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 절대평가, 박근혜판 '어륀지' 될라

[분석] '풍선효과' 부작용 대책 없어... 과거 초단명 정책 되풀이 우려

등록 2014.08.28 20:32수정 2014.08.28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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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남소연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을 절대평가로 바꾸겠다고 밝힌 가운데, 수능 영어를 둘러싼 정책이 매년 바뀌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특히 교육부가 부작용을 감안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을 내놓으면서 정책이 또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우여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수능 영어 절대평가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큰 방향에서 틀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르면 2017년 수능에서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는 기존의 상대평가가 입시 경쟁을 가열시켜 국민의 사교육비 부담을 늘린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절대평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는 반명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절대평가로 인해 수능 영어 영역의 변별력이 줄어들면, 수학 등 다른 영역의 변별력이 중요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풍선 효과'는 해당 과목의 사교육비 부담을 늘릴 수 있다. 모든 영역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등 수능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풍선 효과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큰 틀의 입시 변화가 아닌, 박근혜 정부의 '영어교육 정상화' 공약만을 위한 정책인 탓이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수준별 수능',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의 수능 영어 대체'처럼 시행도 되기 전에 폐지되는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이 두 정책을 뒤집어 학교 현장에 혼란을 끼치고 국가백년지대계에 큰 생채기를 남긴 바 있다.

[영어 영역 수준별 수능] 단 한 번 시행 뒤 폐기

올해 11월 치러지는 2015학년도 수능은 반쪽짜리 수준별 수능(A·B형) 방식이다. 영어 영역의 수준별 출제는 2014학년도 수능에만 적용된 뒤 바로 폐지됐다. 국어와 수학 영역의 경우 2017학년도 수능에서부터 폐지된다.

지난 2011년 1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육부)는 당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14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수준별 수능이었다. 국어·수학·영어 영역을 A·B형으로 나눠 출제하겠다는 것이다. B형은 기존 수준을 유지하고, A형 수능의 경우 출제범위를 줄이고 쉽게 출제하기로 했다.


인문계열 학생들은 수학 A형을, 자연계열 학생들은 국어·영어 A형을 선택할 수 있어, 입시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교육부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주요 대학들이 B형 수능을 본 학생들을 선발해 효과가 크지 않고, 전형이 복잡해져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 같은 주장을 외면했다.

교육부는 2013년 8월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수준별 수능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수준별 수능이 처음으로 도입되는 2014학년도 수능이 석 달 남은 때였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수준별 수능은 사실 처음 발표될 때부터 여러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면서 "또 모의고사 시행 과정에서도 상당히 문제가 많았다, 고교나 대학 입장에서는 시행 상의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원래 취지는 좋은 뜻이긴 하지만 계속 수준별 수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큰 혼란이 발생했지만, 그 누구도 이를 책임지지 않았다.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의 수능 영어 대체] 시행도 못하고 폐지

그래도 수준별 수능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의 수능 영어 대체 정책은 한 번도 시행되지 못하고 폐지됐다.

2007년 7월 교육부는 토익·토플 등을 대체하는 국가 주도의 영어능력 평가시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책이 발전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때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어륀지' 파문을 낳으면서 영어몰입교육을 강조했고, 이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의 수능 영어 대체로 이어졌다. 2008년 4월 김도연 교육부 장관은 2012년에 치러지는 수능 시험에서 이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은 학교에서 가르치기 힘든 영어 말하기와 쓰기가 포함돼 있는 탓에 오히려 사교육 부담을 늘릴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비판이 커지자 교육부는 이 시험의 수능 대체 적용을 2016학년도 수능 때로 미뤘다. 특히 이 시험에 전산오류가 발생하면서 논란은 더욱 컸다.

결국 교육부는 2013년 8월 이 정책을 포기했다. 당시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함께 이를 발표했던 강태중 대입제도 발전방안연구위원회 위원장은 "시험 성격 자체는 이론적으로 보면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는다"면서도 "기존의 시험과 달리 실용성을 강조하는 또 다른 한 종류의 시험이기 때문에, 이런 경향의 변화는 새로운 준비를 요구하고 그에 따라 사교육 유발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용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에 384억 원가량의 예산이 들어갔지만 이를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는 지난 6월 감사원에 수준별 수능과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의 수능 대체 정책 폐지에 대한 국민감사를 신청했다. 이들은 "시행되기도 전에 폐지된 과정에서 정책의 입안과 실시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또 예산낭비와 졸속으로 막을 내린 정책의 책임 소재는 누구에게 있는가를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는 다를까?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 역시 이와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상진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부소장은 "대학 입시 구조라는 큰 틀의 변화가 아닌 단순히 영어 사교육만 잡겠다면서 영어 영역만 절대평가할 경우, 국어·수학에 대한 사교육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면서 "그러면 이 정책도 뒤집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등학교 교사인 이성권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대표는 "수준별 수능과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의 수능 대체의 경우 교육부가 소통 없이 밀어붙인 탓에 시행되기 전에 폐지가 발표됐다"면서 "교육부가 다른 영역의 절대평가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외면하고 일방 통행에 나선다면, 정책은 폐지되고, 관료들은 '먹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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