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수바닥화 제작현장
박건
정복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인간의 몸을 통해 보여주는 작가다. 인간의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이로 인해 모순된 삶의 고통과 비극은 역설적으로 그로데스크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정치 권력의 폭력성과 자본 권력의 비인간성도 결국 인간의 욕구를 넘어 욕망이 가져온 산물로 볼 수 있다.
정복수의 작품에서 눈은 네 개, 여덟 개가 되기도 하고, 입과 똥구멍이 연결된 내장의 얼개는 해부된 생물체와 같다. 노래 <가시나무 새>처럼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분열된 '나'가 붙어있거나 나열되어 그려져 있고, 당신이 쉴 곳은 없다는 식이다. 인간 관계는 건축 도면과 같이 얽히고설킨 족벌로 이어져 있거나, 뜻 없는 온갖 정서들로 싸움을 토해 내고 있다.
신분과 직위를 상징하는 옷은 벗겨지고 자지와 보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다. 애써 감추고 위장한 모습들이 무장해제 되어 인간의 욕구와 욕망만을 본질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욕구와 욕망의 상관 관계를 냉소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실상 작가의 마음은 연민과 사랑으로 가득하다. 작가의 묵시적 작업 행태와 회화적 관계도 그렇다. 삶과 그림, 존재와 표현의 문제를 원초적으로 되살려 일관되게 담으려는 진정성. 정복수 작가가 품은 매력이다.
이번 바닥화는 '시여 침을 뱉아라' 식으로 '온 몸으로 그림을 보라'다. 그것을 통해 현실을 성찰하고 삶을 통찰하기를 바란다. 그림만 보지 말고, 그림을 밟고 있는 자신을 보고, 삶을 보라고 흔들어 놓는다.
그러고 보면 그림을 밟는 나의 행위는 그림 속의 나이지만, 나를 둘러싼 그림 또한 현실이요, 삶이다. 이렇듯 정복수의 바닥화는 미술과 삶의 유기적 관계를 온 몸으로 일깨우고 있다는 점에서 통념을 깨고 흥미를 끈다.