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흙탕물에서도 피어난 순백의 아름다운 연꽃, 불교와 부처님의 상징이 되었다.
김종성
느티나무 밑을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작은 연못과 함께 대웅전 뜨락을 비롯한 절 전체가 연꽃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신촌이 코앞인 서울 도심에서 보는 연꽃축제는 새롭고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붉은색과 흰색이 어울려 조화를 이룬 연분홍 연꽃부터 한참 물이 오른 화려한 붉은 홍련, 희디흰 순백의 백련까지 연꽃의 향연이 황홀하다. 보는 사람들을 얼굴에 절로 화색(花色)이 돈다. 마치 샤워기 꼭지 같은 연밥은 해학적인 모양으로 볼 적마다 웃음이 나게 한다.
다른 유명한 연꽃축제의 연꽃들은 대부분 연못이나 늪에서 키워진 연꽃 군락지에서 개최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봉원사의 연꽃축제는 놀랍게도 커다란 돌확이나 물통에 키워진 것들이다. 저 통 안에 하나하나 여름 동안 땀 흘리며 심었을 누군가의 수고로움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다양한 연꽃들이 서로 아름다움과 우아한 자태를 견주며 물결을 이룬 풍경이 보기만 해도 한 폭의 그림이다. 인도에서 빛과 생명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던 연꽃, 불교에서는 부처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게 된 이유도 의미심장하다. 거의 구정물에 가까운 더러운 물이나 흙탕물, 진흙 속에서도 붉은 홍련과 희디흰 백련 꽃을 피울 수 있는 속성이 있는 수련. 그래서 아름답게 피어난 연꽃은 오랜 수련 끝에 번뇌의 바다에서 벗어나 깨달음에 이른 수행자의 모습 (혹은 부처님)에 비유되고 있다.
또한 사찰에서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미륵전이다. 흰색의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이곳은 국어연구학회(한글학회)가 창립된 장소이기도 하다. 우리말과 글의 연구와 교육을 위해 1908년 세워진 국어연구학회 창립 100주년을 맞아 기념하는 표지석이 건물 앞에 서 있다. 내부에는 미륵불 입상이 봉안돼 있다. 이 외에도 극락전, 칠성각이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만월전 등은 색이 많이 바래 오랜 세월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