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원을 사랑한 세 여자> 책표지.
서해문집
책속 이 부분이 유독 아리게 떠오르곤 한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가 쉽지 않을 것이나, 책을 읽은 사람들은 아마 나처럼 아리게 기억할 사람들이 많으리라.
다이앤 포시가 언급하고 있는 코코와 퍼커는 동물원에 살던 어린 고릴라들. 다름 아닌 인간들의 이기와 욕심에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책을 쓴 그 몇 년 후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데, 다이앤 포시의 죽음과 두 고릴라의 죽음이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다이앤 포시에 의하면, 고릴라들은 사람들처럼 가족 간 유대감이 강해 무리 중 누군가가 포획되거나 희생되면 그를 구하고자 열 마리가 넘는 가족들이 결사적으로 싸운다. 그리하여 희생되거나 포획된 가족을 찾고자 죽을 각오로, 모두 죽어 더 이상 싸울 가족이 없을 때까지 싸운단다.
르완다 국립공원 등 아프리카 국립공원의 일부 관리자들은 어린 고릴라들을 포획해 동물 판매 중간 업자들에게 팔아넘기는 비리를 저지르곤 한다. 돈 때문이다. 그렇게 잡힌 어린 고릴라들은 세계 각지의 동물원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평생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이별의 아픔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다이앤 포시에 의하면 코코와 파커 이 고릴라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마음의 병 때문에 살아갈 의지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둘 다 각각 10마리가 넘는 가족들의 일원이었는데, 가족들의 희생 끝에 인간에게 붙잡힌 고릴라들이었기 때문이다.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같은 거대 영장류 동물들의 DNA는 인간과 자그마치 97~98퍼센트나 같다. 그들은 인간과 비슷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잘 모른다. 거대 영장류들은 인간이 없는 독자적인 영역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제인 구달, 다이앤 포시, 그리고 비루테 갈디카스라는 세 여성 과학자가 없었다면 인간은 여전히 타잔의 침팬지 동료인 치타만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젠 우리 젊은이들도 밀림으로 떠날 때가 됐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용기를 주기 바란다.-(<유인원을 사랑한 세 여자> '이정모(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추천사')
<유인원을 사랑한 세 여자>(서해문집 펴냄)의 주인공들은 침팬지와 오랑우탄이 사는 열대우림에 살면서 이들을 연구 관찰하여 유인원 연구에 큰 획을 그은 제인 구달과 비루테 갈디카스 이 세 사람 이야기다.
이들은 모두 인류의 기원이 종래의 정설보다 훨씬 오래되었다는 학설을 밝혀낸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1903~1972년)가 키워낸 과학자들. 이 3명의 여성 유인원 연구가들이 침팬지(제인 구달)와 고릴라(다이앤 포시), 오랑우탄(비루테 갈디카스)을 연구 관찰해 알리기 전까지 이 3대 유인원에 대한 대부분의 것들은 비밀에 싸여 있었다고 한다. 인류의 진화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알아야 하는 중요한 힌트인데도 말이다.
연구가 오죽 미비했으면 암컷에 비해 몸집이 월등히 크고 얼굴 모습이 많이 다른 오랑우탄 수컷을 다른 종으로 알고 있을 정도였다고. 이들이 열대우림의 유인원들과 살며 침팬지가 도구를 쓰고 육식을 한다던가, 고릴라는 가족 간 유대감이 강하다거나, 오랑우탄이 평지를 걸어 이동하는 것 등에 대해 세계에 알리기 전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