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종각 사거리로 행진하던 중 송경동 시인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조선>의 시선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왜 송경동 시인에게 주목했다고 보시나요? "최근에 제가 싸웠던 게, 세월호, 밀양 송전탑, 유성, 콜트콜텍, 삼성전자서비스 등입니다. 특히 대한민국 세월호 선장 박근혜 대통령이 구속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게 불편하지 않았을까요?"
- 최근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희망버스와 세월호 특별법은 어떻게 연결이 된 거죠?"희망버스 운동은 비정규직 정리해고 등 신자유주의의 모순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경종을 울린 것입니다. 밀양, 쌍용자동차, 유성 기업 등에서 세월호 이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이미 대한민국은 세월호였습니다. 참사로 인해 그런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난 겁니다. 세월호의 평형수를 드러낼 때 얘들의 목숨이 빠져나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후선박을 더 연장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세월호를 불법 개조해 돈방석에 앉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 피해는 사회적 약자, 노동자 민중이 짊어져야 합니다.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노동자 민중이 죽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돌아갔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많은 위안이 됐다고 하는데요, 그의 역할과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을 비교해 본다면?"교황께서 마음을 내주셨어요. 미처 그런 생각까지 못했는데 유가족들의 손을 잡아 주면서 위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찾아가서 만나자고 했는데도 손 한번 잡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교황 대변인도 말을 했듯이 교황이 할 수 있는 것은 위로와 껴안음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실제 사회적 진전을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나서야 합니다. 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평범한 시민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나에게 묻지 말고 미친 세상에 물어라"인터뷰를 마무리할 즈음 송 시인에게 물었다.
- <조선> 기사의 댓글을 보니, 시인이 시는 안 쓰고 만날 시위만 한다는 비판이 있던데, 평소에도 자주 듣지 않나요?"오해입니다.(웃음) 요 근래에 쓴 추모시만도 15편정도 됩니다. 오히려 추모시가 쓰기 힘든 시입니다. 죽은 사람 이야기이기 때문에 무척 부담이 됩니다. 밤을 꼬박 새워도 눈물만 흐릅니다. 그런데도 조만간 3번째 시집을 낼 계획입니다."
그가 최근에 쓴 추모시는 밀양 유한숙 어른, 삼성전자서비스 염호석 열사, 장애인 송국현 열사, 전북 신성여객 진기승 열사, 세월호 관련 3편 등이다. 송 시인은 "경찰은 과거 하중근 열사 때 내 시가 폭력을 선동했다면서 조사를 받으라고 했었는데, 최근 삼성전자 서비스 염호석 열사 장례식 때 추모시 낭송 과정에서 있었던 일로도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추모시마저도 쓸 수 없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함께 나누는 슬픔조차도 죄가 되는 시대 말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막걸리 3통을 비웠다. 비는 그새 그쳤다. 화장실에 갔다 오면서 계산을 하려고 했더니, 1500만 원 배상 판결을 받은 가난한 송 시인이 뭔 돈이 있다고 선수를 쳤다.또다시 추모시를 써야 하고,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하고, 국가에 배상도 해야 하는 고단한 시인의 삶. 그는 막잔을 들면서 눅눅한 밤공기 속으로 혼잣말처럼 거친 시어를 밀어 넣었다.
"내가 왜 추모시 전문이 됐는지, 왜 이리 안타까운 죽음이 많은지, 내가 아니라 미친 세상에 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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