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아빠의 반격... 박근혜는 어쩔 텐가

[분석] 양육비 루머에 김영오씨 적극 대응... 박 대통령 7시간 미스터리는?

등록 2014.08.26 16:22수정 2014.08.2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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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극한의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정조준했다. 이 신문은 지난 25일자 지면에 "유민 外家 '저 사람 지금 이러는 거 이해 안 돼'"라는 자극적 제목을 달고 유민 아빠를 둘러싼 '4가지 풍문'을 보도했다. 풍문(風聞)의 사전적 의미는 '바람처럼 떠도는 소문'이다. 김씨를 둘러싼 소문은 과연 사실인가.

누구와 인터뷰했는가? 10년 전 이혼한 이후 김영오씨의 '아빠 역할'에 비판적인 기사를 보도한 <조선일보> 8월 25일자 5면. "저 사람 저러는 거..."라는 발언의 출처를 유민의 '외가쪽 인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누구와 인터뷰했는가?10년 전 이혼한 이후 김영오씨의 '아빠 역할'에 비판적인 기사를 보도한 <조선일보> 8월 25일자 5면. "저 사람 저러는 거..."라는 발언의 출처를 유민의 '외가쪽 인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조선일보PDF

<조선>이 유민 외가까지 찾아가 보도한 유민 아빠 '4가지 풍문'

가장 먼저 '아빠 자격'을 들고 나왔다. "이혼 후 딸들을 잘 보살피지 않은 것 아닌가"하며 의문을 던진 것이다. 이 신문은 먼저 자격 미달의 근거로 김유민양의 외삼촌이 남긴 댓글을 인용했다.

댓글에서 김유민양의 외삼촌은 "김영오씨 당신이 이러면 이해 못하지. 당신이 유민이에게 뭘 해줬다고"라며 단식을 비판했다. 이후 이 외삼촌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 생전에 아이들에게 못했던 사람이 아이 이름을 걸고 단식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며 "제가 실수했다"고 밝혔다.

외삼촌이 쉽게 '실수'를 인정해서인지 <조선일보>는 김유민양의 외가쪽 인사와 접촉했다.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인용하는 대상을 '외가쪽 인사'라고 소개한 점이 눈에 띈다. 이 외가쪽 인사는 "김씨와 자주 보지는 않았지만 연락은 자주 한 것으로 안다"며 "그때는 애들을 돌보지 않더니 왜 지금 와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조선일보>는 '아빠 자격'뿐만 아니라 '출신'에 대해서까지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조합원임을 언급했다. 26일로 단식 44일째를 맞이하면서 어느덧 김영오씨는 세월호 참사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 그런 그가 실상은 대정부 투쟁을 하는 강성노조 출신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세 번째 풍문은 김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단식한다는 내용이며, 마지막 네 번째로는 김씨의 취미가 '궁도'인 것을 전하면서 이에 "가입비와 활 가격만 수십만 원, 화살 하나에 만 원씩 하는 여가활동은 할 여력이 있으면서, 두 딸 양육비를 가끔 보내지 않은 것은 너무하다"는 누리꾼 반응을 전하고 있다.


김영오씨의 대응,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모두 소명

이날 정치면 머리기사로 보도하긴 했지만 <조선일보>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 않은 듯 조심스러운 인용이 거듭된다. 외삼촌의 '(자신의 댓글은) 실수'라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다. 다음으로 인용한 친족은 '외가쪽 인사'인데 관계를 특정하지 않은 이 인물의 발언도 "(김씨가 딸들과) 연락은 자주 한 것으로 안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논점을 스스로 흐렸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과는 대조적으로 이를 대처하는 유민 아빠의 대응은 구체적이고 명확하다. 보수언론의 어설픈 '풍문' 제기에 뒤이은 김씨의 적극적 의혹 해명은 또 다른 풍문 속 주인공인 박근혜 대통령의 '모르쇠' 대응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박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와 관련해서는 일본 <산케이신문>뿐 아니라 독일의 권위지인 <쥐트도이체 차이퉁>에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외신 사이에서 의혹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먼저 김씨의 '아빠 자격'에 대한 대응은 둘째 딸과 찍은 사진 한 장으로 판정이 끝났다. 김영오씨의 둘째 딸인 김유나양은 병실까지 찾아왔다. 그리고 아빠의 품속에서 사진을 찍었다. 중학교 3학년생 사춘기 딸과 그런 포즈를 취할 수 있는 다정한 부녀관계가 얼마나 될까. '아빠 역할'을 둘러싼 의혹제기는 설 자리를 잃었다. 둘째 딸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관련기사 : "좋은 아빠인데, 외삼촌 글 '당황' 아빠의 노력 무너진 것 같아 속상")을 통해서도 아빠인 김영오씨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금속노조' 조합원이라는 풍문에 대해서도 김씨는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통해 "지난해 7월 22일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돼 머리털나고 처음 노조 조합원이 됐다"며 "특별법을 위해 싸우는 이 순간 노조 조합원을 떠나서 억울하게 죽은 부모의 입장으로서 싸우고 있다"고 해명했다. 노조 역시 김씨가 집회에 직접 참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에게 세 번째, 네 번째 의혹에 대한 소명은 더욱 쉬운 것들이다. '보상금' 때문에 단식투쟁에 나섰다는 것은 '모두 유민 엄마에게 양보했다'고 밝힘으로써 그 생명을 다했고, '국궁'과 관련해서는 그가 단순하고 비싸지 않은 운동을 취미 삼아하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또 다른 풍문 '7시간의 미스터리' 주인공의 대응은...

여기 또 다른 풍문 속 주인공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 주인공은 이 나라 현존하는 최고 권력자다. 공인 중의 공인이며, 그의 모든 공적 활동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풍문은 지난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던 바로 그 날 그 시각에 멈춰 있다.

10년 전 부인과 이혼하고 지방에서 외로이 공장근무를 하면서 가끔 딸들과 통화하는 것이 삶의 즐거움이었던 47세 노동자는 자신을 겨냥한 언론의 의혹에 사실의 힘으로 대응했다. 사진을 공개했고, 과거 함께 대화한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했다. 보상금은 받지 않았다. 그가 또 무엇을 답해야 하는가. 일개 시민인 그가 보수언론의 파상공세를 잠재우는 데에는 하루면 족했다.

또 다른 풍문 속 주인공을 보면 그 대응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김영오씨처럼 10년 전 일에 대한 풍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은 정확히 지난 4월 16일 오전 10시 최초 보고를 받은 시점에 시작해서, 아직 그 시각에 멈춰 있다. 풍문의 시작은 단순했다. 방송으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는 대참사가 생중계 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대통령의 소재를 공개적으로 물었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자신은 알지 못한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답을 내놓았다. 그 다음 언론에서 대통령의 풍문을 언급했다. 이에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 후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풍문의 내용이 확산됐다. 남성의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일본 외신에서 '박 대통령이 그 7시간 동안 누굴 만났는지'를 묻기에 이르렀다.

때로는 대응하는 방식을 통해서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는 경우가 존재한다. 박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 대응방식이 바로 그러하다. 7시간 동안의 소재를 물었을 뿐인데 대답 대신에 이상한 말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은 사생활도 없는가' '대통령의 소재는 안보사항' 등의 소리가 여당을 중심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왜 대통령은 김영오씨처럼 단순하게 대응하지 못하는가.

7시간 미스터리, 대통령은 왜 침묵하나 4월 16일 7시간 동안의 행적을 궁금해 하는 언론의 보도가 계속 나오지만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 <경향신문> 8월 9일자 5면
7시간 미스터리, 대통령은 왜 침묵하나4월 16일 7시간 동안의 행적을 궁금해 하는 언론의 보도가 계속 나오지만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 <경향신문> 8월 9일자 5면 경향신문PDF

'풍문' 이후 2달, 경제 살리기의 '골든타임'에 관심 많은 박 대통령

최초 '7시간 미스터리'가 나온 이후로 두 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오전 10시에 그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 8일 '경내에 있었다'고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가 답했다. 수많은 수행원과 함께 움직이는 대통령이 두 달 동안이나 자신의 소재를 밝히지 못하는 기막힌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최근 대통령은 태도를 바꿨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언제든 청와대를 찾아오라고 했었다.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특검, 국조 등의 방법으로 노력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유가족들의 요구를 노골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월호 유가족들은 청와대 앞 찬 바닥에서 '대통령이 만나줄 때까지' 노숙을 하고 있고 김영오씨의 단식은 하루가 더 늘어났다.

유가족을 만나는 대신 대통령은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했고, 아시안게임을 앞둔 태릉선수촌을 방문했다. 지난 25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세월호의 '세'자도 꺼내지 않았다. 대신 "경제 살려야 하는 골든타임이 있다고 하면서, 내년에 할 건가? 내후년에 할 건가?"라며 수석비서관들 앞에서 화를 냈다.

동선이 몹시 부자연스럽다. 걸어서 몇 분 거리에 있으면서 '좀 만나 달라'고 줄기차게 요청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외면한 채 이리저리 분주하게 다니면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모습이 여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 있다. 때로 풍문의 힘은 놀라울 정도다. 거대한 풍문이 진실의 사진 한 장에 힘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힘으로 누른다고 해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도 풍문이다. 언론도 투명하지 않았고,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었던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안가'에서의 모습이 그의 사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개되고, 영화화됐다.

유족들을 거리로 내몰고 외면하는 모습에서는 '7시간'에 대한 자신 없는 태도만 느껴진다. 김영오씨의 대응 태도와 대비되면서 더욱 극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박근혜 7시간 미스터리'는 언론에서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지만, 청와대의 명쾌한 해명이 나오지 않는다면 조만간 책이나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

풍문은 힘으로, 권력으로 제압되지 않는다. 다만 사실 앞에 힘을 잃는다.
#김영오 #박근혜 #풍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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