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입대 당시의 한류스타 현빈의 모습.
해병대 블로그
사실 한국의 징병제가 일본의 일반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엉뚱한 계기 때문이었다. 바로 일본 방송에 한류스타들이 군대에 가는 장면이 등장하면서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본인들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군대에 가듯, 군대 가는 것을 아주 낭만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모두 애국심이 투철해 국가가 부르면 기꺼이 간다고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알다시피 모두들 애국심보다는 '달리 방법이 없어서', 또는 처벌이 두렵기 때문에 다들 군대에 간다. 카투사 지원율은 내려갈 줄 모르며(애국청년이라면 자국의 군대에 몸을 바치는 것이 마땅하다), 방위산업체에는 지원자가 줄을 선다. 병역비리와 관련한 뉴스는 잊을 만하면 신문지상에 오르내린다. 예비역들은 2년여의 시간 동안 사회에서 자기계발과 자유를 만끽하며 사는 면제자와 여성, 공익요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저는 한국인들이 거의 무보수에 가까운 월급을 받고, 부대 내에 묶인 신세로 군 복무를 한다는 것을 듣고 '아, 한국인들은 군대를 좋아하기 때문에 입대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뒤에는 처벌과 강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았다."3년 전, 당시 이벤트에서 만난 한 일본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때 우리는 여러가지 토론회나 토크 세션같은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조금씩 한국 군대의 실상을 알려갔다. 단체의 규모가 규모인지라 큰 이벤트는 개최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제안은 좀 달랐다. 양성택씨로부터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일본의 외신기자클럽, 다시 말해 일본 외국 특파원 협회(FCCJ)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일본 국회에서 특정비밀 보호법 관련 토론회에 참여한다는 등 믿을 수 없는 일정이었다. 우리의 활동을 오랫동안 지원한 일본의 작가이자 활동가 아마미야 카린씨가 함께 할 것이라는 반가운 이야기도 있었다.
나의 마음은 반쯤은 놀라움으로, 반쯤은 미심쩍은 느낌으로 가득 찼다. 과연 우리가 이 일정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번 건은 어쨌든 의기투합해 함께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에 어느덧 내 손은 도쿄행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있었다.
하네다 공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도착한 신주쿠는 3년 전에 비해 별로 변한 것이 없었다. 나는 JR 주오선을 타고 코엔지로 향했다. 코엔지의 게스트 하우스인 마누케 하우스에 짐을 풀고, 연설문과 원고를 정리했다. 그리고 아마미야씨와 양성택씨와 만났다. 실로 오랫만의 조우였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향후 일정과 연설에 관한 내용을 논의했다.
다음날, 한국인 망명객 이예다씨가 일본에 입국했다. 무려 21세기에, 군사독재 시절도 지났는데, 오로지 징병거부를 이유로 한국인으로서 프랑스에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진 첫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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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군대를 좋아해? 일본인들의 오해,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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