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5월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아가 합의해서 처리할 문제다."정국에 골치 아픈 일이 생길 때마다 청와대는 어김없이 발을 뺐다. 정치적 갈등의 진원지가 청와대, 즉 박근혜 대통령인 경우에 특히 더 청와대는 '여야가 알아서 하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정쟁에서 초월해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는다'며 근엄한 훈수를 두는 모습을 연출하는데 만 골몰하는 모양새였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그랬다. 기초공천 폐지 문제가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을 때 청와대는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할 문제"라며 침묵했다. 기초공천 폐지는 대선 공약이었음에도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박 대통령은 공약 번복에 대해 어떤 설명도 내놓지 않았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지도 않았다. 대신 자신의 약속 파기에 대한 책임을 국회에 떠넘겼다.
특별법은 대통령의 약속인데... "여야가 처리할 할 일"유가족들의 반발로 꽉 막힌 세월호 특별법 처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에 유가족들의 뜻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거부하고, 국회가 정치공백 상태로 빠져들고 있지만 청와대는 지금까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수수방관해 왔다.
이런 청와대의 태도가 앞으로 바뀔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할 문제"라며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박 대통령이 직접 내놓은 약속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16일 세월희 희생자 가족대표 1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난 자리에서, 또 사흘 후 대국민 담회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유가족들의 뜻이 반영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5월 16일 가족 대표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특별법은 저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검·경 수사 외에 진상규명을 하고 특검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정부패를 원천 방지할 수 있는 공직자윤리법도, 부패방지법도 다 이번에 통과가 돼서 그런 기반을 닦아놓고, 이걸 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투명하게 그 결과를 유족 여러분한테 공개를 하고, 거기에 대해서 유족 여러분이 이건 좀 부족하다든지, 이건 어떻게 된 건지 그런 게 있으실 겁니다. 그런 거는 항상 어떤 통로를 통해서 계속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조사하는 과정이라든가 이걸 집행하는 과정에서 그 의견이 항상 반영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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