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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넘게 다니던 회사에 잠시 쉼표를 찍고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 2달째입니다.
휴직을 하게 되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을 조금씩 정리하자고 맘 먹었지만 곧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는 아이와 하루종일 붙어지내면서 뭔가 나 혼자 하는 시간을 따로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맘만 먹고 하지 못했던 것 중에서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을 꺼내봤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맘 전하기!
어린이집 선생님이 쓴 손편지... 감동이었습니다
지난 1월 인사 이동이 있으면서 아이가 3살부터 다녔던 어린이집(직장보육)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뚜껑을 열어야 아는 것이 인사'듯이 인사명령이 나기 며칠 전까지 어디로 갈지 잘 몰랐고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어린이집을 옮기지 않고 1년만 더 이 어린이집을 다니면 좋겠다는 바람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국구 회사답게 대전에서 광주로 전출을 가게 되었고 전출 이삼 일 전에야 어린이집을 옮겨야 한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 이삼 일 동안 저는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야 할까라는 걱정만으로 밤잠을 설치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는 그동안의 아이 생활을 정리한 파일과 아이에게 직접 쓰신 손편지 그리고 엄마인 제 앞으로도 빽빽히 써내려간 편지가 든 가방을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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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집 선생님의 편지 손편지입니다. ⓒ dong3247
그날 아이를 데리고 가던 차안에서 잠시 편지를 읽다가 한 대목에서 눈물이 쏟아져서 더이상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세살 때 어린이집에서 처음 만난 날이 엊그제 같은데... 낮잠시간만 되면 방긋방긋 웃다가도 업혀서 잠들기를 좋아하던...'
사실 아이가 일곱 살이 된 지금까지 잠잘 때 업혀서 잠들기를 좋아하는지, 엄마인 저는 잘 몰랐습니다. 아이를 하루종일 어린이집에 맡기고 늦은 시간까지 야근하다 돌아오면 돌봐주시는 분이 재워 주시고, 그때서야 비로소 아이 옆자리에 가서 토닥거리다가 잠들기를 몇 년 동안 계속했던 엄마였으니까요. 때문에 낮시간에 아이를 재우기 위해서 어린이집 선생님이 업고 재워주셨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그저 잘먹고 잘 놀다 오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날 편지를 보면서 우는 엄마에게 아이가 당황하며 묻습니다. 왜우는지.
"감사해서야. 선생님이 너무도 감사해서...."
감사한데 왜 우냐며 아이는 그동안 자신의 활동이 담긴 앨범을 들추며 좋아했습니다.
업어 잠드는 걸 좋아하는 아이, 엄마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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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살부터 일곱살까지 어린이집에 큰 아이입니다. ⓒ dong3247
그렇게 이사하고, 아이 어린이집을 옮기고 정신 없는 1월을 보냈습니다. 또 2월, 3월 그리고 8월까지 하루하루를 지내면서 어린이집 선생님께 답장을 해야지 했지만 그 마음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쓰고 지우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은 미혼의 아가씨들인 선생님들이 어쩌면 저렇게 아이들을 잘 아실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을 잘알고 잘 돌봐주시던 선생님. 여섯 살 때 반이 바뀌어 잠시 다른 반 선생님이 되셨을 때에도 본인이 세살 때부터 키워주신 그 아이들이 좋아서 아이의 반에 자주 들락거리시고, 그럴 때마다 아이들 여럿이 선생님 양다리며 양팔에 주렁주렁 매달려 선생님 가지 말라고 장난치는 모습이 눈이 선합니다. 그리고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통통해서 무게가 꽤 나가는 제 아이를 업고 재우시는 모습까지...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이가 세 살이 되면서 가족이 아닌 처음 만난 세상 어린이집에서 하루종일 선생님과 함께 했다는 것, 너무도 감사드립니다. 언제 물어도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은 '한OO선생님'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아이. 건강하게 잘 자라는 이 아이의 8할은 선생님이 키우신 겁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9월에는 꼭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손편지 답장을 써 보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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