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자리 어디지?" 그 말이 작품이 됐다

태어나 처음 갖는 내 자리... 인생의 의자를 떠올리게 하다

등록 2014.09.04 11:57수정 2014.09.0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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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린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참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모든 그림 안에 의자가 하나씩 있다. 왜 작가는 의자를 그림 속에 그렸을까? 수원 팔달구 지동교 옆에 자리한 영동시장 2층. 가을비가 참 억세다 할 정도로 쏟아졌다. 3일 오후 아트포라 갤러리인 아라를 찾았다.

백기영(42, 여) 작가는 그림을 그린다. 그 그림 속에 의자가 들어있다. '왜?' 아무리 생각해도 작가의 의도를 알아내기가 역부족이다. 그래서 질문을 던졌다. "왜 그림 속에 의자가 있는가?"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했다. "의자는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백기영 작 작가는 의자는 곧 시작을 의미한다고 설명을 하고 있다
백기영 작작가는 의자는 곧 시작을 의미한다고 설명을 하고 있다하주성

'처음'은 곧 자리인 의자로 시작된다.

"어릴 때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가면 어머니들이 아이들 자리를 찾아봅니다. '우리 아이 자리가 어디지?' 라는 질문과 함께요. 그 자리에는 반드시 의자가 있습니다. 결국 그 자리는 의자를 말하는 것이죠."

백기영 작가가 생각하는 의자란 '시작'이라고 한다. 작품 사이에 이런 글귀가 보인다.

나의 시작은 의자와 함께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의자들
어린 시절 학교 다니고, 연애를 하고, 일을 시작하고, 잠시 쉴 때도
우리는 늘 의자와 함께 하였다
지금 있는 자리가 불편하거나 힘들더라도 그 자리에서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생각해보자

"제가 10년 정도 직장 생활을 했어요.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하니까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죠. 결국은 제 의자가 없다는 거예요. 의자가 없다는 것은 제가 편히 쉬거나,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의자가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를 깨달은 것이죠."


가슴 설레는 첫 전시회

오는 14일까지 아트포라 갤러리 아라에서 백기영 작가의 전시회가 열린다. 본인은 굳이 작가라고 표현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전시회 취재를 한다고 하니 조금은 의아한 얼굴로 바라본다. "자신이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기사를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수원 토박이인 백기영 작가는 초, 중, 고를 모두 수원에서 나왔다.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열고 있지만 전공은 건축이란다.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고, 특히 아이들 방을 꾸밀 때는 이것저것 직접 그려 넣어 꾸미기도 했단다. 전시를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작품 '그래, 시작하는거야 1' .
작품'그래, 시작하는거야 1' . 하주성

"이렇게 제 이름을 갖고 전시회를 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제 그림이 워낙 독특해서인지 친구들도 처음에 의자를 그린 그림을 보고 무슨 뜻이냐고 질문을 많이 합니다. 저는 의자는 곧 시작이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어머니를 떠나서 만나게 되는 것이, 초등학교 의자이기 때문에 의자가 곧 시작이라고 말하죠."

백기영 작가의 의자를 보고 있노라니 묘하게 빠져든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의자. 작가의 의자에는 이런 말들이 쓰여있다.

작품 좌측은 '신입사원, 입사를 축하합니다', 우측은 '부장님 승진을 축하합니다'
작품좌측은 '신입사원, 입사를 축하합니다', 우측은 '부장님 승진을 축하합니다'하주성

'신입사원, 입사를 축하합니다.'
'부장님, 승진을 축하합니다.'
'그래, 시작하는 거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백기영 #전시회 #아트포라 아라 #의자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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