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참사 추모 노란리본을 강제철거하겠다며 서울시청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성관 대표,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 정함철 대변인.
권우성
'서북청년단재건준비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정함철씨는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을 더 이상 국론 분열의 중심에 서게 해선 안 된다"면서 "서북청년단이 단원고 일부 유가족과 불순한 반정부 선동세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서울시와 정부를 대신해서 이 일을 결행하고자 한 것"이라고 목표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지난 26일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등에도 동참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지만 막상 이날 조끼를 입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서북청년단 발기인 대여섯 명이 전부였다.
정 대변인은 "일베는 단체가 아니라 회원 단위로 활동한다"면서 "일베 게시판에 올린 뒤 전화가 많이 왔고 이 주변에도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도 일베 회원을 비롯한 '구국 청년'들에게 전국에 걸린 세월호 추모 현수막과 노란리본들을 '정리'하라고 선동하는 한편,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와 일부 유가족들에게는 광화문광장 단식농성 천막 철거를 촉구했다.
과거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현재 '구국을 위한 행동하는양심실천운동본부' 대표를 맡고 있는 정씨는 "왜 세월호를 박근혜 대통령 책임으로 몰고 가느냐"면서 "일부 선동 세력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하려는 게 아니라 유가족들을 내세워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방 직후 월남한 서북지방 청년들을 중심으로 각종 정치 테러를 일삼아 악명이 높았던 '서북청년단'을 "구국의 최전선에서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낸 구국의 용사들"로 높게 평가하고 "해방 직후 남로당이 70~80% 민심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공조직도 못한 일을 하려면 다소 폭력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적극 두둔했다.
"전국에서 노란리본 떼는 장면 인터넷에 올릴 것"이날 30분 남짓한 행사 도중 곳곳에서 항의하는 시민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40대 여성이 "서북청년단은 물러가라, 너희는 가족도 없느냐"고 따지자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이제 그만하자 노란 깃발 지겹다"고 맞받았다. 또 주 대표는 기자들에게도 "대통령이나 왕이 죽어도 5~6개월씩 문상하나"라면서 "기사 똑바로 써라"고 다그쳤다.
한 70대 남성은 "3년 상처럼 계속 추모해 봐라 나라 망한다"고 동조했고, 어린 자녀를 안은 한 40대 남성은 "아무 것도 못한 책임 묻겠다는 건데, 걱정해 주는 척하고 있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