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청 결혼식입구에 예비부부 사진을 전시해 꾸미기도 한다.
이현정
이와 같은 예비부부가 중심이 되는 결혼식에서는 형식적인 주례는 생략된다. 신랑 신부 동시 입장, 주례 없는 결혼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때론 신랑 신부가 부모님께 쓴 편지를 읽는다거나 부모님이나 지인이 쓴 편지를 읽어주는 의미 있는 구성을 하는 사례도 있다. 특히, 두 사람이 함께 결혼서약서를 읽고, 미리 준비해둔 성혼선언문을 하객들이 함께 읽는 방식은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다. 예비부부에겐 감동과 함께 '정말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렇듯 결혼식의 기획자이자 주인공이 된 부부들은 직접 준비하다 보면 아무래도 신경 쓸 일이 많고 번거롭기도 하지만, 그만큼 뿌듯하고, 추억이 되는 결혼식이었다고 자부한다. 비록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다른 이들의 눈엔 미흡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스스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지켜보는 하객들도 기억에 남는 특별한 결혼식이 되었다며, 남다른 응원을 보내게 된다. 그야말로 두고두고 추억이 되는 가치 있는 결혼의 시작이 아닐까?
시민청 결혼식의 또 다른 큰 특징은
버려지는 것을 줄이는 친환경 결혼식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결혼식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생화 등 각종 장식, 청첩장, 음식물 쓰레기에서부터 일회용품, 3~4번 사용하면 버려져야 하는 대여 드레스까지... 시민청에서는 지금껏 큰 고민 없이 버려지는 것들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결혼식을 추구하고 있다.
방명록 대신 젠가나 나무 블록 등에 축하 메시지를 쓰도록 한다거나 모바일청첩장을 활용하기도 한다. 대개 어르신들을 위한 종이 청접장을 최소한의 양으로 준비하기도 하지만, 주로 이메일, 문자, sns를 활용한다. 피로연 음식 또한, 친환경 음식으로 마련하며,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준비하기도 한다. 부케 또한 뿌리가 살아있는 생화를 이용, 화분에 담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태평홀 꽃장식도 대개 화분이나 과일, 초 등을 활용, 식이 끝난 후 답례품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시민청 결혼식은 하객이 함께 참여하고 함께 즐기는 결혼식을 추구한다. 시민청 결혼식에선 신부대기실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입구에서 하객과 함께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덕담과 기쁨을 나눈다. 때론 폴라로이드 즉석 사진을 찍어 하객들이 식이 끝나면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 한쪽에 예비부부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 갤러리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축가나 공연을 지인들의 재능기부로 준비해 친근한 무대를 마련, 함께 기뻐하며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시민청 결혼식은 나눔 있는 따뜻한 결혼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축의금 없는 결혼식을 진행하기도 하고, 꽃 화환 대신 쌀 화환으로 받아 기부하기도 한다. 때론 절약한 예식 비용을 평소 후원하고 있는 단체에 기부하기도 한다. 예비부부의 스튜디오 촬영 사진들로 채워지는 포토테이블 대신, 기부 증서와 기부 안내 책자를 놓아 기부 문화를 알리고 확산시킨 사례도 있었다.
소박해서 보다 쾌적하고, 더욱 멋진 결혼식이와 같은 시민청 결혼식은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자신들만의 결혼식을 꾸미고 연출할 수 있어 예비부부는 물론, 혼주, 하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축복과 격려 속에 감사의 마음으로 편안하고 따뜻한 식을 치를 수 있었다는 평이다. 하객들 또한, 지금껏 보아온 결혼식과 다른, 신랑 신부가 주인공이 되는 인상적인 결혼식이었다는 얘기들을 한다.
지난 토요일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 이화숙씨도 "아주 호젓하고 좋네요. 다른 데는 가면, 다른 예식이랑 섞여서 정신없는데, 여기는 오늘 한 쌍만 이렇게 하잖아요. 교통도 서울시청이니 모르는 사람도 없고, 서울시청이라 의미도 있고, 본인들이 콘셉트를 잘 잡아서 하면 정말 좋겠어요. 저도 다음 달에 아들이 부산에서 결혼하는데, 진작 알았으면 여기서 했죠"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함에도 일부 예비부부들은 예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모님들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음을 토로한다. 관공서에서 하면 소외계층을 위한 초라한 결혼식일 것이라 생각하는 어르신들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청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 중 하객 수 100명 내외, 예식 진행 예산 천만 원이라는 규정도 문제가 된다. 우리 사회 여건상, 하객 수 규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 하지만 이러한 하객수 규정은 실제 시민청 결혼식이 진행되는 태평홀에서 가장 쾌적하게 예식을 치를 수 있는 규모이기도 하다.
시민청 결혼식을 치른 많은 부부들은 예식을 결정하기 전 부모님들을 모시고 답사차원에서 시민청 결혼식장에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면, 절대 초라하지 않고 오히려 개성 있고 의미 있는 결혼식이라는 것을 확실히 이해하게 된다는 얘기다. 무턱대고 반대하던 부모들도 대부분은 식을 보고 나면, 되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적극적인 후원자가 된다고 한다.
시민청에서 결혼식을 진행하는 예비부부들은 작고 뜻깊은 결혼식 홍보대사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청첩장이나 식전 사회자 발언을 통해, 혹은 답례품 등을 통해 하객들에게 시민청 결혼식의 사회적 의미를 설명하기도 한다. 또한, 결혼식 후기 등을 공유하며 알리고 있다.
지난주 결혼식을 올린 강현구·이상아 커플은 참석하지 못하는 지인들을 위해 결혼식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