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방사능 모르모트가 될 수 없습니다

[주장] 저선량 방사능 피폭도 위험... 국가는 방사능 규제 강화하라

등록 2014.10.07 17:58수정 2014.10.0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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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하던 지난 4월 16일, 방사능안전급식실현 서울연대(아래 서울연대)가 발족했다.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을 만들기 위해 14개 단체가 함께 모였다. 서울교육청 방사능안전급식 조례, 서울시 방사능안전급식 조례가 각각 지난 2013년과 이번 2014년에 통과됐다. 모두 서울연대가 주요한 역할을 한 작업들이다.

그러나 국가기준치 세슘 100Bq/kg을 허용하는 조례 또한 통과됐다. 시민들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량 방사능조차 급식에 올릴 수 없다는 주장과는 상관없는 결정이었다. 현재 실행하고 있는 서울교육청과 서울시 조례를 볼 때 법률이 아닌 조례로서의 한계는 분명 있다.

극미량 방사능은 먹어도 무해하다?

지난 2012년 많은 아기 엄마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방사능 분유 사건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 일부 업체의 분유에서 1Bq/kg 미만의 세슘이 검출되어 기업과 시민단체의 소송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이 소송은 매우 나쁜 선례가 되고 말았다. 시민단체의 패소는 결국 유감스럽게도 극미량의 방사능은 먹어도 된다는 인식을 남겼다. 그동안의 검출현황을 볼 때, 한국 연안에는 10Bq/kg 미만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 하지만 국가기준치 100Bq/kg을 넘은 적이 없다. 현재 수산물에서 나오는 방사능 수치는 거의 미량이다.

'한살림', 'ICOOP생협', '행복중심' 등 협동조합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식품의 방사능 검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반감기가 30년이나 되는 세슘 137의 경우 지금도 표고버섯과 고사리 등에서 꾸준히 검출되고 있다. 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실에 의하면, 건고사리, 꽁치, 표고버섯, 홍차에서 세슘 134와 137이 1Bq/kg 검출됐다. 다시마, 미역, 파래에서도 방사성 요오드가 1Bq/kg이 검출되었다.

방사능이 위험하다는 정도는 국민 대부분이 안다. 허나, 어느 만큼이 위험하고 어떤 식품을 가려야 하는지 잘 가늠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선물로 받은 멸치를 통째로 버려야 할지, 몸에 좋으라고 사둔 표고버섯 세트를 먹어야 할지 사람들은 헷갈린다. 그리고 불안하다.


방사능안전급식 서울연대의 대표이자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나는 아이들 급식에 미량의 방사능이라도 허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서울교육청과 서울시 조례상의 국가기준치 세슘 100Bq/kg은 큰 문제다. 미량의 방사능이 나오는 식품은 단호히 급식에서 제외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 체르노빌로부터 얻은 역사적 교훈을 끊임없이 상기해야 한다. 올바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시민들도 함께 방사능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방사능 피폭의 위험성에 대해 알려야 한다. 일본의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일본으로부터 흘러 나간 방사성 물질이 우리 연안까지 피해를 끼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사실 이 일의 당사자는 전문가도 시민사회도 아니다. 엄마의 문제, 부모의 문제다. 그 절박한 마음을 많은 사람이 공감해 주었으면 한다. 일본산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가공식품에 들어간 일본산 첨가물에서 81Bq/kg의 방사능이 검출됐다. 그런데 정작 일본은 일본산 수입조치를 해제하지 않으면 WTO에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 국가는 대체 무엇을 믿으라는 것인가.

농약, 환경호르몬 등의 유해요소도 분명 중요한 문제지만 지금 방사능 문제는 세계적 재앙이다. 그 위험성의 깊이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시민사회는 더 연대해야 한다. 시민들이 바로 내 자신의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방사능 위협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낼 수가 없다. 그저 방사능 식품만 피한다고, 내 가족과 내 아이, 나 자신만 조심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우리 아이를 모르모트로 만들 수는 없다

정부와 식약처는 과학적 증명이 완료가 되기 전까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내세우는 주장뿐만 아니라 유럽방사능위험위원회(ECRR)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누군가는 목숨을 위협받는 이 일을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형평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 저선량 피폭의 영향은 점차 인정받고 있는 추세이다. 어린이들이 방사능으로부터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강화된 규제를 통해 아이들부터 우선 보호해야 한다. 과학적 증명이 완료되기 전까지 우리 아이들이 저선량 피폭의 실험용 모르모트가 될 수는 없다. 

필자는 영유아와 어린이 방사능안전급식을 위한 방안으로 아래와 같이 제안하고 싶다.

1. 방사능으로부터 가장 위험한 영유아, 어린이의 기준치부터 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2. 저선량으로도 충분히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시민·연구자와 함께 학습하고, 공론화해야 한다.
3. 방사능의 독자적인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그 일원으로 식품방사능안전센터를 구축해서 다각적인 방사능오염검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4. 스트론튬 검사 의무화를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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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선량 방사능식품 위험성 공론화를 위한 공동세미나 지난 9월 30일, 저선량 방사능식품 위험성 공론화를 위한 공동세미나에서 방사능안전급식실현 서울연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전선경


시민사회에서는 미량의 방사능이 개인의 건강이나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점검하기 위해 세미나를 마련했다. 지난 9월 30일, 의학과 환경보건 및 기타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저선량 방사능식품위험성 공론화 세미나>가 열렸다. 장장 3시간 30분 동안 패널이나 청중 모두 열의를 가지고 문제점을 공감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소장은 "유럽방사선위험위원회(ECRR)는 대부분의 국가와 주류학회가 속해있는 국제방사선방호협회(ICRP)의 무역치선형모델을 비판한다"며 "방사선량에 정비례하여 위험도가 커진다는 내용인데 이는 내부피폭을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럽위원회는 2차 광전자발생 등의 원리로 내부피폭의 건강영향이 매우 크다고 지적한다"며 "유럽위원회가 제시하는 모델은 저선량에서 매우 큰 건강영향이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최 소장은 이어 "'안전한 방사능 수준은 없다'가 이 책의 기본자세이다. 방사능 낙진이 가장 많이 떨어진 벨라루스를 통해 방사능 피폭과 암 발생률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스웨덴에서 100Bq/kg 증가할 때마다 암 발병률도 11%가 증가했다는 통계는 ECRR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여한 이윤근 시민방사능감시센터소장은 어린이가 방사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발암, 선천성 기형, 사산 및 영유아 사망, 성비변화 등의 사례를 제시하며 어린이들이 방사능오염에 취약하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특히, "독일 고르레벤 핵폐기물중간저장시설과의 거리에 따른 성비변화를 보더라도 저선량 방사능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사전 검사만 잘하면 수산물 등 몇 가지 품목을 제외하고는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영수 한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미 한국인이 피폭한도를 넘어선 방사능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세계기준으로 2.4mSv가 피폭한도인데 한국인은 라돈 등의 자연방사능과 의료방사선까지 포함하면 이미 위험한도를 넘어 3.0mSv에 노출됐다는 요지이다. "1mSv는 작은 위험이 아니다"라며 "선형 무역치 이론으로만 보아도 음식을 통해 1mSv만 피폭되어도 암 발병 리스크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한정순 원폭피해2세환우회 회장의 발표는 세미나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내 자식에게 대물림되는 방사능 질병이다. 70년이나 지났지만 방사능과 질병의 명확한 인과관계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몇 차례나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대중의 관심도 미약한 심각한 사안이다. 원폭피해자를 위한 특별법안부터 시급하게 제정해야 한다. 방사능 질병은 우리 후손들의 일이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방사능질병피폭을 기억하고 관심과 지원을 촉구해야 한다.

신경준 한국환경교사모임공동대표는 지난 9월 22일부터 26일까지, 916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는 "서울시민 92%가 방사능 수산물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고 그중 80%가 수산물 섭취를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줄였다고 한다"며 "정부가 제시하는 식품방사능 안전기준치인 100Bq/kg도 너무 높다"고 주장했다. 신경준 대표는 "방사능 절대 안전값은 0이어야 한다"며 "세월호 대참사에서도 '가만히 있으라'고 했고 방사능과 고리호에서도 생선을 '가만히 먹으라'는 정부의 입장을 시민인 우리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의정활동 중 여러 환경문제들을 경험했다. "선행연구의 부족과 함께 기준치설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바로 관리와 행정비용"이라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소속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지난 2011년 방사능재해에 따른 환경 및 인체영향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태아·어린이·유전적 취약계층이 포함된 전체 인구집단에 대해서 더 엄격한 수준의 권고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저선량 방사선 피폭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와 관리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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