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야영장아이들은 다른 반찬이 없어도 영주 한우 하나로 밥을 다 먹어치웠습니다.
이경운
산 속의 가을 밤은 꽤 쌀쌀했다. 가지고 간 화로에 숯으로 불을 피우고 한기를 달래면서 아이들과 간식도 먹고, 카드놀이도 했다. 부루마블을 안 챙겨 오는 바람에 카드놀이만 주구장창 했는데, 나중에는 아들과 딸 사이에 서로 누가 안챙겼냐며 네 탓 공방이 벌어졌다. 얘들아, 그래도 재미있었자나!
이제 잘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어라 침낭이 하나가 없었다. 분명히 3개를 직접 챙겼는데, 이건 부루마블 안챙겨 온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밤 기온이 8도라는데, 침낭이 없으면 영하의 추위와 다름이 없다. 정말 난감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물을 데워서 비상용 물주머니를 채워서 꼬~옥 껴안고 잠을 청했는데, 의외로 따뜻했다. 그래서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몇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발이 엄청 시려왔다. 그리고는 온몸으로 몰려오는 한기, 정말 추웠다. 물주머니도 이미 식어 있었다. 꾸역꾸역 일어나 다시 물을 데워 물주머니를 채우고 잠을 청했다. 밤새 세 번이나 이 일를 반복했으니 잠을 잤다고 하기도 그렇고, 안 잤다고 하기도 그랬다. 그나마 아이들 침낭은 챙겨와서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