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만나려면 초인적인 단식부터 하라? 지난 8월 18일, 광화문 광장 농성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6일째 단식 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운데)의 모습. 오른쪽은 문규현 신부.
정중규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들은 '달라진 나라'를 기대했었다.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는 분명히 달라진 나라를 만들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을 믿어서이기도 했고, 참사 앞에서 사회 전반에 일어났던 국민적 각성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유가족이 대통령을 만나려면 초인적인 단식에다 청와대 앞에서 노숙부터 해야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진상 규명을 위해 '제대로 된 특별법'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에 '세월호 피로감' 운운하며 '제멋대로 특별법'을 제시하는 무능하고 철면피한 여야 정치권. 이런 기만적인 '도로묵' 행태들 앞에 국민들은 '달라진 나라'에 대한 기대감을 어느덧 내려놓고 있다.
교황 방한을 계기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한국가톨릭교회 쇄신도 그러하다. 방한 이전에 교황청에서 이미 염려했듯이, 교황이 남기고 간 메시지와 '낮은 데로 향하는' 실천적 행동의 의미는 잊어버리고, 교황 방한을 4박5일짜리 이벤트 정도로만 여기며 추억하고자 한다면 교회 쇄신에 대한 꿈 역시 '도로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대착오적인 대규모 장애인 수용시설 역할은 끝나꽃동네 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꽃동네 '장애인 천사들' 이마에 교황이 입을 맞추고 껴안아준 것만을 감동의 순간으로 기억할 것이 아니라, 교황의 '자선사업에 그쳐서는 안 되며 인간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으로 이어져 모든 사람이 저마다 품위 있게 일용할 양식을 얻고 자기 가정을 돌보는 기쁨을 누리게 되어야 한다'는 간절한 주문을 주의 깊게 듣고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갈수록 장애인 복지시설 자체가 소규모화 되고 지역사회 친화적으로 변하는 추세에서 꽃동네와 같은 시대착오적인 대규모 장애인 수용 시설의 역할은 끝났다고 봐야한다. 나는 꽃동네가 장애인복지사업에서 손을 떼고 그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노인복지사업에로 전환하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었다.
그렇지만 오웅진 신부가 꽃동네를 통해 장애인복지를 하고자 한다면, 교황의 주문대로 장애인 자립과 사회통합을 꾀하는 장애인운동에 인적·물적 자원을 동참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라고 조언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아직도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은총'이라는 꽃동네 방식에 머물고 있는 한국가톨릭교회 장애인복지사업의 근본적인 개혁을 시작할 때다. 지난 80~90년대 이후 '보조금의 맛'에 길들인 이후 본말전도 상황에까지 처하며 잃어버렸던 초심, 인간 존엄의 하느님 사랑 그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예수의 복지정신에도 어긋나는 수용시설 위주의 반(反)예수적 장애인복지사업에서 벗어나, 교황이 누누이 강조하듯이 장애인의 사회통합에 복지자원을 써야할 것이다.
정부의 장애인복지 정책 방향 역시 수용시설에 주는 예산을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자립생활 인프라 구축에 예산을 돌리는 정책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복지예산 절감 효과도 거두고 있다.
꽃동네를 비롯한 수용시설에서 '탈출'하려는 장애인들의 탈시설 움직임을 말리는 상투적 핑계인 '열악한 복지 현실'는 OECD국가에다 언필칭 '복지사회'를 표방하는 정부의 책임 방기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목표인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ㆍ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 등은 이런 장애인복지 선진화와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장애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교황의 꽃동네 방문이 이런 의미있는 결과를 낳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그것이야말로 '프란치스코 신드롬'이 낳은 교황 방한 이후의 가장 소중한 결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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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권교체동행위원회 장애인복지특별위원장,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수석부회장,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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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낳았던 교황의 '꽃동네' 방문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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