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러시아 대사)이 지난 3월 13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원로급 인사 오찬 회동에 참석했다. 이날 이 이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왼쪽편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청와대
당장 국가개조와 적폐해소의 선봉에 설, 국무총리 교체 카드로 박근혜 대통령이 꺼내든 이는 어이없게도 국민 정서와 거리가 너무 먼 사람이었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친일'성향 인물들을 중책에 기용하려 함으로써 독립운동가단체와 후손들을 자극했다. 박 대통령의 선택은 훗날까지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친일-극우성향의 인물인 문창극 총리 후보와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에 이어 그들보다 더하다는 평을 받아온 박효종 서울대 명예교수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장에 잇따라 중용한 것과 관련해 생존독립지사와 후손들은 "항일독립지사의 정신을 훼손하는 도전"이라고 규정지었다.
이들은 성명에서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가 오늘에 살아 있다면, 이런 반민족친일세력에게 폭탄을 던졌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다행히 이들 후보 중 문창극 후보와 김명수 후보는 들끓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중도에 낙마했지만 방통심의위 위원장에 내민 박효종 카드는 기어코 관철됐다. 뉴라이트 계열 교수이자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 출신인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로도 임명된 바 있다. 그런 그가 모든 방송 프로그램과 통신을 심의하는 방통심의위 수장이란 막중한 역할까지 맡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가 방통심의위 위원장 자리에 앉자마자 문창극을 낙마시킨 데 결정적인 보도를 했던 KBS에 대한 '손봐주기 식' 심의가 이뤄졌다. 방통심의위 소속 자문기구인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보도교양특위)의 과반 위원은 최근 KBS의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검증 보도에 대해 중징계 의견을 냈다.
중징계 의견을 낸 자문위원들은 "KBS 보도가 전체 강연의 취지를 왜곡했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지만 여당추천 인사가 다수인 구조에서 중징계는 불 보듯 하다. 그러나 한국기자협회에서 수여하는 이달의 기자상 등 3개 상을 휩쓴 KBS의 '문창극 보도'에 대해 국가기관이 나서서 중징계라니, 이러고도 '언론자유국'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것 말고도 방통심의위는 세월호 참사 수색작업과 관련 다이빙 벨에 대한 일방적 주장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JTBC 손석희에 대해 중징계를 내려 '표적심사'란 따가운 비판을 사기도 했다. 박효종 방통심의위원장 임명 이후 "방통심의위는 '정치·표적 심의'를 중단하라"는 언론·시민단체들의 촉구 목소리가 비등해져만 가는 이유다.
'이인호-박효종' 투톱 시스템...'방송검열-표적심의' 본격화되나여기에 한술 더 떠 이젠 박효종과 함께 '보수·친일' 라인업을 이룰 만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KBS의 새 이사장으로 앉히려는 수순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편향적인 역사관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이 교수의 KBS 보궐이사 추천을 강행했다. 방송사 안팎에선 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 교수의 이사 추천과 이사장 선출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어 예사롭지가 않다.
이 내정자는 과거 종편 채널 방송에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에 대해 '감동적'이라는 발언을 해 '제2의 문창극'이란 소릴 들어온 인물이란 점에서 박효종 위원장과 서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 내정자는 지난 6월 TV조선에 출연해 "(문창극씨의) 교회 강연을 보고 감동받았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 "(문씨가) '아베 같은 사람'이라며 낙마한다면 이 나라 떠날 때라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각종 특종상을 휩쓴 KBS의 문창극 보도에 대해 문제 삼은 점이 엇비슷하다. 이렇게 되면 '박효종-이인호'의 투톱 시스템을 형성해 '방송 검열'과 '정치·표적 심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등 방송사 안팎에선 신임 이사장 내정자의 편향된 역사인식 문제 등을 문제 삼아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그동안 '박근혜표' 불통인사가 보여주었듯이 수순이 뒤바뀔 리 만무하다.
대선을 앞둔 2012년 7월 한 방송에 출연한 박근혜 후보의 '5.16은 아버지의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발언을 두둔하거나,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일으킨 역사 교과서와 관련이 깊은 인물들에게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부분적 언론자유국', 이명박·박근혜 '한 길' 가기로 약속 했나?방통위와 방통심의위가 정파성에 휘둘리지 않고 정치적으로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아 발생한 사회적 피해와 비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낙하산 인사정책으로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이 파괴되고 방송사 구성원들이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만 했던 게 바로 지난 이명박 정권 시절이었다.
그런데 또 다시 박근혜 대통령이 방송을 감독하고 심사하는 핵심 자리를 극우, 보수, 친일 등 편향된 인사들에게 맡기는 걸 보고 있자니, 대통령의 자질과 자격에 의문이 생긴다. 공영방송을 국민들의 역사관 개조기관쯤으로 여기지 않고서는 이럴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2011년 국제언론단체인 '프리덤하우스' 보고서에서 70위를 기록해 언론자유국에서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하락한 뒤 지금껏 언론자유국의 위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2014년 언론자유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50위(전년)에서 57위로 하락했다. 2013년에도 44위에서 50위로 하락했다. '부분적 언론자유국'(Partly free)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언론자유에 대한 '위협'을 향해 이명박*박근혜가 한 길을 가고 있다는 증거다.
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처절한 반성의 토대위에 국정기조를 전환하지 않으면 국민의 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경고한다"는 205명의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7명의 생존 독립지사들의 절규를 새겨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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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박효종 이어 이인호라니...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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