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의 추석 차례상 사진 변천사. 첫번째는 1970년 <매일경제>, 두번째는 1979년 <매일경제>, 세번째는 <경향신문>이 제공한 일러스트이다.
매일경제, 경향신문
사과·배가 꼭 올라가는 최근의 획일적인 상차림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파평윤씨 노종파인 명재 윤증의 13대 종손인 윤완식씨는 "30년 정도 전부터 언론에서 추석 상차림 안내를 거하게 설정해 보도하면서 이런 세태가 생긴 것 같다"고 지적했다. 매체들이 추석 차례상 예시를 신문에 실으면서 원래는 반드시 상에 오르지 않아도 되는 과일이나 음식들이 당연히 올라가는 것처럼 인식됐다는 것이다.
1970년 추석을 앞두고 <매일경제>가 보도한 '낭비없는 추석맞이' 기사에는 "올해의 추석상은 많은 돈을 들여 가지 수만 채우는 것보다는 2, 3가지라도 맛있는 것을 골라 올리도록 안목을 전환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과 함께 '영양많고 간편한 추석상'이라는 사진이 첨부돼 있다.
상 구성은 단출하다. 쟁반 몇 개에 송편, 오색전, 닭찜, 싸리버섯볶음, 무·도라지나물과 약간의 과일 등이 들어있다. 1979년 추석 즈음 나온 '추석 상차림' 기사에는 그보다 조금 더 풍성한 제사상 사진이 올라있다. "추석 상차림은 낭비하지 않고 전통음식에 몇 가지 별식을 마련하면 좋다"는 설명과 함께다.
1980년대 이후에는 분위기가 조금씩 바뀐다. <경향신문>이 1990년 보도한 '추석상 차리기' 기사에는 "햇과일, 햇곡식으로 풍성하게"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차례를 모시는 가정은 적, 전, 햇김치, 햇과일, 포, 약과, 유과를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림을 이용한 언론의 본격적인 '차례상 훈수'가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이후다. <경향신문>의 1999년 기사인 '정성담긴 차례상 '조상님도 흐뭇''을 보면 상에 올려야 할 과일로는 밤·배·곶감·약과·강정·사과·대추 등이 지목되어 있다. 또한 '홍동백서', '좌포우혜(왼쪽에 포, 오른쪽에 식혜를 놓는다는 뜻)' 등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한다.
삶과 먹을거리 협동조합 '끼니' 조합원인 고영씨는 언론들이 전통과는 거리가 먼 과소비만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80년대 이후 신문·잡지 등에서 홍동백서, 조율이시(대추·밤·배·감 순으로 과일을 놓는 것) 등 차례상의 표준형을 만들고 있지만 그건 특정 집안의 풍습일 뿐 전국민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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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에 사과·배가 필수라고? 홍동백서·조율이시는 선택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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