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당권 경쟁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기본소득과 2016년 총선 대비를 중심으로 논의돼

등록 2014.09.22 16:25수정 2014.09.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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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녹색당의 당 대표자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9월 25일부터 30일까지 치러지는 당 대표자 선거에서 뽑힌 공동운영위원장과 정책위원장은 2년 임기동안 녹색당을 이끌어가게 된다.

공동운영위원장의 경우 경선을 치러 다수 득표자가 당선이 되며, 단수로 출마한 정책위원장의 경우는 50%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녹색당은 당대표격인 공동운영위원장을 남성 1인, 여성 1인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이번 선거에서 남성 후보로는 김수민(33) 전 구미시의원과 안준혁(24) 전 청년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하승수(47) 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출마했다. 여성 후보로는 정유진(29) 현 관악동작 녹색당 운영위원과 이유진(40) 현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이 나왔다.

 오른쪽 부터 안준혁, 하승수, 김수민 남성 공동운영위원장 후보, 정유진, 이유진 여성 공동운영위원장 후보
오른쪽 부터 안준혁, 하승수, 김수민 남성 공동운영위원장 후보, 정유진, 이유진 여성 공동운영위원장 후보전형우

기본소득을 2016년 총선 주요공약으로 

토론회의 쟁점 중 하나는 '기본소득'이었다.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조건 없이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소득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정책이다. 스위스에서는 모두에게 월 300만 원가량의 기본소득을 주는 국민투표가 발의되었다. 한국형 기본소득은 월 70만 원 정도로 논의되고 있다.

하승수 후보는 기본소득을 2016년 총선을 대비한 녹색당의 핵심정책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 후보는 "영국녹색당이 총선 정책으로 기본소득을 채택했고, 지지율이 10%가 넘는 핀란드 녹색당도 기본소득을 내세우고 있다"며 "현재 잃을 것이 없는 한국 녹색당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기본소득을 택하는 것을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녹색당이 탈핵만 내세워서는 노동과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시민들이 직접 피부에 와 닿는 희망으로서 기본소득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수민 후보는 "기본소득 논의는 이번 당내 선거를 통해서야 제대로 나왔다. 총선까지 2년 안에 정책을 구체화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라며 "현재 한국사회에서 기본소득이 소수정당다운 문제의식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무상급식 같은 경우도 '공짜 급식' 논란 등으로 역풍이 일기도 했다. 기본소득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녹색당에 주어진 발언 기회는 극히 드물 텐데 이것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수 있을까. 기존에 녹색당이 주장해왔던 농업, 탈핵 등 이슈를 제대로 소화해야 그 다음에 기본소득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준혁 후보 또한 운영위원장 후보로서 기본소득을 내세우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답했다.

후보들은 서로의 정책과 이전까지의 활동들에 대한 공방을 벌였다. 김수민 후보는 지난 4년간 당을 이끌어온 하승수 후보에게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역의 비례대표 출마 결정이 너무 늦었던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하 후보는 "헌법재판소 판결로 녹색당의 이름을 되찾은 후에 당원들 사이에 비례대표 출마에 대한 요구가 활발해졌다. 후보를 내는 것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권은 지역녹색당에 있다. 경북녹색당도 좀 더 노력해서 지방선거 후보를 냈었다면 경북지역모임도 활성화되지 않았을까"라며 경북녹색당의 운영위원이기도 한 김수민 후보의 물음에 답했다.

김수민 후보가 "하 후보가 선거에 출마할 각오가 있다면, 공동운영위원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구로 가서 2년간 국회의원 후보로 준비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하자 하승수 후보는 "저의 출마 여부는 선거 전략에 따라 당차원에서 정해질 것"이라며 "녹색당의 비례대표 후보 당선을 위해서라도 당 대표가 지역구에 출마할 각오가 되어있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안준혁 후보는 "총선에서 후보가 당선되는 것보다 당원들이 즐겁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게 우선"이라며 "지난 선거를 통해 지역모임의 당원들이 힘들어지고 진이 빠졌다. 무리를 해서 선거를 하는 바람에 지역모임이 활기를 잃은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수민 후보는 "선거 때문이라기보다는 녹색당이 총체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며 "선거를 치러봤더니 힘들어진다는 이야기가 선거를 회피하는 것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녹색당을 더 정당답게 만들어야

후보들은 각자 녹색당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도 내놓았다. 정유진 후보는 "선거를 통해 당의 기초조직들이 손상을 입었는데 복구하는 과정이 없다."며 "다른 후보들은 강한 리더십을 가지고 어떻게 당을 잘 이끌까 생각지만 저는 당원들의 모임이 어떻게 잘 운영되게 할까에 중점을 둔다. 다른 후보들이 언론 인터뷰를 하고 다양한 집회에 참여한다면 저는 활성화되지 못한 지역 운영위원회를 찾아다니며 무엇이 필요한지 듣는데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후보는 "녹색당의 가장 큰 자산은 6천명의 당원들이다. 지금은 소극적으로 투표만하는 당원들이 많지만 당원들이 각자 자기 삶의 일부를 녹색당과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야 한다. 환경단체 등에 당연히 녹색당원이어야 할 분들이 아직 당 밖에 있는데 최대한 끌어들여야 한다."며 "총선을 대비해서 선거일을 핵심으로 두고 역으로 시간표를 짜야한다. 다른 정당보다 6개월 전에 후보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부터 정치적인 훈련을 하고 돈을 모으고 기획단을 꾸려서 다른 정당보다 빨리 부지런히 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수민 후보는 "정당의 정책과 이념을 전파하는 책임을 지역당이 지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다. 전국당이 이 역할을 책임지고 앞장서서 돌파해가면서 이루어야 한다. 지역당은 말하기보다 듣기에 중심을 두고 어려운 이웃들의 아픔과 고충을 나누는 조직이어야 하며, 지역의 이슈를 가지고 독자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며 "보수적인 구미에서 4년간 시의원으로 돌파해왔다. 구미에서의 돌파 경력을 개인적인 이력으로 두지 않고 전국에서 돌파해나가겠다. 시의원으로 활동할 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해온 제가 당선되는 것은 녹색당에서 노동 분야가 강화된다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안준혁 후보는 "당의 활동가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며 "당에서 주4일제를 시범적으로 해본다던가, 오후 4시에 퇴근을 하는 것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내세우는 녹색당에서 정작 상근자들은 힘들게 활동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하승수 후보는 "당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큰 한계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1만 명 당원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고 이걸 못하면 총선준비도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과감한 기획력으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말하고, '돈보다 생명'이라는 슬로건으로 농업, 먹거리, 소수자 인권 등 다양한 이슈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총선에서는 호남에서 전통적으로 강했던 새정치민주연합과 통합진보당이 주춤하는 상태에서 녹색당이 호남 지역구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관건이다."고 했다.

 왼쪽부터 김은희 여성 정책위원장 후보, 서형원 전 과천시의원, 한재각 남성 정책위원장 후보
왼쪽부터 김은희 여성 정책위원장 후보, 서형원 전 과천시의원, 한재각 남성 정책위원장 후보전형우

공동운영위원장 후보와 더불어 녹색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원장 후보 토론회도 진행되었다. 남성 정책위원장 후보로 나온 한재각(45) 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녹색경제동맹'에 대해서 말했다. 한 후보는 "녹색당은 탈핵, 에너지 전환이 당의 핵심적인 의제이다. 하지만 일상을 사는 생활인들에게는 좀 먼 이야기이도 하다. 핵발전소를 버리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시민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며 "중앙 집중화된 에너지 시스템을 지방분권화하면서 새로운 일자리 만들어내고 지역 경제 활성화가 가능하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산업이 자리 잡은 지역들을 녹색당의 지지지역, 지지 세력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녹색경제동맹'이다. 에너지 분야뿐만 아니라 농민들 또한 녹색경제동맹으로 포섭해야한다."고 말했다. 여성 정책위원장 후보인 김은희(43) 현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녹색당이 탈핵과 농업에 대해 주로 다루었지만 녹색당원의 절대 다수가 수도권과 도시에 거주한다. 녹색당이 도시에서 발생하는 환경, 교통, 주거문제 등에 대해서 매우 구체적으로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녹색당이 선전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박원순 시장이 녹색당스럽지만 녹색당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내세우는 것 중에는 표면적으로는 녹색당의 가치에 부합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정책들이 많기 때문에 녹색당만의 의견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진보정당이라는 틀에 녹색당이 포함될까

진보정당 일각에서 녹색당과의 통합논의가 나오는 것에 대해 한재각 후보는 "그분들은 녹색당을 진보정당이라는 틀로 해석하고 있다. 녹색당은 기존의 진보정당과 분명히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점을 희석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진보정당이 만들려는 세상과 녹색당이 만들려는 세상이 공통점이 있다는 점에서 그들과 대화가 필요하기도 하다.

통합보다는 연대가 필요한 지점이다."며 "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들과 환경단체 종사자들이 아직 녹색당원이 아닌 분들이 있다. 진보정당에도 환경단체 출신들이 있다. '제2의 창당'을 통해 당의 외연을 끊임없이 확대하고 그분들을 참여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희 후보는 "한 후보의 의견에 동의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녹색당이 진보정당에 속하지 않나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여성운동이 말하는 진보는 기존의 진보와 다른 의미의 '진보 여성운동'이다. 녹색당 또한 새로운 의미의 진보이다. 보수-진보 구분에 꼭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시민들은 당에 대해 명확하고 쉽게 설명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진보정당으로 구분해서 부르는 것도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녹색당 제3기 당대표자를 선출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녹색당 제3기 당대표자를 선출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전형우

이날 토론회는 4시간동안 진행되었고, 온라인으로 전국의 당원들에게 생중계되었다. 9월 16일 대구와 이번 서울 토론회를 통해 녹색당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정당답지 않다'는 문제제기가 나왔고, 앞으로의 정책과 비전에 대한 논의들이 촉발되었다. 진보정당들이 위기에 몰리고 통합논의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녹색당의 다음 2년을 누가 이끌어갈지가 주목된다.
#녹색당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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