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 굶고 물도 못 마셨다"

아침 마을길을 걷다 만난 강생이 이야기

등록 2014.09.05 14:58수정 2014.09.0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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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한 바퀴 돌 생각으로 작업장에서 나왔다. 시골 마을 길을 걷다 보니 강아지가 목 줄에 묶인채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솜털이 보숭한 어린 강아지이고, 치명적 귀여움에 끌려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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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굶었어요 밥 좀 줘 보고, 귀여워 해 줘요~ ⓒ 박건


"아이구 귀여워라"
"왈왈 왈왈왈 왈왈왈 왈왈왈!"
(밥 쫌 줘보구 구여워 해 줘봐!)

밥 그릇이 비어 있고, 물 그릇도 비어 있었다. 농가 주택에 차도 있고, 사람이 있는 듯하여 아침이 늦는구나하고 손을 털며 일어나 가던 길을 이어갔다. 걷다 보니 너무 멀리 나왔다.

시장끼가 들고 단골 식당에 들어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나왔다. 더운 먼 길을 다시 걷자니 잠시 망설여졌다. 그렇다고 버스 올 시간을 하염없이 기다리느니 차라리 걷는 게 나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으시시 어깨가 시려워 옷을 챙겨 입고 나왔다. 그러나 해가 하늘 가운데로 뜨고 땡볕에 복사열까지 비치니 얼굴이 화끈거리고 땀이 나서 온 몸이 촉촉하게 젖기 시작했다.

걷는 가는 길마다 향기가 다 다르다. 길섶에 건초 냄새, 칡 향기, 경유 냄새, 퇴비 냄새, 개 비린내 냄새... 괜한 걱정이 들어 올 때 본 강생이 있던 길로 갔다. 강생이는 그늘 바닥에 드러 누워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밥그릇은 목 줄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까 모습 그대로였다. 물 그릇도 비어 있고 바짝 말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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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밥 먹는 거 처음보세요 물도 좀 갖다 줘 봐요... ⓒ 박건


"야야 밥 묵으나?"
"왈왈왈(굶었다)"
"물은 마싰나?"
"왈왈 왈왈왈왈(물도 못마셨다)"

여태 물도 못 마시고, 아침도 굶은 게 확실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다행히 개집 안에 사료통이 보였다. 한 웅큼 쏟아 놓으니 코를 처박고 꼬리를 흔들어 대며 먹는다. 빈 팻병에 물을 받아 물그릇이 넘치도록 부었다.


강아지가 정신없이 먹는 모습을 보니 흐믓했다. 주인과 마주치면 겸연쩍을까 봐 얼른 그곳을 떠나 가던 가던 길을 걸었다. 물까지 마셨을 때, 그제서야 강생이가 짖었다.

"월월~월 월월월월 월~ 월월월~ 월월"
(이것은 번역이 따로 필요 없겠다 ^ ^ )
#밥 #물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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