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발언' 보도했다고 중징계라니...

[주장] 신앙인 아닌 정치인에 대한 탐사보도 문제 삼는 것은 비상식적

등록 2014.08.28 17:25수정 2014.08.2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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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소위원장 김성묵, 아래 방송소위)가 지난 27일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등의 발언을 보도한 KBS <뉴스9>을 중징계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충격적이다.

방송소위는 KBS <뉴스 9>가 지난 6월 11일 '문창극 "일 식민지배는 하나님 뜻" 발언 파문' 리포트에서 문 후보자가 교회 강연에서 일제 식민지와 남북 분단 등을 모두 "하나님의 뜻"으로 언급하는가 하면 제주도 4·3사건에 대해 "폭동사태"라고 규정하고 '"게으르고 자립심 부족…민족 DNA"' 리포트에서는 문 후보자가 민족 비하 발언과 친일파 윤치호를 높이 평가했다고 보도한 것을 문제 삼아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 및 경고(벌점 4점)의 중징계에 해당된다며 전체회의에 회부하기로 했다(<PD저널> 27일자 보도 참고).

방송소위는 논란을 벌인 끝에 KBS <뉴스9>가 문 후보자의 강연 전체 내용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등의 문제가 있다며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1·2항, 제14조(객관성) 등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런 결론이 전체 회의에서 확정된다면 이는 방송통신심의위가 방송에 재갈을 물리는 통제기구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방송소위의 여당 추천 위원들이 KBS <뉴스 9> 심의에서 수적 우세를 앞세워 중징계로 몰고간 근거는 상식이나 전문성에 비춰 전혀 타당하지 않다.

우선 문 전 후보는 신앙인으로서 문제의 발언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행정부 최고 공직자인 국무총리 후보로 대통령이 지명했다는 점을 살피면 그의 발언은 국내외에서 주목하는 공직자로서 적절한지에 초점이 맞춰져 검증되어야 한다.

일부 여당 추천 위원들은 문 전 후보의 발언 전체를 들어보면 이런저런 논리가 제시되어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문 전 후보가 행한 문제 발언의 하나인 "일 식민지배는 하나님 뜻"은 일본우익진영에서 박수를 치고 반겼다는 보도가 나왔듯이 국제적 관심사로 매우 심각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일제가 한반도를 침탈할 당시의 국제 정세나 국내외 여건 등 여러 변수가 있는데도 나라를 빼앗긴 핵심적인 원인이 하나님 뜻이라고 한 것은 종교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하지만 냉혹한 국가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지구촌의 정치 외교 무대에서 허용될 수 없다.


문 전 후보가 정상적인 상식을 지닌 분이라면 신앙인의 관점에서 행한 발언을 고려할 때 정치 현장의 수장으로 나서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했어야 마땅하다. 방송소위가 이런 점을 가볍게 보았다면 그것은 언론의 환경 감시 기능을 원천적으로 부인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문 전 후보자가 민족 비하 발언을 한 것에도 역시 적용된다. 방송소위는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탐사보도에 대해 심의한다는 원칙에서  KBS <뉴스 9>를 심의해야지 신앙인의 발언을 심의 자료로 삼는 식의 태도를 가진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다음은 공정성 문제다. 방송소위는 KBS <뉴스 9>를 심의할 때 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방송학회가 수여하는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비롯해 한국방송기자클럽의 '보도상',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 등 기자단체가 수여하는 기자상 3개를 모두 수상했다는 점을 공정성 판단에서 고려했어야 마땅하다.

방송소위는 KBS <뉴스 9>가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1·2항에 저촉된다고 봤다. 하지만 공정성이라는 심의기준은 그 밑바닥을 살필 때 원천적으로 주관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10인 10색'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방송보도에 대해 공정성 심의를 중단하고 있다.

방송소위의 일부 여당 추천 위원들이 방송 공정 심의에 대한 최소한도의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면 여러 언론전문 단체들이 각각의 공정성 논리에 따라 KBS <뉴스 9>를 수상작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방송통신심의위가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사장 투하 조치와 콤비가 되어 방송의 공정성, 공익성을 파괴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방통심의위는 정권의 방송 장악 기도를 실천하는 하수인이 되어 막무가내로 방송의 자율성을 침해하면서 진실보도를 저지해 왔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 들어서도 방통위가 유사한 행위를 되풀이 하려는 노골적인 움직임이 눈앞에 전개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탄압했다는 역사적 심판을 자초하는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방송소위의  KBS <뉴스 9>에 대한 대단히 비이성적이고 정치적인 제안에 대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에 실렸습니다.
#문창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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