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로 규정, 무한재생되는 김영오씨 발언1면에 이어 3면 '막말 사례'에도 그대로 인용되고 있는 김영오씨 발언. <조선일보> 9월 5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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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무게를 지닐 수 없는 23세 여대생이 집회에서 한 자유발언을 가지고 1면 머리기사와 사설로 비판한 <조선일보>의 편집은 파격이다. 그리고 파격의 소재가 '말'인 경우에는 그 숨은 정략성에 관심을 갖게 된다.
5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은 '막말 폭력에 멍드는 국격'이다. 23세 양아무개씨의 발언을 '막말'로 규정, 비판한 이 신문의 진정한 타깃은 그러나 양씨가 아니다. "막말의 정점"이라며 기사 후반부에 소환한 인물은 세월호의 상징인물, 김영오씨다. <조선>은 23세 여대생의 발언을 앞서 소개한 뒤 김씨 발언을 "막말의 정점"이라며 재인용하고 있다.
<조선>은 "최근의 막말 풍토는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의 대통령 욕설 논란에서 정점을 이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김씨는 지난달 19일 청와대 앞에서 경찰이 길을 막아선다는 이유로 "대통령이란 X이 똑같은 거야. XX년이지"라는 욕설을했고, 이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본 국민들 사이에서"해도 너무한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이 소개한 '세월호 사고 후 논란된 막막들' 사례 8건에도 김영오씨의 '박근혜 욕설'은 다시 한번 인용된다. 추석 연휴 직전에 기획기사로 나온 막말 특집기사, 언제부터인지 <조선일보> 지면에서 세월호 관련 뉴스는 사라지고, 김영오 발언은 무한재생되고 있다.
<조선>은 6일자에도 '대통령 향한 여성비하 욕설에 침묵하는 여성단체들'이라는 제목의 '기자수첩' 칼럼에서 위 김영오씨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며 "일국의 대통령을 '년'이라고 부르는 경악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정작 여성 인권을 대변해야 할 여성단체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 다물고 있다"고 여성단체들을 비판했다. 'X'이 아니라 '년'이라고 구체적으로 인용한 <조선>의 편집이 인상적이다.
추석민심 앞두고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장관회의', 김영오는 '막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