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현장검증한다

'북 보위부 직파간첩' 재판부, 허위 자백 여부 판단 위해 오는 26일 실시

등록 2014.08.19 22:34수정 2014.08.1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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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탈주민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국가정보원 중앙합동신문센터(아래 합신센터)가 법원의 현장검증을 받는다. 설립 이후 처음이다.

'북한 보위사령부 직파간첩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19일 열린 5차 공판에서 피고인 홍아무개(40)씨의 허위 자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합신센터를 직접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오는 26일 오전 10시부터 현장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홍씨는 북 보위부 지령을 받고 2013년 6월 중국에서 탈북브로커 납치를 시도, 그해 8월에는 한국으로 들어와 탈북자 동향 등을 탐지한 혐의(국가보안법 목적수행·간첩·특수잠입죄)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한국에 들어온 뒤 국정원 합신센터에서 조사받던 중 혐의를 자백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홍씨가 6개월 가까이 합신센터에 구금당한 상태에서 국정원의 강압과 회유에 못 이겨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7월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도 청구했다.

변호인단은 '허위 자백' 이유 중 하나로 홍씨가 합신센터에 있을 때 머물던 방이 조사실과 붙어있어 불안감을 느낄 수 없다고도 했다. 반면 검찰은 그의 합신센터 생활이나 조사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양쪽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합신센터 현장검증이 필요하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9일 검찰은 "국정원에서 현장검증이 가능하다는 회신이 왔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현장검증 수용은 이례적이다. 2008년 경기도 시흥시에 세워진 합신센터는 북한이탈주민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줄곧 받아왔다. 국정원은 남한에 갓 도착한 북한이탈주민들을 이곳에 최대 6개월까지 수용할 수 있다. 이때 북한이탈주민은 법적 지위는 불분명한 상황에서 사실상 수사와 다름없는 조사를 받는다. 2011년 12월에는 조사를 받던 30대 남성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적이 있다.

올해 초 '국정원 증거조작사건'을 계기로 합신센터를 두고 비판이 거세지자 국정원은 4월 4일 갑작스레 언론에 합신센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실상은 다르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번 현장검증을 받아들인 배경은 드러나지 않았다. 19일 국정원은 <오마이뉴스>의 문의에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언급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변호인단은 현장검증 실시 자체는 반기면서도 한편으론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공판을 마친 뒤 장경욱 변호사는 "다른 재판에서 합신센터 현장검증을 신청한 적 있지만 이번에 처음 받아들여졌다"면서도 "홍씨가 나온 이후 시설이 바뀌어서 (무죄 주장 입증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이 점을 감안, 그가 조사받던 장면 등을 촬영한 폐쇄회로화면(CCTV)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현장검증에서 'CCTV영상은 3개월이 지나면 자동삭제된다'는 국정원 쪽 설명도 검증할 예정이다.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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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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