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을 버리자고?" 이 아이의 고민, 눈물납니다

[서평] 특수학교 교사가 들려주는 장애인 인권 동화 <우리형>

등록 2014.09.24 16:29수정 2014.09.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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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 관련해 강렬한 기억 두 가지가 있다.

1960년대 초등학교 시절 우리 반에 장영배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쓰지 못했다. 매일 아침 어머니 등에 업혀 학교에 오던 그 친구는 공부도 잘했고 얼굴도 예뻤다. 영배를 데려오고, 데려가던 영배 어머니는 늘 영배에게 정갈하고 고운 옷을 입혔다. 다리만 불편할 뿐 영배는 친구들 중 그 누구보다 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또 하나의 기억.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우리 가족은 전세를 살았다. 우리가 세 들어 살던 주인집엔 뇌성마비를 앓는 언니가 있었다. 그 언니는 늘 집에 갇혀 지내야 했는데 팔, 다리 사용이 불편하고 말도 어눌했지만 지능이 크게 떨어진 사람은 아니었다.

주인집 아주머니는 누가 딸을 괄시할세라 옷도 정갈하게 입히고 먹을 것도 더 정성스럽게 챙겨줬다. 제대로 된 장애인 시설조차 없던 때라 "내가 먼저 죽으면 저 애를 누가 돌볼까" 걱정하던 주인집 아주머니가 기억난다.

이 가족이 장애를 이해하는 법

"성민아 무슨 잠을 그렇게 자? 형이랑 좀 놀아줘. 심심하겠다."

엄마가 말했습니다. 형은 나무젓가락 하나만 있으면 혼자서도 잘 놉니다. 나무젓가락이 없으면 길가에 버려진 막대기를 주워 흔듭니다. 엄마는 그럴 때마다 더럽다며 나무젓가락으로 바꿔 주곤 했습니다. - 책 <우리 형> 일부


a 우리 형 장애인과 생활환 경험으로 담아 낸 동화

우리 형 장애인과 생활환 경험으로 담아 낸 동화 ⓒ 산하

책 <우리 형>은 장애를 지닌 형을 둔 동생의 눈으로 그려낸 이야기다. 동생 성민에게는 장애를 지닌 정민이라는 형이 있다. 외부 행사나 친척들이 모이는 행사마다 형은 이모에게 맡겨진다. 가족 구성원으로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다.

형을 아끼던 할아버지 장례식에서 실수를 해 가족들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하지만 형은 가족이 외출할 때마다 따라가고 싶어한다. 아버지와 엄마는 형의 문제로 다투기도 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회사 직원들에게  장애인 아들을 소개하며 사회 시선으로부터 당당해지려고 한다.


"지금도 우리 정민이를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해. 오늘 여러분을 초대하는 문제를 놓고 많이 고민했어. 집들이하고 나서 회사에 소문이 퍼져 입방아에 오르내릴까 봐. 그래서 집사람은 우리 정민이를 처제한테 맡기고 싶어했어."
- 책 <우리형> 일부

성민이 장애인 형이 있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자 부모는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특수학교 교사가 직접 풀어내

"형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요. 텔레비전에서 보니까 장애인들을 데리고 사는 시설도 많던데 그런 데 보내면 되잖아요."
"너 그걸 말이라고 해? 형을 버리자고? 그럼 힘들면 너도 버릴까?"
"차리리 그러시든지요."
"너는 나중에 엄마 아빠가 늙어서 병들면 갖다 버릴 거야?"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요."
"그런 얘기가 아니긴, 가족이란 게 뭔데? 서로 사랑하고 지켜 주는 게 가족이야."
- 책 <우리형> 일부

글쓴이 이수배는 중증 장애 학생과 생활하는 특수학교 교사다. 자신이 장애 학생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기억을 동화로 담아냈다. 그래서인지 현실감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2013년 12월 말 등록 장애인 수가 250만 명이 넘었다. 여러 이유 때문에 장애 등록을 하지 않은 수까지 합치면 훨씬 많은 이들이 장애를 지니고 살 것이다. 내 경우도 사회의 편견 때문에 장애인 등록을 놓고 3년이나 망설였다. 교통 사고로 왼쪽 다리를 절게 된 이후, 주변에서 장애인 등록을 권유했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 가득한 시선들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장애인을 보는 시선에 차별과 편견이 많다.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경우, 가족임을 숨기거나 시설에 보내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잘못된 사회 인식 때문에 장애인을 둔 가정은 이중으로 고통을 안고 사는 셈이다.

장애는 부끄러운 일도, 숨겨야 할 일도 아니다. 장애인이 있는 가정은 물론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인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 장애인은 분명 불편함을 지니긴 했지만,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는 인격체다. 동정이나 시혜의  대상으로 그들을 여길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불편을 최소화하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행복을 추구하고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

장애인 단체에서 벌이고 있는 탈시설 운동, 장애인 이동권 보장 운동, 중증 장애인 24시간 활동 보조 서비스와 부양 의무제 장애인 등급제 폐지 등은 장애인도 차별과 편견 없는 사회에서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덧붙이는 글 <우리 형>( 이수배 글. 이상권 그림/ 도서출판 산하/2011년 5월 /9500원)

우리 형

이수배 지음, 이상권 그림,
산하, 2011


#장애인등급제 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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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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