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내란음모죄...다 잘라버려"
민원 제기한 학생에게 교사 '막말'

경기 용인 신봉고 방송부 학생들 정신과 치료중... 교육청 "인권침해 아냐"

등록 2014.10.15 12:09수정 2014.10.1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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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신봉고등학교 전경.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신봉고등학교 전경.신봉고 홈페이지

"이놈들아, 이건 학교에 대한 테러야."
"너네는 학교에 내란을 음모한 거야. 방송부가 국가로 따지면 이석기처럼 내란음모죄를 저지른 거야."

지난해 9월 3일 경기도 용인시 신봉고등학교 교사들이 방송부 학생 8명에게 한 말이다. 2012년 3월 이 학교가 개교했을 때부터 방송장비 고장 문제로 교사와 방송부 학생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다. 이후 갈등이 커지자 부담을 느낀 방송부 학생들은 동아리 사퇴서를 제출했다. 학생들에게 돌아온 것은 막말이었다.

이 학교의 3학년 방송부 학생 김민준(18·가명)군은 14일 "지금까지 학교를 위해서 이익을 바라지 않고, 오히려 불이익을 받으면서 방송부 활동을 했다"면서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선생님이 학생들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화가 많이 났고 최근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올해에도 교사들과 방송부 학생들 사이의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참다못한 방송부 학생들은 지난 7월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실에 인권침해 구제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13일 교사가 학생들에게 막말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인권 침해는 아니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민준군은 "학생인권옹호관이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교장 찾아간 게 교권침해... 방송부 다 잘라야"

신봉고는 지난 2012년 3월 개교했다. 방송장비는 개교 때부터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방송부 학생들은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는 오후 9시 40분까지 종소리를 수동으로 송출하거나 방송장비를 점검해야 하는 날이 많았다. 이 때문에 방송부 학생들이 아침조회나 종례, 수업시간에 늦거나 참석하지 못했고, 벌점 등 불이익을 받았다.

방송부 학생들은 방송장비 고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장을 찾아가 쉬는 시간 등에 방송장비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전해들은 방송부 총괄 교육정보부장 김아무개 교사와 방송부 담당 강아무개 교사가 반발했다. 민준군은 "김 교사는 학생들이 교장을 찾아간 게 교권 침해라면서 '방송부를 다 잘라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부담을 느낀 학생들은 방송부 동아리 활동을 그만두겠다고 결정했고, 이튿날 강 교사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에 강 교사는 "테러범"이라는 말과 함께 "학생들이 지금까지 장비를 일부러 망가뜨려 잡음을 만들고 농성을 했다"고 다그쳤다. 옆에 있던 예체능부장 정아무개 교사도 학생들에게 "이석기처럼 내란음모죄를 저질렀다"고 소리쳤다. 학생부장 교사에게는 "학생들을 퇴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육정보부장 교사는 "방송부를 사퇴하면 생활기록부에 이 사실을 적을 것이고, 학생들은 대학에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학생들은 해당 교사에게 "사퇴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준군은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스토리에 방송부 학생들의 입장이 담긴 글을 올렸다가, 교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강 방송부 담당 교사는 "허위사실 유포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학생들을 압박했고, 정 예체능부장 교사는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허위사실 유포에 공공기관을 향한 명예훼손"이라고 화를 냈다. 이후 민준군은 사과했고, 학년부장 정아무개 교사의 중재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올해에도 방송부 학생들에게 시련이 닥쳤다. 지난 6월 민방위 훈련 때 "신속하게 대피하라"는 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학년부장 정 교사로부터 "애들을 다 죽이고 싶은 것이냐", "세월호 사건을 또 만들고 싶은 것이냐"는 말을 들었다. "안전하게"라는 말을 빠뜨렸다는 게 그 이유였다. 사건 이후 이 교사는 방송실 문에 '3학년 출입금지' 팻말을 붙이도록 했다. 

교사들과의 갈등이 커지자, 민준군을 비롯해 방송부 학생 2명은 최근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병원은 민준군 진단서에 "불안 증상이 관찰돼 당분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썼다. 민준군은 "다른 방송부 친구는 불면증 진단을 받고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지난달 일주일가량 학교에 나오지 못했고, 최근에도 학교에 가는 걸 꺼려한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테러범'이라고 했지만, 인권침해는 아니야"

학생들은 용기를 내 7월 학생인권옹호관에 구제신청서를 냈다. 김형욱 경기도교육청 1권역 학생인권옹호관은 지난 10일 학교에 보낸 사건처리결과통지서에서 학생들의 주장을 인정하고 학교에 시정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학생 인권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김형욱 옹호관은 교사들의 막말과 관련해, "장비고장문제 등과 관련한 신속한 조치와 처리 과정에서 학생들의 수고가 이해받지 못하고 이로 인해 교사와 학생 상호간의 갈등과 소통의 문제가 발생하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사가 의도적으로 학생에게 굴욕감이나 수치심 등을 초래하여 인격권을 침해할 목적의 언어폭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 옹호관은 학교장에게 인권친화적인 생활지도를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했다. "학생의 의견수렴을 통한 인권적, 민주적, 합리적인 방송반 운영 체제를 모색해 나가야 한다"면서 "방송설비 개선 노력, 학생들의 학습권과 활동이 조화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군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정신적인 피해를 당했다, 학교로부터 진솔한 사과를 받을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봉고 방송부 학생들을 돕고 있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공현씨는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에, 학교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지켜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봉고 쪽은 학생인권옹호관의 사건처리결과 통지서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전상호 교무기획부장은 "권고사항을 잘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지서에 나와있는 사건에 대해 속사정을 알려줄 수 없지만, 교사들과 방송부 학생들은 잘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봉고 방송부 학생들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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