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공부는 배움과 생각의 균형을 맞추는 것

공자 왈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등록 2014.10.15 16:23수정 2014.10.1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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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딸 아이와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최근에는 예전과 사뭇 다른 풍경을 접하곤 한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부모와 둘러앉아 책을 읽는 풍경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요사이 초등학생 고학년을 위주로 책보다 학교 숙제나 학습지 등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 종종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물론 도서관을 이용해 공부를 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책 읽기조차 가르쳐 주지 못한 채 천편일률적으로 문제만 푸는 기계 학습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를 고민이 들었다.

얼마 전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프랑스의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가 소개된 적이 있다. 이 시험은 정답이 없는 시험으로 유명한데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가?', '타인을 심판할 수 있는가?',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고도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 등 다양한 이슈를 반영한 철학적 문제로 구성된 주관식 논술 시험이다.

프랑스 학생들은 일주일간 이 시험을 치르고 시험에 통과하면 시험 점수와 무관하게 자신이 원하는 국·공립대학에 입학이 가능하다. 특히 '바칼로레아'시험 문제가 공개되면 수많은 지식인들, 정치인들, 심지어 일반 시민도 시험문제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모으는 과정을 거치는데, 여기서 건강한 시민 정신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대목은 우리 사회의 교육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한국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깊이가 있는 글과 토론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그 증거로 단순 문맹률은 세계 최하위지만 글을 읽고 그 글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얼마나 이해하는가를 측정한 문해력 지수, 즉 '실질 문맹률'이 OECD 국가 중 상당히 높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실질 문맹률이 높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심지어 대학 4년을 거칠 때 까지 접하는 교과서와 책들을 과연 제대로 공부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많은 학생들이 교과서 보다 학습지와 문제집에 의존해 공부하고, 학원에서 유행하는 요약 강의, 족집게 강의에 익숙해져 버린 결과는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년부터 고등학교에 '고전 읽기'라는 과목이 생긴다고 한다. 여기에 발 맞춰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도 나름대로의 인문 고전 목록을 만들어 독서가 중요함을 여기 저기서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무조건 읽기만 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빨리 깨닫는 것이다. 그것은 실질 문맹률을 낮추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 공부든 독서 공부든 그것이 우리 삶에 주는 의미를 고민해 보지 않는 공부라면 결국 사상누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논어 위정 편에서 공자님은 "배우기만 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알고 있던 지식이 모호해져 자기 것이 없게 되며, 생각만 골똘히 하고 배우지 않으면 확신이 서지 않아 결국 위태롭게 된다"고 했다. 즉 배움(學)과 생각(思)의 균형을 맞춰야 하며, 어떤 지식이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충분한 생각을 통한 숙성의 과정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제 부모 세대들이 아이들에게 단순히 책 읽어라, 공부해라 주문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읽은 책과, 공부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나누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실질문맹률 #바칼로레아 #토론 #배움과 생각의 균형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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