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면담 카드를 그렇게 값싸게 써도 되나"

[국감-외통위] 북측 대통령 면담 거절에 '전략 부재' 질타... 5.24 조치 해제 요구 확산

등록 2014.10.08 18:58수정 2014.10.0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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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면담 카드를 그렇게 값싸게 써도 되나"라며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대통령 면담 불발 경위를 따졌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면담 카드를 그렇게 값싸게 써도 되나"라며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대통령 면담 불발 경위를 따졌다. ⓒ 이희훈


"통일부 장관, 외교부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다 모여 기껏 짜낸 꾀가 이렇게 밖에 안 되나. 그렇게 '나이브(naive)'하냐 이거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한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대통령 면담 거절을 놓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호되게 꾸짖었다. 그는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면담 카드를 그렇게 값싸게 써도 되나"라며 대통령 면담 불발 경위를 따졌다.

우리 측의 '준비 부족'으로 북측의 대통령 면담 거절이라는 '무시'를 당했다는 주장이었다. 유 의원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방문기간 중 '중국 경도론' 보도자료 배포 취소 해프닝을 놓고 "일관된 국가안보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으니 이런 일이 발생한다"라며 "이거 청와대 얼라(어린 아이)들이 하는 거냐"라고 질타한 바 있다.

유승민 "순진하게 제안하고 무시당해... 보좌 잘못된 것 아니냐"

유 의원은 "(북측 방한 하루 전인) 3일 NSC회의에서 (북측의) 청와대 방문 여부를 어떻게 얘기했기에 방문의사도 없는 사람한테 제안하게 됐나"라며 "그래서 물밑 대화를 좀 하시라고, 이런 일 발생하지 않도록 했어야 하지 않나"라고 따졌다. 또 "그렇게 순진하게 제안하고 무시당하는 일이 발생하나"라며 "보좌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류 장관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다"라며 "거절당했다가 아니라 (북측이) 양해를 구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그쪽에서 양해를 구했다는 게 거절당한 것 아니냐"라며 "(북측의 거절은) 우리 집에 놀러온 사람한테 자기 아버지한테 인사하고 가라는데 (그 사람이) 시간이 바빠서 그냥 간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에 북한 애들 또 와 가지고 '대통령 만날래' 이랬을 때 안 만난다고 하면 지금처럼 또 이럴 것이냐"라며 "느긋하게 기다리다가 (북측이) 말 안 꺼내면 우리도 입을 닫고 있으면 되지, 뭐가 그리 급해서 그랬나"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류 장관은 "결과적으로 유 의원의 말처럼 비칠 수도 있지만 우리 제안에 북측은 아주 정중하게 양해한 것"이라며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남북 간의 관계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유 의원 뿐만이 아니었다. 이해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통령의 의사가 전달됐다면 그 분(북측)들이 (복귀)시간을 늦춰서 가는 게 맞았던 것 같다"라며 "동양적 예의 차원에서 보자면 결례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들도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문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한 것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신경민 새정치연합 의원은 "왜 만찬을 강권하지 않았나"라며 관계 당국의 소극성을 탓했고, 같은 당 최재천 의원 역시 "종업원들이 들락날락하는 곳에서 사실상 공개 회담이 이뤄진 것"이라며 "정부가 북측의 (방문) 의도에 대해 중대한 착오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논의의 초점은 남북 간 비공식 접촉의 '부재'로 쏠렸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국가정보원이나 통일부나 현재 '비밀접촉'은 없다고 하는데 남북관계를 풀려면 비밀접촉이 있어야 한다"라며 "비밀접촉을 안 하는 걸 자랑인 양 얘기하는 건 잘못됐다"라고 비판했다.

유기준 외교통일위원장마저 "남북 간 비선라인이 끊어져 있어 걱정된다, 비선라인이 관리 안 되는 상황에서 남북 사이의 교류가 옳게 되겠느냐"라며 "장관이 이 점을 상당히 신경써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여야 가리지 않고 쏟아진 5.24 조치 해제 요구... 일부 '원칙' 강조하기도

a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통일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통일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한편, 천안함 사태 이후 취해진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 요구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졌다.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은 "대통령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통 크게 치고 나가야 한다"라며 "우리가 천안함 사건을 잊어서는 안 되지만,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정면돌파를 시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해제를 요구한 것이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 역시 "북측 고위급 방문으로 남북관계의 '작은 불씨'가 생겼다"라며 "껍데기만 남은 5.24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성곤 새정치연합 의원은 5.24 조치의 직접적인 이유가 된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우리는 (북한이) 유죄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5.24 조치 해제를 요구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이) 북측의 소행일 개연성은 높지만 100% 단정할 수 있나"라며 "천안함 사건을 북측에서 일으켰더라도 최종 책임자인 김정일 위원장이 이미 저 세상으로 갔고 우리 정부도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5.24 조치를 왜 했는지 그 이유를 폄훼해서는 안 된다"라면서도 "5.24 조치로 대북 제재 효과가 있는가,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가를 판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박 대통령이 통일대박론, 드레스덴선언 등을 내놨고 통일부도 여기에 맞춰 10대 사업 추진방향을 발표했는데 5.24 조치 해제 안 하고는 모두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니깐 (정부의 대북정책이) '레토릭'으로 끝난다고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유승민 의원은 "분위기에 휩쓸리면 안 된다"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5.24 조치 해제) 결단을 할 때는 국민을 설득할 논리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라며 "정부는 달라졌지만 새누리당 정권 아닌가,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논리를 갖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설명해주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상현 의원도 "정치권이 정부에 대해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정감사 #유승민 #5.24 대북 제재 #류길재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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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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