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창조자들책 표지
인물과사상사
유사 이래 수많은 인간들이 살아갔고 문명과 사회는 발전을 거듭했다. 때로 전쟁과 압제, 가난 등이 인간성을 말살하기도 하였으나 인류는 멈추지 않고 조금씩 전보다 더 나은 곳을 향해 나아갔다.
인간이 존엄함을 증명하고 역사는 진보했던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그 쉽지 않은 여정에서 몇몇 뛰어난 인물들의 생각과 발견이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과거의 일로부터 미래의 지침을 삼기 위해서라도 돌아볼 가치가 충분하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목적에서 쓰여졌다. 각기 과학과 법학에 조예가 깊은 두 명의 학자가 인류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들을 꼽아 간략한 설명과 평가를 덧붙이는 방식인데, 두 저자는 <세상을 바꾼 창조자들>이란 제목에 맞춰 각기 '과학의 창조자'와 '가치의 창조자' 10명을 선정하고 이들이 이룩한 업적이 무엇인지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선정된 인물들은 탈레스와 아르키메데스부터 코페르니쿠스와 뉴턴을 거쳐 아인슈타인과 베게너에 이르는 과학 분야의 걸물들과 붓다에서 시작해 묵자와 예수, 몽테스키외와 칸트, 그리고 간디에 이르는 위인을 망라한다. 유명한 정도에는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잘 알려진 이들이 대부분이라 친숙하면서도 그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부분을 세세히 알려주는 서술이 친절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두 명의 저자가 꼽은 인물들 사이에선 서로의 연관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각자의 기준이 따로 떨어진 듯해 평소 두 저자의 가치관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굳이 둘을 묶어서 출판하려 했다면 두 범주를 하나로 꿰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개별적 사실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학적 원리를 찾는 데 집중했던 탈레스, 원리를 실용적으로 적용하는 데 빼어난 능력을 보였던 아르키메데스, 서양보다 한참 앞서 화포를 배에 싣는 착상을 했던 최무선, 혈액순환설을 제기해 당대의 의학 상식을 뒤집은 윌리엄 하비, 대륙 이동설을 주장해 비웃음을 샀던 베게너까지.
실린 사례가 풍부하면서도 재미있게 쓰여져 과학에 관심이 크지 않은 사람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편제상 '과학의 창조자'가 '가치의 창조자'로 이어지면서 책을 관통하는 일관성이 사라진 것이 아쉽지만 후반부의 인물들에서도 저자의 독특한 색채가 읽히고 흥미로워 재미있게 읽을 만하다.
특히 묵자와 디오게네스, 바르톨로메 데 라스카사스 같은 경우에는 단 10명의 인물을 꼽을 때 포함시키기 쉬운 인물들이 아닌데도 포함되어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아쉬운 점이라면 열 명의 인물들을 꿰는 가치판단의 기준이 현대의 민주주의적 세계관에 얼마나 기여했느냐 정도여서 큰 공감이 가지 않았고 '세상을 바꾼 가치의 창조자'라는 명제와도 그닥 어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설명에 있어서도 유학과 그리스 철학자 등에 대한 다소 과하다 싶은 평가가 있었지만 그 역시 저자의 성향이 드러나는 부분이고 크게 거부감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더 흥미롭게 읽고 싶다면무엇보다 쉽고 명확하게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해서 좋았다. 스무 명의 인물들을 저자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분명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두 저자는 이 속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통해 인물들을 재해석하고 독자들에게 쉽고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고 덕분에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교양서적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당장 나에게 역사상 가장 위대하다 생각하는 인물을 10명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할까? 이 질문은 내가 어떤 가치를 가장 우위에 두고 살아가는지 묻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참을 고민하고 써내려간 목록엔 이 책에 등장하는 몇 명의 인물과 등장하지 않는 몇 명의 인물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스무 명의 인물을 다루기 위해 적어도 스무 번의 치열한 고민을 했다는 것을.
이 책을 더욱 흥미롭고 가치있게 읽고 싶다면 먼저 종이 한 장에 자신이 생각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10명을 적어보시라. 그런 후에 책을 편다면 인류의 역사를 무대로 두 명의 저자와 나누는 보람찬 대화의 시간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세상을 바꾼 창조자들 - 인류를 암흑에서 해방시킨 생각과 발견
이종호.박홍규 지음,
인물과사상사, 2014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