우·보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조선일보>와 <산케이신문>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펼치는 신경전은 가관이다. 그러나 그건 결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문제가 된 기사는 한국 국회에서 이뤄진 논의나 한국 신문의 칼럼 소개가 중심인데 명예훼손 혐의로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산케이신문>의 주장을 청와대와 검찰이 어떻게 받아 넘길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청와대가 4월 16일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어떤 명료한 입장을 내놓는지다. 자칫 미적거리다간 국가적 망신거리가 될 수 있다. 300명이 넘는 목숨이 무참히 수장되는 상황을 바라만 보고 있었던 대 참사의 그날, 행방이 묘연하다던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는 한·일 양국은 물론 국제적 관심거리가 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 청와대 경내에 머무르며 사고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믿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또 검찰은 <조선일보>가 의혹을 제기한 칼럼이 국정운영의 난맥상을 지적하는 것이어서 <산케이신문> 기사 주제와는 의도가 전혀 다르다며 <조선>의 글을 거의 베끼다시피 한 <산케이>에 대해서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데, 이 또한 얼마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박 대통령, 영국 <가디언>의 따끔한 충고 벌써 잊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